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 디지털 기술 접목한 제약산업 방향 제시

▲ 한국제약협회 창립 70주년 기념 특별 강연에서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교수)이 '디지털 기술은 제약산업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사진 ⓒ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 환자들 중 최소 절반은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WHO)
# 처방을 따르지 않는 것 때문에 연간 2900억달러의 의료비용이 낭비, 연간 350만번의 입원과 12만5000명의 사망을 초래한다.(New England Healthcare Institute)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어도 환자들이 복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그간 제조하는 제약사나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오랜 숙제로 꼽혔다. 그렇다면 약에 추적 센서를 달아 환자가 제대로 복용하는지 알 수 있게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까?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장(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교수)은 26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제약협회 창립70주년 기념 강연에서 '디지털 기술은 제약산업을 어떻게 혁신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유전자, 인공지능, 웨어러블, 모바일 헬스 등 기술을 접목한 제약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약에 '추적센서' 달아 복용 여부 확인

그동안 환자가 의약품 복용을 중단하는 이유는 잊어버려서, 부작용 때문에 불안해서, 다 나은 것 같아서, 금전적으로 부담돼서 등이 있다.

때문에 환자들이 처방대로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app)으로 알람을 알리거나(J&J Care4Today), 알람이 울리는 약통을 개발하거나(Vitality's GlowCap), 요일별로 케이스에 넣는 방식(MedMinder's Pill Dispenser) 등이 강구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약을 정말 복용하는지 혹은 그냥 버리는지 여부는 실제로 알 수 없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소화 가능한 센서(Ingestible Sensor) 등을 통해 환자가 복용했는지 확인하는 스마트 필(Smart Pill) 기술이 개발됐다.

센서는 모래알 크기이며, 무기질인 구리와 마그네슘으로 구성됐다. 약에 부착해 복용한 후 위액과 반응하면(레몬전지 원리) 1.5볼트의 미세 전류가 발생하고 센서는 자연스럽게 소화된다.

이 전류를 패치로 감지해 실제 약을 복용했을 때만 스마트폰·클라우드 등에 기록을 남겨 복용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 오라클이라는 IT회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2012년 7월 FDA 승인을 받았고 2010년 유럽 CE마크를 획득했다.

이를 적용하면 환자는 복용 정보를 주치의, 보호자 등과 공유하며 잊지 않고 처방에 따라 복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더딘 호전이 약의 효능 때문인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기 때문인지 판단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제약사는 임상 시험 참가자 관리 및 데이터 신뢰 여부를 따질 수 있고, 피실험자의 재택 임상 시험도 용이해지며, 의료보험사는 처방을 따르지 않는 환자에게 보험상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 같은 장점에 원격 기술은 다국적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는 양상이다. 올해 9월 오츠카제약은 항우울제 아빌리파이에 센서를 부착해 FDA 승인 신청을 했다.

화이자는 2011년 과민성 방광 치료제 덴트롤과 관련해 기존 2007년에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임상과 동등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원격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약도 우편을 통해 보내며, 스마트폰 일지를 통해 복약 여부를 추적했다. 혈액 검사도 원격으로, 주기적 체크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사노피는 올해 무선 혈당 측정계 Mendor 검증을 위해 클라우드에 혈당 데이터를 직접 업로드하고, 환자 모집, 데이터 수집, 동의서 등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추진했다.

최 소장은 "기존 방식으로 임상을 할 때 임상 연구자들이 환자를 모아 돌려보내고 환자가 한달 뒤 방문하면 효능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부정확할 수 있다"면서 "부착 센서를 활용하면 환자가 언제 복용했는지 알 수 있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볼 때 환자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제한 없이 환자를 모으기에도 용이하다"고 전했다.

모바일 헬스케어와 결합한 '의료 시스템'

이밖에도 최 소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의료 시스템을 소개했다. 2012년 12월 FDA로부터 승인받은 Heart Monitor of AliveCor는 부정맥이 발생하는 순간 심전도를 스스로 측정, 기록 및 전송이 가능하다.

▲ 최윤섭 연구소장(사진 ⓒ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측정시 심계항진, 어지럼증, 호흡곤란, 피로감, 가슴 통증 등 증상을 체크할 수 있으며, 측정 시 운동을 했는지, 기상 직후인지 등 활동도 기재한다. 처음에는 전문의들에게만 판매했으나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환자들도 구입이 가능해졌다.

단순히 측정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의 심혈관계 전문의로부터 24시간 이내 데이터 해석 및 권고 사항을 받으려면 12달러를 내는 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가장 큰 전자의료기록(EMR) 회사인 Practice Fusion과 연동해 환자들이 평소 측정한 데이터가 EMR과 연동된다. 모바일 헬스케어로 측정한 데이터를 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APPLE이 출시한 Research Kit는 아이폰의 센서로 측정한 의료·건강 데이터를 플랫폼에 공유가 가능하다. 가속도계, 마이크, 자이로스코프, GPS 센서 등을 이용해 걸음, 운동량, 기억력, 목소리, 떨림 등을 측정하는 것.

이는 연구참여자 등록의 물리적, 시간적 장벽을 제거하고 대중의 의료 연구 참여를 장려하며, 발표 후 24시간 이내에 수만명 참여자들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연구 앱 MyHeart에는 발표 하루만에 1만1000명의 참가자가 등록했고, 스텐퍼드의 해당 연구 책임자 앨런 영은 "기존 방식으로 1만 1000명의 참가자는 미국 전역의 50개 병원에서 1년간 모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파킨슨병은 기존에 6000만달러를 투자해 5년간 단 800명의 환자를 모집했던 반면, 파킨슨 병 연구 앱 mPower를 통해서는 발표 하루만에 5589명의 참가자가 등록됐다.

최 소장은 이밖에도 헬스케어 의료분야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인 유전정보 분석 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며 "헬스케어 분야에 스나미(tsunami) 같은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며,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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