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료인 등 진료실 배석제 도입 검토...환자단체-의료계 극명한 '시각차'

국회가 진료실 안전관리 방안으로 '샤프롱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샤프롱 제도란 의사가 여성이나 미성년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보호자나 간호사 등 제 3자가 함께 진료공간에 머물도록 하는 시스템. 진료 중인 환자를 안심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를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현재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불거진 한의사 여중생 성추행을 계기로 진료실 내 성추행 예방대책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대안의 하나로 '한국판 샤프롱' 제도 도입 주장이 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 검토...각계 의견조회 돌입

11일 국회와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모 국회의원이 외국의 샤프롱 제도를 본 딴 '진료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을 검토,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인이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하기 전, 환자나 보호자에게 다른 의료인 등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이 요청을 받은 의료인은 응급상황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실에 다른 의료인을 배석시키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당 의원실의 요청으로 최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대한의사협회에 의견제출을 요구했고, 양 단체 모두 이에 관한 의견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현재로서는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환자단체 "환자 보호 조치 아닌,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기" 환영

환자단체는 적극적으로 지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인 배석제도 도입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성추행을 방지하는 한편, 불필요한 오해로 의료인이 고소나 고발을 당하는 피해사례도 막을 수 있다는 견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최근 불거진 한의사 여중생 성추행 사건과 같이, 폐쇄적인 진료환경 속에서 부적절한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진료실 내에서 환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인 배석제도를 환자 일방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기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안 대표는 "단순히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 환자를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제도라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진료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를 지키고, 양측의 신뢰관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진료행위 위축-신뢰 저하로 의료 질 떨어질 것" 우려

의료계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진료과정에서 부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신체적 접촉에 대한 해결방안은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할 일이지, 법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최근 국회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배석제도를 법령으로 제정해 의료인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게 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대체검사비는 증가하며, 의사와 환자간 커뮤니케이션을 저해,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와 환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성추행 사건을 다툼에 있어 양 당사자의 주장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동석한 제 3자의 증언이 결정적 증가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입장에서도 개인의 내밀영역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오히려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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