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함량 높아 고혈압, 심질환 위험 증가시켜

 

'피로사회' 속 지친 현대인들에게 피로경감 및 각성효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에너지 음료.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시험기간 음용이 당연시 여겨질 만큼 큰 인기를 얻으며 수년째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에너지 음료가 심장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로 에너지 음료 속 카페인 때문인데, 미국 안나 스바티코바(Anna Svatikova) 교수팀(메이오클리닉)은 미국의학협회지(JAMA) 11월 8일자 온라인판에서 "에너지 음료가 혈압, 심박수는 물론 교감신경계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의 혈중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심혈관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에너지 음료는 '락스타(Rockstar)'라는 브랜드로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다. 카페인 240mg 외에도 타우린 2000mg을 함유하고 있다.

스바티코바 교수팀은 평균 연령 29세의 건강한 성인 25명(남성 14명)에게 락스타 2캔, 즉 480mL 용량을 안정된 상태에서 5분 내로 마시도록 했다.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뒤 혈액검사와 함께 혈압,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에너지 음료를 마신 그룹의 수축기 혈압은 평균 108.4mmHg에서 115.0mmHg로 6.4% 증가돼 있었다(95% CI, 4.5-7.8). 이는 108.3mmHg에서 111.6mmHg로 3.1% 증가한 대조군(95% CI, 1.5-4.7)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다. 이들은 이완기 혈압이나 평균 혈압 역시 각각 6.8%(95% CI, 4.1-9.6)와 6.4%(95% CI, 4.3-8.6)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에너지 음료를 마신 그룹은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마시기 전 평균값 149.8pg/mL에서 마신 후 249.8pg/mL로 73.6%(95% CI, 53.9-93.2) 증가했다. 반면 일반 음료를 마시게 한 대조군은 139.9pg/mL에서 178.6pg/mL까지 증가해 변화율이 30.9%(95% CI, 11.3-50.6)에 머물렀다. 한편 심박수는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바티코바 박사는 "노르에피네프린이 과다 분비되게 되면 심혈관 계통에 무리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인 만큼 보다 대규모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연구는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5) 기간 중에도 발표되며 눈길을 끌었는데, 이에 미국음료협회는 "에너지 음료가 유럽식품안전처(EFSA) 등 국제적인 규제기관들에 의해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이의를 제기하는 중이다.


고카페인 섭취가 문제..."커피 하루 1~2잔 정도가 적절"

에너지 음료에 관해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음료 부작용으로 인한 병원 응급실 내원 사례가 2007년 1만 68건에서 2011년 2만 783건으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며 일찌감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우리나라도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이나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규제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일부 클럽과 바(Bar) 등에서는 일명 '예거밤'이라고 해서 에너지 음료와 술을 혼합해 칵테일주로 마시는 소비 문화도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

에너지 음료 한 캔(250mL)에는 일일권장 섭취량에 육박하는 양의 카페인과 당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 캔만 마셔도 과다섭취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특히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대조군과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 형태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기존에도 에너지 음료로 인한 부정맥, 심정지 사례(Am J Cardiol 2014;113:168-172)가 보고된 적 있지만 대부분 증례모음 성격에 그쳤다"면서 "에너지 음료가 높은 함량의 카페인과 그 외 자극제를 포함하고 있어 막연히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의심을 해 왔는데, 연구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카페인은 커피와 코코아 열매, 차나무 잎 등으로부터 추출된 쓴 맛을 내는 성분으로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 피로를 경감시키고 활발한 신진대사를 유도해 집중력을 높이고 졸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으며, 심장운동과 이뇨작용을 촉진해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혈관을 수축·팽창시켜 근육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용도 일으킨다.

문제는 과다복용하는 경우다. 과량의 카페인은 신경과민과 불면, 흥분반응을 일으키고 두통 및 우울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처럼 고혈압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 외 칼슘 흡수를 방해함으로써 골밀도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이뇨작용 시 소변을 통한 칼슘 손실을 유도해 청소년들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성인에게는 골다공증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교수는 "카페인은 일반 용량에서도 이뇨작용과 혈관수축을 일으켜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많이 복용할 경우 이런 작용이 항진되고 아데노신의 길항작용으로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므로 심박수의 증가가 현저해진다"며, "심방 심실성 부정맥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고, 급성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심정지도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에너지 음료가 특정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점 등은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노 교수는 "보통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에는 60~100mg, 시중에 나와있는 국내 에너지 음료에는 80mg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국내 상황으로 일반화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이런 가능성이 확인됐으므로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의 저자들도 인정하듯 피험자수가 적고 사용된 음료가 하나라는 점은 이번 연구의 취약점이지만 디자인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미국심장협회(AHA) 권고와 같이 하루 커피 1~2잔 정도의 카페인 섭취가 적절할 것"이란 조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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