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자문회의 열어 특정 이상반응 위험 검토, 제품 경고문 삽입 최종 권고

▲ 최근 항생제 플루오로퀴놀론에 블랙박스 경고문이 권고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 6일(현지시간) 광범위 항생제 플루오로퀴놀론(fluoroquinolone)의 제품 라벨 변경을 강력 권고하고 나섰다. 건염(tendinitis), 건파열(tendon rupture), 심전도 상 QT 간격의 연장,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 등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야기됐기 때문.

이번 결정엔 FDA 산하 항균성의약품자문위원회(ADMAC)와 약물안전성위해관리자문위원회(DSRMAC)의 공동 논의결과가 바탕이 됐다.

특히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ABS)을 비롯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서 만성 기관지염의 급성 세균성 악화가 동반된 경우(ABECB-COPD), 단순 요로감염증 등에서 플루오로퀴놀론의 사용이 문제가 된다는 결론이다.

물론 해당 항생제에서 이들 이상반응 이슈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언급된 건염 및 건파열, 말초신경병증, QT 간격 연장 등을 포함한 중추신경계효과,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의 악화, 다형 심실빈맥의 일종인 토사데팡(Torsades de Pointes)의 발생, 광독성(phototoxicity), 과민증 등의 발생 위험에 대해 제품 라벨에 언급을 했던 것.

그러나 최근 협회는 논의를 거쳐 제품 라벨 경고를 한층 강화해 '블랙박스 경고문'까지 요구하고 나선 게 큰 차이다.

회의 결과에 따르면 전신적 플루오로퀴놀론 사용에 있어 '위험하다'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ABS, ABECB-COPD, 단순 요로감염증의 치료에 플루오로퀴놀론의 사용에 따른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전염병학회(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의 현 진료지침에서도 해당 항생제를 1차 치료제로는 추천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기타 다른 항생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환자와 1차 항생제 치료에 실패한 경우, 1세대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환자에만 2차 치료제로써 플루오로퀴놀론을 권고했다.

4세대까지 나온 플루오로퀴놀론, 어떤게 있나

이슈의 주인공에 선 플루오로퀴놀론은 4세대까지 출시된 광범위 항생제로 그람양성균 및 음성균을 비롯한 혐기성균 등 다양한 균종에 처방이 가능하다. 장시간 체내에 작용하는 약물로 장점이 부각되는데, 특히 강력한 살균력과 넓은 항균범위를 기본기로 요로감염증 등의 비뇨기계 질환과 호흡기계 질환에 주로 처방되고 있다. 이에 더해 소화기, 피부 등의 감염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

1세대 격인 퀴놀론(quinolones)은 해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항생제로 부작용이 많아 최근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불소를 첨가한 게 플루오로퀴놀론 항생제.

일단 이들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는 다양한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았다. 탄저병의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대표적인 2세대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오플록사신(ofloxacin)을 필두로 3세대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4세대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제미플록사신(gemifloxacin) 등이 포진하고 있는 것. 여기서 제미플록사신(제품명 팩티브)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신약으로는 FDA에 첫 승인을 획득한 항생제다.

효과는 인정…남용 시 이상반응 극대화

 

광범위한 살균력을 인정받아 다양하게 개발돼 온 플루오로퀴놀론이 최근 갑자기 이슈가 된 이유는 무얼까. 3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석한 이번 공청회 내용에 그 답이 있다.

해당 항생제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남용과 오용으로 생긴 문제는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ADMAC 위원 자격으로 자리한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아이들병원 감염내과 Antonio Carlos Arrieta 박사는 "이들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은 매우 드문 이상반응까지 극대화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플루오로퀴놀론이 승인받은 이후로 대규모 환자에서 다양한 이상반응이 보고된 바 있다. 때문에 FDA가 이를 적극 수용해 해당 항생제의 제품 라벨에 그 위험성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의료진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번엔 ABS 및 경증의 ABECB-COPD, 요로감염증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졌다.

중증 ABS 치료엔 베타락탐 항생제 우선 권고

진료현장에선 바이러스성 부비동염과 세균성 부비동염 환자의 분류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ABS 환자가 더 많은데도 플루오로퀴놀론의 치료효과가 적고, 이들 대부분에서 위약으로 치료받아도 호의적인 임상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

더욱이 9개 무작위 연구에 등록된 총 2547명의 ABS 환자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해당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치료효과가 기대치 보다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이었다. 미국전염병학회 진료지침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중증 ABS 환자에선 호흡기용 플루오로퀴놀론 대신 베타락탐 항생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ADMAC 위원장인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생충질환센터장 Monica E. Parise 박사는 "부비동염 환자들에서 플루오로퀴놀론의 역할은 분명 존재하지만, 문제는 실제 처방환경을 가이드라인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증 ABECP-COPD 환자, "효과에 의문"

 

ABECP-COPD와 관련 경증 환자의 경우 플루오로퀴놀론의 치료효과가 보통 수준이지만, 중등도 이상부터는 항생제 효과가 양호하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자주 입원하는 이들 환자군에선 플루오로퀴놀론이 추천되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와 유럽호흡기학회(European Respiratory Society)의 임상진료지침에서도 COPD 환자의 관리전략에 관련 조항을 명시했다. 중증 ABECB-COPD 외래환자에선 플루오로퀴놀론 치료가 추천된 것.

미국내과의사협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에서 공표한 ABECB-COPD 치료 가이드라인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증 환자에선 이들 항생제 투약군과 위약군 사이에 유의한 효과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항생제 투약군에서 경증 이상반응 발생이 빈번했다는 결론이다.

FDA 약물안전성위해관리자문위원인 Kelly Besco 약학박사는 "중등증과 중증 정의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ADMAC 위원인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캠퍼스미국약대 Amanda H. Corbett 약학박사 역시 "약물의 적응증이 적절히 명시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떼며 "해당 환자군에 플루오로퀴놀론을 처방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제품 라벨에 해당 적응증을 분명히 삽입하지 않은 것은 환자들에 큰 위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단순 요로감염증, 증상관해 효과는 '글쎄'

그동안 단순 요로감염증 환자에선 증상 해결과 세균의 미생물학적 박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었다. 이와 관련 이부프로펜과 대조군 임상시험을 시행한 연구에선 플루오로퀴놀론 투약이 세균 박멸에 효과가 더욱 좋았지만 증상 관해 정도는 이부프로펜 투약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ADMAC 위원이자 HIV 예방관리부 Demetre C. Daskalalkis 박사는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플루오로퀴놀론이 분명 오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플루오로퀴놀론이 불필요함에도 노출이 잦았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 라벨에 경고문 삽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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