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치료 바로보기 ①-김지훈 고려의대 교수

▲ 고려의대 김지훈 교수 의료진·환자 인식 높여야…생활습관 개선 핵심 간세포 안정시키는 단백아미노산 제제 도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6000여 명이 간암으로 진단받고 있고, 6개월 간격으로 감시검사(surveillance)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300만명일 정도로 간질환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초기 바이러스성 간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간경변,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질병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 또한 낮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간암 치료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전문가들을 만나 우리나라 간질환 치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새로운 치료법은 무엇인지 또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계는 B형간염이나 간염, 간경변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지방간에 대해서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의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의사와 환자가 무관심한 사이 지방간 유병률은 높아졌다. 특히 술과 관련이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도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려의대 김지훈 교수(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의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NAFLD 전체 환자수는 2008년 6716명에서 2012년 2만 1102명으로 5년간 3배 급증했다. NAFLD 환자가 급증한 이유로 김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의 변화를 꼽았다. NAFLD 자체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환과 연관성이 크고, 이 질환이 증가하면서 지방간 유병률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NAFLD 환자 급증지방간은 미국 메디칼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할 정도로 이슈인 질환이지만 우리나라는 워낙 B형 간염을 비롯한 만성 간염이 워낙 주요한 원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간질환 전문의에게조차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해 왔던 질환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 질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대한 간학회가 선도적으로 2013년 비알코올 간질환과 알코올 간질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이에 대한 연구와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NAFLD가 제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질환 등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일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아직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코호트 자료를 갖고 정상인과 비교하면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등이 많이 발생하고,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심혈관위험도 높지만 단독요인이라 말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고, 장기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직 전국적인 코호트 자료는 없다. 최근 대학병원 중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잘 돼 있는 곳들이 검진자를 대상으로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이 있을 때 당뇨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며 "최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소화기내과 정고은 교수와 순환기내과 최수연 교수가 검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알콜성 지방간이 심할수록 동맥경직도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데이터들이 좀 더 쌓이면 근거로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백아미노산제제 처방 간세포 안정 기대
NAFLD 치료의 핵심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2013년 발표된 NAFL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 내 염증을 호전시키려면 7~10% 이상 체중감량과 저탄수화물, 저단순당 식이, 일주일에 2번 이상 1회에 최소 30분 이상의 운동이 필요하다.

체중감소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치료의 지름길이지만 환자를 지름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체중감량에 실패하고, 지방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쉽지 않단다. 또 외국처럼 환자들이 금주동맹 등을 만들어 서로를 격려하거나 정보를 주는 등의 활동이 힘들고, 의료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상담사나 코디네이터 등이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현재 NAFLD의 확실한 치료 약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타민 E와 피오글리타존을 사용할 수 있으나 안전성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방간 환자는 의사와 라포를 형성하고 꾸준히 병원에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NAFLD 환자에게 장기적인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지만 당뇨를 동반한 NAFLD 환자에게, 지방간염 환자에 대한 연구가 그래도 잘 이루어져 있는 메트포르민이나 피오글리타존을 처방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환자의 니즈와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제들을 처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리박트 등의 단백아미노산제제를 처방하는 것도 간세포를 안정시키고 산화독성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단백질은 영양대사를 조절해 전체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알코올 지방간 타깃치료 ‘주목’
알코올 간질환의 최근 관심은 타깃치료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TNF-α다. 김 교수는 "알코올 간염환자에게 주로 쓰는 약이 스테로이드와 펜톡시필린이다. 두 약제 모두 TNF-α를 조절해주는 약제인데, 직접 작용하도록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바로 타깃 치료"라며 "TNF-α 약제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에서 많이 쓰지만 알코올성 간염환자에게는 처방하지 못하고 있다.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무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팀셀을 활성화해 간세포 기능을 좋게 하는 연구도 있고, 골수형성세포를 투여하는 등의 연구도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초기 진단 시 의사의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 하는 것이 지방간이다. 진단에서 제한점이 있어서다. 5% 이상 지방이 간에  축적될 때 지방간으로 진단하는데,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초음파는 지방이 20~30% 축적돼야 진단이 잘 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확실한 진단법은 간 생검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침습적이라는 위험이 있고 그 외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대부분 초음파를 사용한다"며 "초음파가 진단에 대한 제한점이 있지만  가장 적절하다. 대신 추가적 혈액검사를 통해 AST 등 간수치를 확인하고, 환자가 지방을 축적시키는 약이나 대사질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인터뷰 끝자락 김 교수는 간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식품이나 한약제, 민간요법으로 사용되는 식물제제나 약초 등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과당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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