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9세이하 1억 4000만명이 성기 단순 포진 바이러스 동반…치료제 없어

10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37억 인구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보고서를 공개해, 질환의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WHO에 따르면 바이러스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치료제가 없어 한번 감염되면, 거의 평생동안 재발하게 된다. 하지만 젊은 성인의 90%는 "항바이러스제 몇번 먹으면 금방 개선된다" 등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질환의 심각성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WHO가 2012년 기준 역학 조사를 최초로 실시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전 세계 50대 이하 성인의 68%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보고서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유럽, 서태평양 지역 15∼49세 이하 인구 1억 4000만 명이 성기 단순 포진 등을 동반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나라별로는 서태평양 지역이 여성 4억 8000만명, 남성 5억 2100만명이 HSV-1에 최다로 감염됐다. 그 다음으로는 동남아 (여성 4억 3200만명, 남성 4억 5800만명) 아프리카(여성 3억 5000만명, 남성 3억 5500만명), 동부 지중해(여성 1억 8800만명, 남성 2억 200만명), 미국(여성 1억 7800만명, 남성 1억 4200만명), 유럽(여성 2700만명, 남성 1억 8700만명) 순이였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유전적, 생물학적 유형에 따라 8종이 있지만, 제1형 단순포진(Herpes Simplex Virus, HSV-1)과 제2형 성기단순포진(Herpes Simplex Virus, HSV-2)이 대표적이다.

HSV-1은 주로 구강 접촉으로 인해 입 주변이 헐거나 물집이 생기고, HSV-2는 성관계 등 피부접촉으로 성기 주위에 전염돼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WHO의 이번 조사결과에서 HSV-1 역시 성기 단순 포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1차 감염 후 잠복기간은 평균 4~7일이다. 초기증상으로는 전신 무력감, 열, 두통 등이 동반되는데 이후 감염된 피부와 점막 부위에 작은 수포가 생긴다. 이 수포들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통증이 악화된다.

재발 감염은 1차감염보다 경미하지만 재발률이 매우 다양하고 1년에 5~8회 정도 재발한다. 특히 HSV-2형 성기단순포진의 80%가 1차 감염 후 1년 이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SV-2형 감염도 심각, 남자보다 여자가 많아

WHO는 앞서 지난 1월 전 세계 4억만 명이 HSV-2에 감염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WHO 성감염증 전문가인 브리스톨대학 Katharine Looker 교수에 따르면 성기 감염의 주 원인인 HSV-2 감염자수가 2012년 4억 17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 10%을 웃돌았다. 같은해 신규 감염자수도 1900 만 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012년 전 세계 15~49세이하 성인 감염자를 남녀별, 지역별 감염률로 산출해 비교·분석한 결과 2012년 HSV-2 감염자 수는 4억 1700만명, 감염률은 11.3%으로 추정됐다. 특히 여성이 2억 6700만명으로 1억 5000만명인 남성보다 1억 1700만명 많았다.

2012년 신규 감염자 수 역시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새로 감염된 성인이 192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0.5%였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가 감염률이 가장 높았다. 단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의 감염자 수 증가세도 무시할 수 없다고 WHO는 덧붙였다.

WHO Marleen Temmerman 생식보건 담당 국장은 "젊은 성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2종류의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정달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안되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회원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전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Temmerman 국장은 이어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전염되도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감염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치명적"이라면서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는 인식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백신 임상시험 실패, 그 이유는?

이처럼 HSV-1 또는 HSV-2에 의한 감염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재발성 감염증을 일으켜 통증,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HIV 감염 위험도 일으킨다.

현재로썬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관련 증상을 억제하는 정도까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전염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증상이 나타날 때 배우자와의 성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들이 헤르페스백신 임상시험에 나섰지만,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실례로 2012년 과거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Robert Belshe 교수팀이 8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HSV-1 50% 가까운 보호효과만 보였을 뿐 HSV-2 감염은 20%도 막지 못해 연구가 실패로 끝났다.

공동저자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Peter Leone 교수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HSV-1 감염 예방에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원인은 복잡한 바이러의 성질에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단순히 외피(outer coat)를 변이시키면서 인간의 면역체계를 공격한다. 반면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어 인간의 면역체게를 교모하게 혼란시킨다는 것. 때문에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고도의 안정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WHO는 HSV-1형 HSV-2형 바이러스 백신과 살균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독려하는 데 앞정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열릴 WHO 총회를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비롯한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 예방을 위한 세계 보건전략 수립을 최정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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