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보건약물기술국 고령환자 항우울제 가이드라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6월 ‘노인의 건강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노인의 89.2%가 고혈압, 골관절염 및 류마티스관절염, 당뇨병, 요통 및 좌골신경통, 이상지질혈증,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노인에서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된 것.

만성질환 유병률과 함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울증 유병률이다. 보고서에서는 노인인구의 33.1%에서 우울증이 이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인구에서도 연령 증가에 따라 유병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65∼69세 23.9%, 70∼74세 31.5%, 75∼79세 38.5%, 80∼84세 41.9%, 85세 이상 49.0%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에서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 우울증에서도 약물요법이 주요한 치료전략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노인 환자에서 항우울제 사용은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항우울제의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시험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보건약물기술국(CADTH)은 올해 8월 노인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 비RCT, 통합적 검토를 기반으로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서 항우울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노인인구에서 높은 우울증 유병률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인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전제했다. 전반적인 주요 우울장애(MDD)의 유병률은 5% 정도로 추산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우울 증상을 경험한 노인 환자는 14~20%, 입원 환자 중에서는 최고 43%(12~43%), 장기요양기관에 있는 환자에서는 40%까지 보고되고 있다는 것. 주요 우울장애 외 경증 우울증 유병률도 지역사회에서 7.7%, 입원 또는 장기요양기관에서는 14.4%로 보고되고 있다.

CADTH는 노인의 우울증은 신체 및 인지기능 장애, 동반질환 위험, 회복기간 지연, 장기요양기관 재원일수 증가, 자살 및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신건강질환 관련 학회의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에서는 경증~중증 우울증에서 삼환계항우울제(TCA, 노르트립틸린, 아미트립틸린 등),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파록세틴, 시탈로프람), 선택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SNRI, 벤라팍신, 데스벤라팍신, 둘록세틴 등),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재흡수억제제(부프로피온 등), 노르아드레날린/특이 세로토닌 제제(미르타자핀), 세로토닌 2 길항제/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트라조돈) 등 다양한 계열의 약물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도 동일한 약물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65세 이상 환자는 많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안전성 확인…직접적인 평가 필요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통합적 검토(systemic review), RCT, 코호트 연구 등을 통해 65세 이상 인구에서 항우울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인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들이 전반적으로 위약군 대비 우울 증상을 완화시키고 높은 치료반응을 보였다고 정리했다. 단 항우울제 계열 간 효과를 비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약물별 분석에서 둘록세틴, 데스벤라팍신은 통합적 분석연구, RCT를 통해 우울증상 개선, 높은 치료반응률을 입증했다. 하지만 최소 임상 차이(MCID)를 평가했을 때 유의한 효과는 보이지 못했다. 

에시탈로프람은 플루옥세틴과 비교한 RCT에서 MADRS(Montgomery Asberg Depression Rating Scale)로 우울증 정도를 평가했을 때 소폭 개선효과를 보였지만 위약군과 임상적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파록세틴도 RCT에서 플루옥세틴과 비교한 결과 우울증 증상 개선을 보였지만, 근거 부족으로 임상적 차이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시탈로프람은 메타분석에서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 대비 증상 관해율을 16% 낮췄고(OR 0.84) 치료 중단율도 더 낮았지만 유의하지는 않았다(OR 0.70).

둘록세틴은 2개의 RCT에서 65세 이상 환자에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고 유해사건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양군 모두 25%로 나타났다. 단일 치료전략 오픈라벨 연구에서도 둘록세틴이 해밀턴 우울증 평가 척도(HAMD-17) 점수를 13~17.5점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지만 임상적 차이는 없었다

부프로피온 XR은 한 개의 RCT에서 전반적인 환자들에서 위약군 대비 효과가 좋았지만 1차 종료점에서의 통계적인 차이는 명확하지 않았고 2차 종료점의 MCID가 부족했다. 부프로피온 XR도 65세 이상 환자에서 안전하고 위약군 대비 MADRS 점수 개선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에서는 각 약물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한정된 인구들만 대상으로 했고 치료기간도 제한적이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인구기반 코호트 연구에서는 TCA, SSRI 등 항우울제 복용이 사망, 자살, 뇌졸중, 낙상, 골절, 상부위장관 출혈 등 중증 유해사건 위험도를 높였지만, 비RCT에서는 위험도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수의 항우울제들이 65세 이상 환자들에서 위약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각 계열 약물의 효과와 삶의 질에 대한 비교는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 잠재적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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