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 에제티미브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2013년 발표한 새 가이드라인에서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에 대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예방의 혜택이 입증된 바 없다”며 “임상적용 근거가 낮다”고 밝혔다. 이전 연구에서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약물을 더해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출 경우 △스타틴 단독 대비 심혈관사건 감소의 혜택이 명확하지 않았고 △비스타틴계 약물추가로 인한 부작용 위험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이드라인은 결국 약물치료 전략으로 스타틴만을 권고했고, 여타 제제의 선택은 배제했다. 하지만 스타틴 자체의 한계, 즉 최대내약용량으로도 LDL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의 대체 또는 보완요법과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커버하지 못하는데 따른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의 극복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왜 IMPROVE-IT인가?
이 가이드라인의 논거를 반박하는,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설명하지 못한 질문에 답을 던진 대표적인 사례가 IMPROVE-IT 연구다.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임상혜택 근거를 제시했고, 스타틴 단독요법의 한계에 대한 대체·보완·극복 방안도 내놓았다.

대규모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치료·관찰한 결과,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복합제 요법은 ACC·AHA가 임상적용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모든 사항을 충족시켰다. 스타틴에 더해진 에제티미브 병용전략은 △스타틴 단독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을 54mg/dL까지 더 낮췄다.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는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6.4%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부작용 위험의 증가도 없었다.

3개의 질문
IMPROVE-IT 연구의 목적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약물 에제티미브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췄을 경우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를 검증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둘째 기존에 제시된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보다 낮게 조절했을 경우의 임상혜택, 즉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의 타당성을 보고자 했다. 에제티미브의 안전성 검증도 과제였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고광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와 같이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이 요구되는 초고위험군에서 스타틴으로도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 경우 스타틴 증량(double dose)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Rule of Six’ 법칙에 따라 초기용량에 더해지는 추가적인 LDL 콜레스테롤 조절효과는 용량을 2배 늘려도 고작 6%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제기된 당뇨병 위험 등 스타틴 고용량 적용시 부작용의 문제 또한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틴 용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추가적으로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를 더할 수 있는 비스타틴계 약물로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 이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느냐, 그리고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에제티미브의 안전성은 문제가 없나를 관찰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에제티미브 10mg + 심바스타틴 40mg
이상의 목표를 평가하기 위해 연구팀은 최근 10일 이내에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STEMI), 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NSTEMI), 불안전형 협심증(UA)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모집했다.

총 1만 8144명의 환자들이 심바스타틴 40mg 또는 에제티미브 10mg + 심바스타틴 40mg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UA 원인 입원·관상동맥재형성술(무작위 배정 후 30일 이상 시점)·뇌졸중의 복합빈도를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

지질변화와 심혈관사건
치료 1년 시점에서 심바스타틴군과 에제티미브 + 심바스타틴군의 LDL 콜레스테롤은 각각 69.5mg/dL과 53.7mg/dL까지 떨어지며 차이를 보였고, 이는 관찰기간 내내 유지됐다. ITT(intention-to-treatment) 분석결과, 두 그룹의 1차 종료점(심혈관사건) 발생빈도는 34.7%(2742건) 대 32.7%(2572건)로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의 상대위험도가 6.4%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936, P=0.016). 하드 엔드포인트라 할 수 있는 심혈관 원인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증·비치명적 뇌졸중의 복합빈도는 22.2%(1704건) 대 20.4%(1544건)으로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의 상대위험도가 10% 낮았다(hazard ratio 0.90, P=0.03).

이 같은 결과는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 감소효과에서 기인한 바 크다. 개별 종료점에 대한 분석에서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의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 상대위험도가 각각 13%(hazard ratio 0.87, P=0.002)와 21%(hazard ratio 0.79, P=0.008)씩 감소해 스타틴 단독군과의 격차를 가장 크게 벌렸다.

혈당대사 혜택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당뇨병 하위그룹 환자에서 나타난 임상혜택이다. 사전규정된 주요 하위그룹 분석에서 남성보다 여성, 65세 미만보다 이상의 고령층, 그리고 당뇨병 환자에서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의 혜택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이에 대해 “당뇨병 환자에서는 콜레스테롤 흡수가 항진돼 있다”며 “비당뇨병 환자보다 콜레스테롤이 잘 흡수되는 구조인 만큼, 에제티미브가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량 스타틴 사용 시에는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는데, 에제티미브는 그렇지 않으므로 고혈당을 보이는 특정 그룹에서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부작용 위험
관심을 모았던 안전성 측면에서는 간이나 근육 관련 사건 및 암 발생에 있어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암 발생빈도는 두 그룹이 10.2%(P=0.57)로 같았다. 횡문근융해증(0.2% 대 0.1%, P=0.37)이나 근육병증(0.1% 대 0.2%, P=0.32)에서도 차이는 없었다. 담낭 관련 부작용 역시 3.5% 대 3.1%(P=0.10)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IMPROVE-IT 연구가 던진 3가지 질문에 모두 ‘Yes’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에 근거해 향후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질동맥경화학회 새 지침에 반영
최근 발표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새 지침은 스타틴으로도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경우에 에제티미브·니코틴산·담즙산결합수지 등을 추가적인 병용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 경우 에제티미브가 Class IIa / Level B로 니코틴산·담즙산결합수지(IIb / C)에 비해 높은 권고등급을 받았다. 스타틴과의 병용선택에 에제티미브를 가장 먼저 써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지질치료에 있어 비스타틴계 약물전략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하며 임상적용을 주문하고 나서 주목된다. 스타틴 단독요법만을 고집했던 2013년 지질 가이드라인을 주도한 당사자들이라, 이번 입장변화를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 가이드라인 제정위원장 “IMPROVE-IT 통해 심혈관 혜택·안전성 확인”
ACC·AHA 지질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던 Neil J Stone(노스웨스턴의대)과 Jennifer G Robinson(아이오와대학) 교수는 최근 유럽심장학회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특별 기고문 형식의 논문을 발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 에제티미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문은 지질치료의 변화를 시도했던 2013년 가이드라인이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권고안의 타당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ACC·AHA 가이드라인이 감내해야 했던 비판 가운데는 “지질 목표치를 없애고 스타틴 강도에 따른 치료전략을 권고함에 따라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사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美 가이드라인에서 비스타틴계 약물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RCT가 근거가 희박하고, 보고된 연구에서도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감소와 관련한 유의한 추가혜택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ASCVD 예방에 비스타틴계 약물의 사용을 지지하는 근거가 낮다”고 언급돼 있다. 하지만 이는 IMPROVE-IT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양 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약물이 ASCVD 위험을 추가적으로 감소시킨다는 RCT 근거가 나온다면 임상적용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당시 진행 중이던 임상연구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IMPROVE-IT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이 기대가 모두 충족됐다. Stone 교수는 논문에서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약물의 추가적인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을 명확히 입증해낸 최초의 연구”라고 IMPROVE-IT을 소개했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병용을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54mg/dL까지 낮출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심근경색증·뇌졸중·심혈관 원인 사망의 상대위험도가 10%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대 7년의 치료기간 동안 부작용 위험의 증가가 없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고강도 스타틴 불내약성, 중강도 스타틴 + 에제티미브로 대체 가능
비스타틴계 선택과 관련해서는 “RCT를 통해 스타틴과 병용 시에 ASCVD 위험감소 혜택이 입증되고 안전성이 확인된 약제가 선호되는데, 에제티미브가 이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밝혔다. Stone 교수는 이에 근거해 “고강도 스타틴에 불내약성인 경우 대체수단으로 중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하는 병용요법이 고려돼야 한다”며 “에제티미브가 LDL 콜레스테롤 50% 감소를 위한 최대내약용량 스타틴 요법에 추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 특히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복합제를 조기적용하는 흐름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들은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 약물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병용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 단독약제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더블도즈 용량이나 다른 약제로의 전환보다는 신속하게 추가적인 약물을 더하도록 패러다임 자체를 병용요법 쪽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는 고혈당도 마찬가지다. 메트포르민에 여러 다른 기전의 약제를 병용투여하는 복합제 전략이 제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적극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고혈압·고혈당 치료에서 병용요법이 핵심으로 부상한 데는 그 만큼의 이유가 있다. 약물치료의 유효성, 안전성,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고혈압제·혈당강하제 병용의 적용은 단일요법을 통한 혈압·혈당조절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데 근거한다.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이나 혈당을 완전히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일표적, 단독요법의 한계
“단일요법으로는 위험인자를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말에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단일요법”이라는 단서조항이 따라 붙는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과 고혈당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와 혈당강하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방팔방에서 밀려오는 적을 맞아 한 곳에만 전력을 집중시킬 경우, 수성(守城)에 성공하기 힘들다. 때문에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이환율과 사망률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스타틴 + 에제티미브 고정용량 병용요법
상대적으로 고혈압과 고혈당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복합제 전략이 지질 분야에서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바이토린(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이나 아토젯(아토르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등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복합제 전략은 IMPROVE-IT 연구에서 이미 스타틴 단독 대비 우수한 임상혜택을 보고했다. 에제티미브 병용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54mg/dL까지 더 감소시킨 것이 성공적인 연구결과에 크게 기여했다.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은 아포비48과 아포비100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아포비100만 경화반으로 침착된다고 여겨졌지만, 아포비48에서도 동일한 역할이 밝혀졌다. 스타틴의 아포비100 합성 억제에 더해 에제티미브의 아포비48 흡수 억제가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포비100은 간에서 합성되고 아포비48은 장에 흡수되면서 생긴다. 그 동안은 간에서 비롯된 LDL 입자만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장에서 흡수 및 처리되면서 생기는 LDL 콜레스테롤도 중요하다는 것이 시사됐다. LDL의 근원이 많이 있는데, 다수의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임상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틴과 병용할 수 있는 비스타틴계 약물의 개발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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