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판 공개

대한간학회가 지난 10월 30일 새 단장을 마친 만성 B형 및 C형간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B형간염의 경우 2004년을 기점으로 2007년, 2011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작년 10월 항바이러스치료제 부분만 손 댄 업데이트 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은 꼭 2년 만이다.

일단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2011년 가이드라인과 2014년 업데이트 내용을 아예 삭제하거나 신설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근 시장에 허가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유용성을 발 빠르게 수용한 모양새다. 11월 26일 최종판 공개에 앞서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봤다.

1.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
2. 만성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

 

치료제 선택순서 변화, 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페그인터페론 순

이번 B형간염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근거기반(evidence based) 권고를 한 지난 2011년 개정판과는 달리 전문가 합의(consensus based)를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항바이러스제의 내성 B형간염바이러스 치료 △HBsAg 정량의 임상적 역할 △간경변증에서 항바이러스 치료 △선제적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보균자' 명칭 삭제…자연경과 용어도 변화

먼저 역학 부분에선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B형간염바이러스 보균자(HBV carrier)'란 명칭을 삭제한 데 따른 영향이 확인됐다. 보유자란 용어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주홍글씨'를 찍는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 학회에선 이를 반영해 바이러스의 자연경과에도 큰 변화를 줬다.

△만성 B형간염 면역 관용기 △만성 B형간염 활동기(이전 면역반응기) △만성 B형간염 비활동기(이전 비활동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기) 등이 대표적인 예.

이어 진단 및 초기평가 항목에도 변화가 있다. 혈청검사란 용어 대신 '항원 및 항체검사'를 사용하고, '혈청 HBV DNA 검사'가 기존 '바이러스검사'를 대체했다. 비침습적 간섬유화 검사는 올해 새롭게 신설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 권고사항도 더해졌다. '섬유화 정도를 진단하기 위해 혈청표지자나 탄성도 검사와 같은 비침습적인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B1)'는 조항이다. 더불어 HBeAg 양성 만성 B형간염에서도 약물의 순서 조정이나 타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언급을 배제하고 '초치료 약제로는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페그인터페론 알파 중 하나의 사용을 권장한다'는 조항이 근거수준 A1으로 강력하게 추천됐다.

그러나 '이 외의 항바이러스제들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 경우 투여를 고려할 수 있으며, 치료반응에 따라 약제의 지속적인 사용 혹은 변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B2)'는 기존의 권고사항은 아예 삭제됐다.

문제가 되는 비대상성 및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초기평가에서도 변화가 많았다. 먼저 대상성 간경변증에선 근거수준이 비교적 C1으로 낮지만 혈청 HBV DNA< 2000IU/mL이라도 PCR 검사 양성인 경우 AST 및 ALT와 관계없이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롭게 삽입됐다.

중요한 것은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경우 기존 약제를 명시한 부분은 완전히 빼버리고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중 하나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권장한다(A1)'는 내용을 강조했다.

라미부딘·아데포비르 설자리 잃어…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 대세

 

치료제는 작년 부분 개정판과 비교해보면 큰 변화가 없었다. 라미부딘을 시작으로 텔비부딘, 클레부딘,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엠트리시타빈, 페그인터페론 알파 등 현 8개의 치료 약물 중 엠트리시타빈만이 삭제된 상태.

이에 약물 모니터링과 관련해 신설된 항목이 눈에 띈다. '치료 전, 치료 12주, 24주, 그리고 치료종료 시 HBsAg 정량검사를 고려한다(B1)'는 내용에 힘을 주었다. HBsAg 정량검사가 항바이러스제 중단과 관련한 실효성이 이미 입증됐음에도 삭감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한껏 강조된 분위기다.

또 항바이러스 내성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추가적인 내성발현을 막기 위해 연속적인 단일 약제 처방을 피해야 하고 교차내성을 고려해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약제 한 가지와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약제 한 가지를 병합치료할 것을 권장한다(A1)'는 내용은 전면적으로 빼버렸다.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계열 약물에는 라미부딘, 텔비부딘, 클레부딘의 '부딘' 계열 약제 및 엔테카비르가 해당되고, 뉴클레오티드 유사체에는 아데포비르, 테노포비르가 속해 있다.

약제별 내성에서도 변화는 포착된다. 라미부딘 내성의 경우 '테노포비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데포비르와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의 병합치료를 고려한다(B1)'는 내용이 만들어졌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라미부딘과 아데포비르 △아데포비르와 엔테카비르 등은 삭제했다.

아데포비르 내성 환자에선 추가되거나 빠진 내용이 유독 많았다. '테노포비르와 다른 뉴클레오시드 유사체'를 대신해 '테노포비르와 뉴클레오시드 유사체(엔테카비르 이외)의 병합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B2)'는 조항이 이름을 올린 것.

한편 간이식, 면역억제제 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만성 콩팥병, 중복 감염을 지닌 환자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중복감염, 가임기 여성, 소아 청소년 환자 등 특정질환군 치료 권고사항에도 일부 변화를 보였다.

간이식 환자에서 기존에는 간이식 후 B형간염이 재발한 경우 바이러스 억제력이 강력하고 약제 내성이 적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고려한다고 전반적인 언급을 했지만, 이번엔 특정 약제를 명시해 테노포비르나 엔테카비르에 국한했다.

면역억제제 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환자는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강조됐는데, 예방적 항바이러스제는 치료 중 및 치료 후 혈청 HBV DNA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강력 추천했다(A1). 선제적이라는 의미가 미리 사용한다는 뜻이었지만, prophylactic과 preventive를 통합해서 사용토록 하고 주기적인 추적관찰기간 HBV DNA가 양성일 경우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통합했다.

▲ 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장 이관식 교수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도 추가된 내용이 다수 있다. 주인공은 테노포비르의 사용이다. 이들에서 만성 B형간염 치료는 엔테카비르 또는 테노포비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B1), 신기능에 따라 용량을 조절한다(A1)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인터페론보다는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권장하고, 신기능에 따라 엔테카비르 혹은 테노포비르 등을 우선적으로 권고한다(B1)는 조항은 지워졌다.

이어 중복감염을 지닌 환자군에서 기존 '우선적으로 페그인터페론 알파 2a를 기본으로 하는 리바비린 병합요법을 시도한다'는 내용은 뺐다.

더불어 HIV 중복 감염 치료에서도 HIV에 대한 교차내성 발생 예방과 관련 기존 인터페론, 아데포비르, 텔비부딘을 삭제했다. 또 HIV와 HBV에 대한 동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 기존 HAART 요법에 라미부딘, 테노포비르, 엠트리시타빈이 포함됐지만 이를 삭제하고 테노포비르와 엠트리시타빈 또는 테노포비르와 라미부딘을 포함시켰다(B1).

소아 청소년 환자 관리에서도 새로이 언급된 내용이 있다. 기존에는 초치료 약제로 라미부딘 또는 인터페론이 명시됐지만, 라미부딘을 삭제하고 빈 자리를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가 대신했다.

개정을 주도한 연세의대 이관식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가이드라인은 근거와 전문가합의에 입각해 제·개정을 하기 때문에 당시 보험급여나 사회적 상황과는 무관하다. 이 점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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