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문항출제 공청회서 문항수 증설 논의
형식적 비판받은 단편지식 문항은 지양

#. 당신이 심한 자동차 사고 앞에서 멈춘 의사라고 하자. 노인 남성이 사고로 인해 심한 호흡 곤란, 출혈성 쇼크가 있을 때 의학적 처치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는?

A) 의학적 태만에 대한 어떠한 소송에 대해 보호하는 법적 책임의 범위를 인지하는 경우
B) 환자가 온전한 정신상태로 치료해 달라는 동의를 의사에게 했을 경우
C) 치료를 제공할 상황이 의사의 능력 범위에 있을 때
D) 그 광경이 안전하든 안전하지 않든 사회적 의무로서
E) 당신이 초기 처치에 대한 의학적인 술기가 있든 없든 모든 상황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일부 직역 국가시험에 형식적으로 포함됐던 의료윤리 문항이 대폭 늘어나고 난이도가 올라갈 전망이다.

인명을 다루는 직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얻고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암기형 문항에서 벗어나 윤리문항의 질을 높이고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윤리문항 출제를 위한 공청회'에서 권복규 이화의전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보건의료인국가시험 윤리문항 출제연구팀은 29일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 세미나룸에서 윤리문항 출제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국내·외 보건의료인 면허시험에 있어 의료윤리 문항의 출제 경향'에 대해 발표한 정유석 단국의대 교수는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등 외국의 관련 문항을 예시로 소개하면서 국내 적정 문항수 및 문제유형을 제안했다.

앞서 소개한 문항은 캐나다의사국가고시 출제문항으로, 정답은 C)로 제시됐다. 각국의 의료윤리 관련 문항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가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현행 한국 의사국시에 따르면 의료윤리 문항은 2013년도(77회)부터 출제되기 시작해 1교시 '의학총론1'에서 매년 한 문항씩 나오고 있다. 이는 전체 380여 문항에서 0.26%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 교수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로 국내 의료윤리문항의 적정문항수는 3~5%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출제 문항유형은 해석형과 문제해결형, 궁극적으로는 임상사례와 연계한 문제해결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면허관련 시험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답시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인 면허시험의 의료윤리 문항 출제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권복규 이화의전원 교수는 "해당 직군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있어야 한다. 오답시비가 있어도 '이 정도 답까지는 허용 가능하다'는 기준, 사전에 출제근거 제시와 엄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급적 단편적 지식을 묻는 문항은 지양하고, 해당 직군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식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되 흔한 임상사례와 묶어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항을 출제하거나, 윤리적/법적 사고를 동시에 요하는 문항 위주로 가야한다는 방침이다. 

반드시 의료윤리 문항을 국시에 포함시켜야 하는 직종으로는 의료법상 의료인인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와 더불어 약사를 들었다. 약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환자를 대면하며, 임상시험 등 인간대상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왜 의료윤리 문항을 국시에 넣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국시에 출시가 돼야 아직까지 미흡한 국내 의료윤리 교육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의료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11월 중순까지 연구보고서를 마무리 짓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국시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관련 직역별 적용과 구체적 시행시기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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