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병원내 CRE 발생 확산 조짐, 주요 관리 대상으로 문제 부상

▲ 환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병원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취약지구가 되고 있다.
최신 항생제까지 무기력하게 만드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의 조짐이 포착됐다.

물론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이 각종 중증 세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내시경실 등 병원 모든 곳이 감염병 발생에 취약하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슈퍼박테리아의 발생과 관련 항생제 내성 관리 전략을 담은 글로벌 액션플랜(action plan)을 세계보건회의에 제출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지속가능한 감염병 관리전략을 펴자는 취지로 항생제의 시의적절한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항생제의 오용과 남용을 안 짚을 수 없다.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됐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 병원성 미생물 치료에 승산을 점쳤다. 예상과 달리 빈번한 항생제 사용은 이들에 반응하지 않는 항생제내성균(AMR)을 초래했다. 심지어 지난 1996년에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에까지 내성을 보인 황색포도상구균(VRSA)도 등장한 상황.

이 가운데 최근 주요 감시대상으로 부상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이하 CRE) 관리의 현실적 문제점과 항생제 남용에 관한 학계 시선을 살펴봤다.

1. CRE 확산 위협, 입원환자 주의보 

2. 국내 CRE 감염관리 표본감시서 전수감시 전환

CRE 발생 확산 조짐…변종 CRE 출현

CRE는 일반 장내세균처럼 요로감염 및 폐렴, 패혈증 등의 다양한 감염증을 일으키며,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들에서 감염되기 쉽다. 때문에 CRE의 출현은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에 버금가는 것이다.

최근 미국질병관리예방본부(CDC)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를 공개했다. JAMA 10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CDC의 Alice Y. Guh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CRE 감염 발생률은 현재 인구 10만 명당 2.93명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입원 경험이 있거나,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며 다른 환자의 분비물에 노출 및 체내 삽입 기구를 사용했던 경험이 있었다. 또 대부분 소변검사에서 CRE 감염 사례가 밝혀졌다.

2년간 미국의 7개 주에서 진행된 조사를 통해 599건의 CRE 감염사례가 확인됐는데, 연구팀은 감염자 수치가 "과소평가 됐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조사에 전체 영리 병원 실험실 데이터는 빠져 있었기 때문.

결과에서 CRE 발생 건수 대부분은 소변에서 검출됐으며(86.8%; 95% CI, 84.1%-89.5%), 기타 11.4%의 환자는 혈액에서 확인됐다(95% CI, 8.8%-13.9%). 즉 절반 이상인 65.5%는 첫 배양 후 30일 이내 내원한 외래환자에서 확인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더불어 잠시 응급실을 다녀간 33.9% 환자들에서도 문제가 됐다. 반면 약 8% 환자는 병원 내원 기록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지역사회 획득 CRE 감염사례를 대표하는가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며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CRE가 전파됐다는 것을 판명하기 위해서는 기타 다른 내성 그람음성세균과 같은 전향적 연구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더 있다. 다양한 CRE의 유형이 출현했다는 것. 따라서 보다 면밀한 역학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확실한 예방효과를 얻는 데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편집자 논평에서 미국 시카고 러쉬의대 Mary K. Hayden 박사는 "이번 Guh 박사팀의 연구결과 CRE 감염 발생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도시 지역을 비롯 교외 지역을 포함하는 대단위 조사가 추후 투입될 의료비용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동정된 CRE의 분자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연구에선 기타 슈퍼박테리아의 유병률도 공개됐다. 여기서 CRE의 유병률은 다른 약제내성 세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인구 10만 명당 25.1명이었으며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은 147.2명이었다.

그러나 CRE가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에서 철저한 예방 관리가 절실하다는 데엔 의견을 같이했다.

VRSA·CRE 의료기관 전수감시 명령

현재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관리 대상이 되는 의료관련 감염병은 6종이다. △반코마이신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감염증 △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VRE) 감염증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감염증 △다제내성 녹농균(MRPA) 감염증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감염증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등이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들 감염병 6종에는 표본감시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근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300병상 이상 100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표본감시 체계를 운영 중인 상황.

 

하지만 최근엔 슈퍼박테리아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적극적인 관리체계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는 이미 OECD 가입국가 가운데 항생제 사용량이 도를 넘어선 수준.

최근 보건복지부는 슈퍼박테리아에 해당되는 VRSA와 CRE 감염증과 관련해 의료기관 전수 감시를 명령했다. 해당 감염증이 확산될 경우 치사율이 높고 의료 투입 비용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전체 의료기관 감시체계를 구성하겠다는 게 요지다.

특히 내성 확산이 빠르고 절반에 가까운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는 CRE와 VRSA 및 VISA의 경우 최근 3년간 6000여 건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또 희귀 신종 슈퍼박테리아가 국내서 발견됐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3년 4월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 현장 점검을 진행하던 중 신종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 OXA-232 유형이 13개 병원서 63명이 보고됐다. 이 유형은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해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을 전달해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도 보고사례가 드문 종류.

국내 질병관리본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6종 모두에 전수감시를 명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VRSA와 CRE를 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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