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 항고혈압제

 

위험인자가 다중발현되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단독이 아닌 여러 인자들을 동시에 관리함으로써 심혈관사건 위험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ASCOT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과 함께 지질조절을 병행해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ASCOT-BPLA
ASCOT-BPLA(Lancet 2005;366:895-906) 연구는 40~79세 연령대로 최소 3개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유한 고혈압 환자들(1만 9257명)을 대상으로 신·구 항고혈압제 요법의 임상혜택을 비교·검증하고자 했다. 심혈관 위험인자가 다중발현된 대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압강하력(marker)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인 심혈관 임상결과(outcome)의 개선 여부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는 칼슘길항제(CCB) 암로디핀 5~10mg ±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 4~8mg(암로디핀 기반요법)과 베타차단제 아테놀롤 50~100mg ± 이뇨제 벤드로플루메티아지드 1.25~2.5mg(아테놀롤 기반요법) 병용치료를 비교했다. 치료·관찰 5.5년(중앙값) 시점에서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CHD)은 429명 대 474명으로 암로디핀 기반요법군의 위험도가 10%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hazard ratio 0.90, P=0.1052).

반면 아테놀롤 대비 암로디핀 기반요법의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은 23%(327명 대 422명, hazard ratio 0.77, P=0.0003), 전체 심혈관사건이 16%(1362명 대 1602명, hazard ratio 0.84, P<0.0001), 사망률은 11%(738명 대 820명, hazard ratio 0.89, P=0.025) 감소하는 등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연구가 조기종료됐다. 여기에 당뇨병 위험 또한 암로디핀군이 유의하게 낮았다.

우수한 심혈관사건 개선혜택
주목해야 할 대목은 두 치료그룹의 혈압강하력이다. 5.5년 관찰시점까지 혈압강하력은 암로디핀군이 우수한 경향을 보였지만(암로디핀군 136.1/77.4mmHg 대 아테놀롤군 137.7/79.2mmHg), 평균차이는 2.7/1.9mmHg로 크지 않았다. 반면 아테놀롤군 대비 암로디핀군의 심혈관사건은 16%, 뇌졸중은 23%, 사망률은 11%까지 감소하면서 유의한 임상혜택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CCB나 ACEI에서 관찰되는 혈압조절 이외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에 주목했다. 이들 약제가 내피세포기능장애, 염증, 혈압 변동성 등 여타 마커(marker)와 관련해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ASCOT-LLA
ASCOT-LLA(Lancet 2003;361:1149-1158) 연구는 항고혈압제 요법의 심혈관사건 혜택을 검증키 위한 ASCOT-BPLA에서 기저시점의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6.5mmol/L(250mg/dL)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총 1만 9342명이 ASCOT-BPLA를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이 가운데 1만 305명이 아토르바스타틴(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즉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크게 높지는 않지만 스타틴으로 치료했을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ASCOT-LLA 연구는 관찰 3.3년(중앙값) 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심질환(1차 종료점 복합빈도)이 위약군에 비해 36% 유의하게 감소하면서 조기종료됐다. 뇌졸중 역시 27% 의미있게 감소했다. 총 심혈관사건도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21%(P=0.0005)의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각각 13%와 10%씩 줄었으나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ASCOT-LLA 연구를 11년까지 확대해 관찰한 ASCOT-LLA-11 연구에서 12%(P=0.02) 감소하면서 유의한 혜택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고혈압 관련 임상시험에서 항고혈압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스타틴을 투여함으로써 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특히 대상환자들의 총콜레스테롤이 250mg/dL 미만으로 경계치보다 다소 높은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암로디핀 + 아토르바스타틴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ASCOT-LLA 연구에서 나타난 항고혈압제 암로디핀과 지질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 병용의 심혈관사건 개선 혜택이다.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는 메디칼업저버에 기고한 글을 통해 “(ASCOT-LLA 연구에서) 암로디핀과 아토르바스타틴을 함께 복용한 환자군의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사망하지 않은 심근경색증이 46%, 뇌경색증이 37% 감소했다”며 “반면 아테놀롤과 아토르바스타틴을 함께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각각 25%와 10%의 감소효과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과를 보더라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암로디핀과 아토르바스타틴의 병용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CRUCIAL
이러한 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CRUCIAL 연구다. Current Medical Research & Opinion 2011;27:821-833에 게재된 이 연구는 ASCOT-LLA와 아주 유사한 목적과 방법으로 디자인됐으며, 결과 역시 다중발현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관리가 가져다 주는 심혈관사건 개선혜택을 지지하고 있다.

연구는 3개 이상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유한 고혈압 환자들(1461명)을 대상으로 했다. 35~79세 연령대로 관상동맥 심질환 병력이 없고 총콜레스테롤이 250mg/dL 미만인 환자들을 카듀엣(암로디핀 +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 또는 일반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비교·평가했다.

국내 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카듀엣 기반치료 그룹은 일반치료군과 비교해 10년 내 관상동맥 심장질환 발생위험(10-year Framingham CHD risk)이 27%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12.5% 대 16.3%, P< 0.001). 또한 SCORE 모델을 통해 분석된 치명적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카듀엣군이 23% 더 낮았다. 또한 CRUCIAL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아시아 지역(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448명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일반치료군에 비해 카듀엣 기반치료군에서 10년 내 관상동맥 심장질환 발생위험이 30.8% 더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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