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첫 공판서 업무상 과실치사·환자 비밀누설 대립 첨예…수술동의 여부 등 쟁점

▲ 서울동부지법에서 21일 열린 故신해철 의료사고 첫 공판에서 공판 직후 심경을 밝히고 있는 집도의 강 아무개씨와 신해철씨 부인 윤원희씨.

의료과오 논란에 휩싸인 故신해철 집도의가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 선택을 거부하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사인으로 지목된 천공에 대해서는 "수술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수술직후 음주와 과식 등 환자의 생활태도로 인해 위장벽이 약해져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앞서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8월 집도의 강 아무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의사로서 수술시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고인에게 악결과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조치를 게을리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21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양측은 위 축소술 시행 전 환자 동의 여부와 천공 발생 등 의료과실, 환자 비밀누설 등의 쟁점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먼저 검찰측은 집도의가 위 축소술 시행 전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점과 이후 치료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검사는 "유착박리술을 시행할 때 복강내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정확히 시술해야 하고,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 원인 파악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면서 강씨의 의료상 과실을 언급했다. 

이어 "의료인으로서 의료행위 중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강씨)은 지난해 12월 초순 의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라는 글을 올려 관련 자료, 사진, 수술이력 등을 동의 없이 게시했다"며 의료법 위반 책임을 물었다.

"수술 중 과실로 천공 발생" vs "환자 과식·음주 탓" 

기소내용에 수긍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강씨는 "일부 맞는 것도 있지만 틀린 게 많다"며 반박했다. 국민참여재판 선택 여부를 묻자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씨측 변호인은 "동의 없이 위 축소술을 했다고 하는데, 위벽을 강화하기 위한 봉합수술이 불가피해 사전설명 및 수술동의를 받았다"며 "위내시경으로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을 종료했고 천공은 없었다. 수술 이후 스트레스와 음주, 무리한 외부활동 등으로 위장벽이 약해져 발생한 지연성 천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비밀유지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게시한 자료 등은 당시 유족이 이미 대중에게 유포했던 내용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해도, 악의적 보도 등을 통해 의사로서 존엄성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한 불가피한 조치로써 형법상 정당방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11월 18일로 잡혔다. 이날 두 번째 공판에서는 강씨의 의료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증인 심문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정을 나선 강씨는 "나도 의사지만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 악결과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충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첫 공판을 지켜본 故신해철씨의 부인 윤원희씨는 "공판이 시작된 것만 해도 감사드린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이 잘 지내주고 있어 다행"이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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