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혁 교수팀, 일반인 2000명 대상 설문조사 진행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혁 교수

일반인 10명 중 8명은 '진행암 (advanced cancer)'과 '말기암 (terminal cancer)'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용어는 암의 진행 상태를 의미하는데, '진행암'은 재발이나 전이가 됐어도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로 생존 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 '말기암'은 치료를 해도 반응하지 않고, 생존 기간의 연장을 기대할 수 없으며, 대개 6개월 이내의 기대여명을 가진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혁, 신동욱 교수와 충북대 박종혁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일반인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가상의 '진행암' 환자 김00씨(여성)의 사례를 응답자에게 설명했다.

<김 씨는 4년 전 유방암으로 오른쪽 유방 전체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1년 전 폐에 전이됐고, 항암제 치료를 시행했는데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다시 암이 자라난 상황이다. 의사는 수술이나 완치는 가능하지 않고, 다른 항암제 주사를 통해 암을 약간 줄이면 생명을 몇 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김 씨의 상황에 적절한 암 진행 상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김 씨를 '진행암'이라고 정확하게 응답한 사람은 20.6%에 불과했다. 74.5%는 '말기암'이라고 응답했으며, 0.7%는 '조기암', 4.4%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일반인들 중에 누군가는 암환자나 암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암 치료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진행암'과 '말기암'에 대해 개념적으로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응답자의 교육 수준이 높거나,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 중에 암환자가 있는 경우와 같이 암에 대한 사전 지식이 더 많을 것 같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암의 진행 상태에 대한 용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상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반인들이 치료 목표가 전혀 다른 '진행암'과 '말기암'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며 "이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거꾸로 치료가 불필요한 상황에서 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신동욱 교수는 "교육 수준이 높거나, 가까운 지인 중에 암환자가 있더라도 대부분이 암의 진행 상태에 대한 용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진행암'과 '말기암' 치료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암의 진행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라고 말했다.

박종혁 교수는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말기암'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 '대한암학회'지(誌)에 온라인 게재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