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균 발생, 병원급 관리 '엄격'
항생제 내성균 발생, 병원급 관리 '엄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15.10.2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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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국내 항생제 오·남용 실태 심각, 전체 의료기관 표본→전수감시
▲ 환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병원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취약지구가 되고 있다.
최신 항생제까지 무기력하게 만드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조짐이 포착됐다.

물론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이 각종 중증 세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내시경실 등 병원 모든 곳이 감염병 발생에 취약하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슈퍼박테리아의 발생과 관련 항생제 내성 관리 전략을 담은 글로벌 액션플랜(action plan)을 세계보건회의에 제출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지속가능한 감염병 관리전략을 펴자는 취지로 항생제의 시의적절한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항생제의 오용과 남용을 안 짚을 수 없다.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됐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 병원성 미생물 치료에 승산을 점쳤다. 예상과 달리 빈번한 항생제 사용은 이들에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내성균(AMR)을 초래했다. 심지어 지난 1996년에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까지 내성을 보인 황색포도상구균(VRSA)도 등장한 상황.

이 가운데 최근 주요 감시대상으로 부상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하 CRE) 관리의 현실적 문제점과 항생제 남용에 관한 학계 시선을 살펴봤다.

1. CRE 확산 위협, 입원환자 주의보 

2. 국내 CRE 감염관리 표본감시서 전수감시 전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현실적 대안 필요"

그렇다면 의료계의 생각은 어떨까. 전수감시는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모든 병의원에서 시행돼야 하지만 감염관리실 운영을 위한 별도 인력 배치는 의료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반응이다. 현재 의료법상 감염관리실은 200병상 병원을 대상으로 전담 의료진을 배치해야만 한다. 만일 이를 위반할 시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국내 병원 중환자실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감시체계 강화보단 국내 의료현실을 반영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CRE와 관련해선 실제적인 방안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0년 9월 감염관리 표준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가 미국 CDC와 국내 학회의 진료지침을 근거로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화학요법학회,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등 유관학회와 협의를 거쳐 최종 권고안을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 항생제 오·남용 심각

해외 사례는 어떨까. 일본은 CRE와 VRSA 및 VISA를 법정감시대상으로 정해놓고, 전체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사정은 미국 및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수감시와 더불어 조기경보대응체계를 가동 중인 상황. 표본으로 선정된 일부 의료기관만 국한해 관리를 하는 국내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항생제 내성이 위협적인 수준임을 감안해 항생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9월 오바마 대통령명으로 국가적인 항생제 내성 관리 전략을 새로이 공표한 바 있다. 영국 역시 정부가 앞장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현주소를 점검하고 오는 2016년 2분기까지 정부 주도의 액션플랜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체로 미온적인 반응이다. 대부분이 인정은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에선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진료지침조차 미약한 실정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포착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공조를 통해 지난 2010년부터 항생제 내성 관리 전략을 새롭게 짜는 대응방안을 논의해 왔다. 작년에는 첫 결과물로 아태지역 항생제 내성 관리 방안을 담은 APEC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여기에 포함된 항생제 내성 관리 및 예방 전략은  △지역별 항생제 사용과 항생제내성 조사 △항생제내성에 대한 인식 증진 △효과적인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 △원내감염 관리와 예방 △백신접종 △항생제 사용부터 위험 약물 방지까지 보건당국의 효율적인 규제 등이다.

 

"항생제 내성 조사 보고, 국제적 공조 절실"

이와 관련 성균관의대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삼성서울병원)는 "항생제 내성문제는 이제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공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시아 지역은 이미 발생빈도가 위협적인 수준으로 다각적인 해결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매우 소수의 항생제만이 내성을 보이는 감염증 치료에 이용된다는 것인데, 송 교수는 "내성문제를 손놓고 관망만 하다가는 항생제가 도입되기 이전의 전염병 대유행시대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 공공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WHO의 글로벌 항생제 내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균(E.coli),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MRSA 등에 사용되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의 내성은 이미 높다. 또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치료에 쓰이는 페니실린의 민감도 역시 이제는 떨어진다.

아시아권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꾸준히 발표되는 통계자료에서 아시아 지역은 주요 병원성 출현지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항생제 내성률을 보고한다. 중국,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지역이 MRSA와 관련해 절반을 넘어서는 항생제 내성을 기록한 것. 또 폐렴구균에 사용되는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 내성 또한 70%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환자 치료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질병 이환율을 비롯한 입원기간과 사망률을 올린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항생제 내성으로 최소 200만명의 환자가 관리가 안 되고 있으며, 해마다 2만 30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영국은 항생제 내성으로 2050년까지 매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을 넘어서는 수치다.

진료현장에서 항생제의 오·남용이 무분별하게 자행되면서 내성위험이 이미 인류에 위협적인 수준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공조와 강력한 규제가 요구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직시한 선진국들에서는 국가 보건의료 어젠다의 최상단에 항생제 내성 관리전략을 올려 놓았다. 다국가, 다학제가 참여해 항생제 내성의 실제 현황과 경제성 평가를 통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관리전략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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