"규제일변도 감염대책, 뒷감당은 또 병원 몫"
"규제일변도 감염대책, 뒷감당은 또 병원 몫"
  • 고신정 기자
  • 승인 2015.11.1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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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 '유감'..."응급실-중환자시 개편 수가 조금 더 준다고 해결될 일 아냐"

"정부의 시각으로 보자면 일정기준의 인력과 시설기준을 마련해 그 준수를 강제하고, 의료수가의 신설이나 상향으로 병원손실을 보전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중환자실과 마찬가지로 적자만 쌓여가는 시설이라면 수가인상이 있더라도 병원의 적자를 메울 수 없다. 지킬 수 없는 규제를 만들어놓고,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정부의 메르스 후속대책, 이른바 '국가 방역체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병원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계획은 원대하나 투자는 미약하고, 선별진료소 운영 등 일부 대책과 관련해서는 개념만 존재할 뿐 세부실행계획이 미흡해 병원이 이를 이행하고자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종잡을 수 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응급실-중환자실 개편, 병원계 부담 가중...수가 더 준대도 해결 안돼"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는 16일 '국가방역체계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병원계의 입장을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

이왕준 이사는 이날 "정부가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를 구성,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실제 정부안을 이행해야 한느 병원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 문을 열었다.

정부의 방역대책 가운데 병원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인력확보와 시설 개보수 등이다.

정부는 국가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중환자실 시설 기준을 중환자실 시설 기준 관련 ▲1병상당 15㎡ 이상, 병상 간 2m 이상의 간격 유지 ▲3병상당 1개 세면대 구비 ▲10병상당 1개 격리실 설치(격리실 중 최소1개는 음압격리실)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응급실 개편안으로 선별진료소 설치와 적정수준 단기입원병상 의무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왕준 이사는 "그 내용만 놓고 보자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되나, 이를 준수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 이는 대대적 내부 개·보수 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몇 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고 해도 공사비 부담, 향후 운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 이사는 "병상규격 준수를 위해 중환자실 병상을 축소해야 할 경우 일부 중환자에 대한 전원문제가 발생하며, 중환자실 병상 축소 시 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은 단기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며 "병상당 규격기준이 근거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실 개편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개괄적인 개념상으로는 공감되나, 실행방안을 놓고 보면 일선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역할내용이 그려지지 않는다"며 "응급의료기관 종별 보다 구체적인 표준모델을 도출해 시범적용한 후에, 현재 각 인력·시설·형태가 다른 의료기관별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도출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킬 수 없는 규제, 병원도 곤혹...'정책발표-책임전가' 악순환 고리 끊어야"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뒷감당은 병원계가 떠안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끊어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정책이사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이번에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는 경우 수가인상이 함께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응급실, 중환자실 시설 개·보수 등 대대적인 공사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예컨대 음압병실을 신설코자 하는 경우, 그 공사비용도 상당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라며 "감염병 관리 시설은 환자가 상시 이용하지 않는 공간이므로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들이고 난 뒤에도 평소 그 유지·관리를 위해 계속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만큼 병원계의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이사는 "병원협회는 정부의 메르스 후속대책의 방향에 공감하지만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탁상공론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며 "부디 당사자인 병원계의 의견을 존중하고, 각계 전문가와 언론, 시민단체, 환자단체의 의견 또한 고려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환자 이동, 복합적 원인...진료의뢰-회송체계 개편 신중해"

한편 이날 병원협회는 진료의뢰-회송체계 개편과 관련해 의사협회와 다른 목소리를 제시, 주목을 끌었다.

진료의뢰 및 회송체계에 대한 사항은 메르스 후속대책으로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며 굳이 논의해야 한다면 감염환자에 대한 효율적 이송과 회송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국한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

이왕준 정책이사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전반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해서 사태가 커진 것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이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금번 감염확산의 원인은 전달체계의 미흡에만 있지 않으며, 진료시스템 및 인프라 등 전반적인 상황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 의료기관에 대한 미미한 수준의 수가개선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힘들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가로막는 결과를 야기해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나 의료분쟁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의료선택권에 제약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환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자연스러운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이뤄지는 결과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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