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호재, '반짝' 아닌 장기적 시각 필요

 

"제약사(史)의 한 획을 긋는 계약규모다"

교보증권 김형수 애널리스트가 9일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한미약품과 사노피의 기술수출 계약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제약업계에는 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의 잭팟을 터뜨렸다며 들뜬 분위기가 조성됐다.

증권시장에서도 제약산업에 대한 관심이 미처 식지않은 가운데 한미약품은 얀센과 1억 500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을 추가로 알렸다. 이처럼 연이은 기술이전 성과에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새롭게 주목받는 양상이다.

이번 호재와 관련해 제약업계가 받아들이는 분위기와 추가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명해봤다.

한미약품 역대급 계약에 제약산업 '주목'

한미약품과 릴리의 계약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제약업종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며 다소 침체를 보이다 사노피·얀센의 잇따른 계약 체결로 다시금 점화됐다.

 

한미약품은 올해에만 역대 기술수출 계약 기록을 스스로 여러 차례 갱신했으며, 지난해까지 최대 규모였던 2007년 동화약품과 P&G Phamaceuticals의 골다공증치료제 계약,  2013년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신경독소 후보제품 계약 등 규모를 뛰어넘으며 상위권을 석권했다.

예전보다 커진 계약 규모에 다른 제약사의 R&D 파이프라인과 신약 수출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기업별 주요 항목을 살펴보면 녹십자는 백신 및 혈액제제 수출 확대, 면역 결핍증 치료제  IVIG-SN의 FDA 제품 허가, 동아ST는 자이데나 FDA 허가, 시벡스트로의 폐렴적응증 글로벌 3상 성공, 종근당은 비만치료제 글로벌 임상, 대웅제약은 나보타 수출 계약 성과, JW중외제약은 표적 항암제 임상, LG생명과학은 5가지 질병 동시 예방 백신 개발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위제약사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 영역에서는 FDA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은 바이로메드(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신라젠(항암바이러스), 티슈진(세포유전자치료제) 등도 주목받는 모양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R&D 투자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는 없지만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목마른 다국적사, 될 성싶은 떡잎 찾아

미국 미디어그룹 Bloomberg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라이선스 계약은 2010년 230개에서 2014년 294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탐색단계의 후보물질과 기술분야(세포치료, 약물전달, 진단분야 제외)의 라이선스 계약은 12개에서 99개로 증가하며 전체 기술 계약 확대에 일조했다. 후보물질과 기술분야를 제외하면 항암제 분야의 계약이 가장 많았고, 중추신경계, 감염, 면역계통 등 치료제 개발에 대한 계약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기술수출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후기 임상단계 파이프라인의 34%가 외부로부터 들어온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GSK는 임상 3상이 아닌 초기개발단계에 초점을 맞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Trust in Science'를 운영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는 일본어로 씨앗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산학협력 프로그램 'TaNeDS(Take a new challenge for drug discovery)'를 추진하고, 화이자는 ERDI(External R&D Innovation) 프로그램을 통해 간소화 된 절차로 파트너사를 모색한다.

사노피는 외부혁신을 지원하는 조직 S&I를 통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국내에 있는 대전 사무소를 포함해 상하이에 자리잡은 아·태 본부 등은 상호 연결을 통해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은 유망기술을 도입해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기는데 라이선스 인아웃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계약 위한 국내사 전략은?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업체와 성공적인 기술이전 등 계약을 체결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노바티스 전략제휴부 성백민 이사는 "무엇보다 검증된 파이프라인을 갖춰야 한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우선이고, 둘째로는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인지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속적인 R&D 투자가 바탕이 돼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각각 계약 대상을 몰색하는 조직이 있는데, 국내 제약사는 전반적으로 저평가 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유한 기술을 적극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초 JP Morgan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퀀텀프로젝트 등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미국당뇨학회(ADA) 및 유럽당뇨학회(EASD) 등에서도 개발 성과를 피력한 바 있다.

또 성공적인 파트너십 체결과 관련해 지난해 'PAC(Pharma Associations Conference)'에서 머크 세로노 Yariv Hefez 부사장은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함께 살아야 하고 함께 성공해야 한다"며 파트너십 체결에 있어 중요한 지표를 제시했다. 제품 기반의 평가, 파트너사의 역량과 경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총 세가지다.

그는 프로젝트의 개발 단계는 어느 수준인지, 효능 및 안전성은 어떤지, 세계 시장에 나설 수 있는 기술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대규모 성과, 단발성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편 대규모 계약 성과들이 기존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보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제약산업의 특징으로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은 제네릭을 위주로 성장한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인식돼 왔다"고 언급하며 "이번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계약은 제약산업을 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R&D 비용으로 수익성을 보이지 못했던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도 기대했다.

다만 재평가를 하더라도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정적인 실적을 실현하면서 R&D 투자여력을 키우거나 키웠던 업체를 찾고, 다국적사가 기술이전을 받아가서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해외임상 프로젝트를 봐야하며, 상업화 이후 다국적사가 독점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특허 기간이 많은 품목을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미약품의 라이선스 아웃 사례가 단발성 축포로 끝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백민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한미약품만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만 선구자로서 역할을 잘 해줬다"면서 "다른 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각 회사 사업개발부팀은 한미약품 사례로 실적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을텐데, 지나친 부담감은 제대로 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제약협회 이재국 상무는 한미약품의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 계약과 관련해 "글로벌 마케팅 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수출로도 글로벌 시장에 갈 수 있다고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R&D에 쏟아부었더니 매출이 온다는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 상무는 "이번 기회에 제약사 오너나 경영자들이 한미약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고자 한다면 스위스에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 50대 제약사 중 5곳이 있는 것처럼 한미약품의 성공신화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성공신화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약업계가 황무지에서 땅을 갈고 자갈도 골라내 씨를 뿌렸으니, 반짝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기라는 주장이다. 제약협회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해 11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한국제약산업 공동컨퍼런스 2015(KPAC)'를 열고 글로벌 파트너십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제약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나아가며, 일장춘몽에 그치지않고 국내 제약산업이 일취월장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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