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테노포비어 우선 권고
C형간염 치료 신약 대거 등재

▲ 대한간학회가 오는 26일 추계학술대회에서 만성 간염 가이드라인 최종본을 선보인다.
대한간학회(한광협 이사장)가 최신 치료 트렌드를 반영한 만성 B·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새로 작성해 이달 26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전격 공개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아산병원 대회의실에서 가이드라인 개정 공청회를 열고 최종 의견수렴을 마쳤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근거중심의 치료 트렌드를 하루 빨리 반영해 임상의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한광협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지역 학회에서는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 인종 및 각국의 의료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내에서도 고유의 의료환경과 연구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개정판을 내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1년 전 간염별 가이드라인 위원회를 발족했고, 그 결과 두개의 가이드라인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이전판과 비교해, B형의 경우 부분 수정이 이뤄진 반면 C형은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대대적으로 개정된 것이 특징이다.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 2011년 이후 4년만에 개정

대한간학회의 만성 B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은 지난 2004년에 처음 제작된 이후 2007년과 2011년에 두 차례 개정을 진행했다. 그사이 2009년 미국간학회(AASLD), 2012년 유럽간학회(EASL)가 개정을 마쳤고, 올해에는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가 개정판을 공개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

이에 맞춰 대한간학회도 2014년 약제 내성의 치료 부분만 새로 고친 부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이번에 추가로 전면 수정 개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최신예 가이드라인이 탄생하게 됐다.
개정판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보균자(carrier, 保菌者) 명칭의 삭제이다. 이는 올해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B형 간염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보균자라는 명칭을 삭제한 데 따른 것이다.

보균자는 B형간염 환자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숙주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WHO는 보균자라는 표현이 불이익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삭제했다. 대신 면역 관용기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하지만 논란도 있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만성B형 간염 환자는 질병코드가 하나뿐이어서 가이드라인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가 복지부에 현재 비활동기/활동기인 사람들에 대해서 질병코드를 추가로 만들어 달라고 질의를 넣은 상태지만 아직은 답변을 못 받은 상태다.

서울의대 정숙향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당분간 국가별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WHO가 근거를 토대로 만들었고,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보균자라는 표현을 안 쓰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안 쓰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초치료제 순서가 바뀐 점이다. 2011년 개정안에서는 e항원 양성 및 음성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초치료로서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페그인터페론 순서였는데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페그인터페론 순서로 조정됐다. 사실상 테노포비르의 처방을 우선 권고한 것이다.

더불어 그전까지는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놨으나 이번판에서는 모두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3가지의 치료제만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선 개원의로서는 단순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대상성,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들을 위한 치료전략에서도 초치료 약제를 구체적으로 새로 명시해 명확한 치료를 강조했다. 그 외에 엠트리시타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만성 C형간염 가이드라인 2013년 이후 2년만에 개정

만성 C형간염도 지난 2004년 처음 제정된 후 2013년 1차 개정을 마친 상태다. 이후 AASLD가 지난 6월 DAA(직접 작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가 포함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냈고, 이보다 앞서 EASL도 4월에 인터페론 프리요법을 강조한 새 가이드라인을 내놓음로서 변화를 앞당겼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치료제들의 대거 등재다. 특히 아직 허가받지 않은 약제도 포함됐다. 상당수 학회들이 가이드라인 제정시 관례상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약제는 등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파격이다.

다클라스타비르, 아수나프레비르, 소프로부비르,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 다사부비르 등이 수재됐으며, 인터페론치료보다 DAA 병합요법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인테페론 프리요법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총괄한 정숙향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일선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진료의, 수련의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방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근거 반영, 디자인 등 부족한 부분은 차기 회기에서 업데이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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