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 피브레이트

 

아시아인에서 고중성지방혈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대한심장학회 심장대사증후군연구회(회장 고광곤) 추계 심포지움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중국 수도의료원의 Dong Zhao 교수(중국국립심장·폐·혈액연구원 부원장)는 ‘중성지방(TG)과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에 대해 발표, 높은 TG가 심뇌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인 만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아시아인 유병특성
Zhao 교수의 강연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비해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높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특성이다.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죽상동맥경화증 환자의 대표적인 유병특성도 전통적으로 TG가 높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 유병률은 2011년 현재 13.8%를 기록 중이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200mg/dL 이상)은 16.5%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웃돌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의 3개 카테고리 별 유병률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 순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누적돼 왔다. 아시아 지역 농경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았는데, 이러한 식이 자체가 복부미만 체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혹자는 시골에서 농사일로 분주한 할머니들이 물에 말은 밥에 김치를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영양분 섭취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복부비만 체형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식이 자체가 복부비만의 체형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TG가 증가하는 전통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복부비만의 경우 TG 수치를 증가시키고 TG가 상승하면 연이어 H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라 과도한 육류섭취로 인한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의 증가 등이 TG 증가와 HDL 콜레스테롤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독립적 위험인자
고중성지방혈증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TG의 증가가 추가적인 지질이상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TG가 높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인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과 관련해서는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이 양산된다. 같은 이상지질혈증이라 할지라도 TG가 높으면 나쁜 성질의 LDL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련의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성지방 관련 병태가 관상동맥질환,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과 독립적으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는 것이다. Zhao 교수가 인용한 ‘아·태지역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서 중성지방의 역할’에 관한 연구논문(Circulation 2004:110:2678-2686)을 보면 TG가 가장 높은 상위 5개 그룹의 관상동맥질환 사망위험이 가장 낮은 하위 5개 그룹과 비교해 70%,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 뇌졸중 위험도 50%나 높았다.

Zhao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의 임상연구에서 중성지방 강하에 따른 임상혜택이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새로운 역학연구나 차세대 약제의 등장으로 중성지방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적극 대처를 촉구했다.

약물치료 전략
현재까지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약제는 피브린산유도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중성지방을 20~50%까지 낮추며 HDL 콜레스테롤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2011년 발표된 유럽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대표적 피브린산유도체인 피브레이트가 중성지방을 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10~15%까지 높인다며 고중성지방혈증(Class I)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Class IIb)의 약물치료에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피브레이트의 지질조절 효과와 안전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질조절 효과가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의 컨센서스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피브레이트
피브레이트 단독 또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병용요법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는 HHS, VA-HIT, BIP, FIELD, ACCORD-Lipid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연구는 FIELD와 ACCORD-Lipid 연구다.

2005년 발표된 FIELD 연구는 등록시점에서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았던 제2형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의 관상동맥사건 감소효과를 비교·평가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그룹의 관상동맥사건 빈도가 5.2% 대 5.9%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세부분석에서 피브레이트는 위약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재형성술 위험을 통계적으로 낮추면서 전체 심혈관사건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알부민뇨나 망막증 등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2012년 발표된 FIELD 연구 하위분석에서는 만성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Diabetes Care 2012:35:218-225). 전문가들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나타나는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특성을 피브레이트가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타틴·피브레이트 병용요법
2010년 발표된 ACCORD-Lipid 연구는 피브레이트의 지질인자 표적치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관심을 끌었다. 역시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바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빈도가 10.52%(연간 2.2%) 대 11.26%(연간 2.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의 결과에 주목했다. 중성지방이 200mg/dL를 초과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35mg/dL 미만으로 낮은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 통계적 유의성의 기준인 P값이 0.03으로 피브레이트의 추가적인 임상혜택에 유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한편 201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피브레이트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13%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같은 효과는 중성지방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높은 환자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됐다(Lancet 2010;375;1875-1884).

신장질환에서 피브레이트 효과
이런 효과는 만성 신장질환(CK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중성지방 저하, HDL 콜레스테롤 상승 기전의 피브레이트가 CKD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30%까지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준(Min Jun) 교수팀은 J Am Coll Cardiol(2012;60:2061-2071)에 ‘신장질환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 “CKD 환자의 지질이상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광범위한 적용을 지지한다”며 전략의 변화를 주문했다.

사구체여과율(GFR)이 60 미만인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는 총콜레스테롤(-0.32mmol/L, P=0.05), 중성지방(-0.56mmol/L, P=0.03), HDL 콜레스테롤(+0.06mmol/L, P=0.001) 등 지질 전반을 개선했다. GFR이 30~59.9인 환자에서는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이 30%(P=0.004),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40%(P=0.03)까지 감소했다. 전체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피브레이트는 신장기능과 관련해 당뇨병 환자에서 알부민뇨의 진행을 14%(P=0.02) 줄인 반면, 혈청 크레아티닌은 높이고 GFR은 감소시켰다. 말기 신장질환(ESRD)은 피브레이트군에서 15%(P=0.575) 감소했으나,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신장기능과 관련한 수치의 변화들이 CKD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데이터가 제한적인 가운데 CKD와 연관된 명확한 부작용 우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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