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완전 개정본 발표...진단 알고리듬 도식화 간편하게 설명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2015년 새로운 천식 진료지침을 선보였다. 급성 천식악화에 대한 내용만 부분적으로 개정했던 2013년판을 제외한다면 2011년에 이어 4년 만의 개정본이다. 이번 지침서는 처음으로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공동작업으로 소아와 성인 천식의 통합된 지침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간 제정작업에 소아과 전문의들이 일부 참여했지만, 기획단계부터 학회 간 통합된 팀을 꾸린 적은 없었다.치료과정 중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부분을 보강하고 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 운동유발기관지수축, 치료불응성 천식과 같은 특수상황에서의 대처방안과 환자교육 관련 내용을 별도 정리함으로써 진료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원가 친화적 가이드라인 개발
2015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천식 진료지침은 소아부터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천식 가이드라인의 총 집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 수요도가 가장 높은 1차진료의들과 전공의들의 입장을 적극 고려함으로써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이번 개정안의 개발위원장을 맡은 서울의대 조상헌 교수(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천식알레르기학회가 내과, 소아청소년과와 공동으로 개발한 통합된 진료지침”이라며 “진료현장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개원가에서는 내과 또는 소아과 등으로 구분돼 있더라도 내원하는 환자들 가운데 성인, 소아가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 연령층의 천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크게는 총론에서 진단 및 분류, 치료와 모니터링, 특수 상황에서의 천식, 교육까지 총 5장으로 구성했다. 또 지침을 참고하는 임상의들이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상세히 나눴다. 진단, 약물 유지치료 및 모니터링, 급성 악화 발생 시 치료에 대한 부분은 성인과 소아 파트로 구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를 발족시킨 2004년 이래로 근거기반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만드는 데 주력해 온 만큼, 엄선된 주요 국제가이드라인과 국내 역학자료 등을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2014년도 세계천식기구(GINA) 가이드라인과 영국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받아들임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최신지견을 일선 진료현장에 전달하고자 했다.

△운동유발검사상 천식 양성기준을 포함해 △흡입 스테로이드제(ICS)가 급성 천식악화 환자의 단기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ICS 단독 또는 지속형 베타-2 작용제(LABA)와의 병용요법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은 성인 환자에서 지속성 항콜린제 티오트로피움(tiotropium)이 천식조절 및 폐기능 개선에 부가적인 효과가 있는가 △성인 천식 환자에서 폐렴구균 백신접종이 감염 발생 및 치명률을 감소시키는가 △ICS 치료가 성인 환자에서 폐렴 발생률을 높이는가 △중증 천식 환자에서 항 면역글로불린 E(IgE) 항체 치료가 증상 및 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가 △질병조절제가 필요한 2세 미만의 소아 환자에서 2단계 치료로 류코트리엔 조절제를 사용하는 것이 천식조절에 효과적인가의 7개 핵심질문을 선정했으며, PICO(Patient·Intervention·Comparison·Outcome) 방식에 의해 도출된 권고문을 상세히 풀어냈다. 

계절·악화요인 따라 가변성 강조하는 새 정의 도입
4년 만에 선보인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진료지침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천식의 정의를 새롭게 내린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천식이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변화하는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 기침과 같은 증상이 가역적인 호기 기류제한과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질환’이다. 계절 또는 운동, 알레르겐 혹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등과 같은 여러 악화인자에 따라 증상이 변화하는 가변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천식을 단일 질환군이라고만 여겼던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병태생리 개념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지난해 나온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지침의 정의와도 동일하다. 환자에 따라 임상양상이나 중증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는 견해가 전 세계 공통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가이드라인은 인구학적, 임상적, 병태생리적 기준에 의해 세분화된 표현형을 함께 소개했다. 천식의 표현형 분류는 유사하면서도 차이를 보이는 병태생리를 가진 2개 이상의 질환이 섞여 있는 복합적인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아토피성 천식, 비아토피성 천식, 고정 기류제한을 보이는 천식, 비만과 동반된 천식 등을 들 수 있다.

천식의 사회경제적 부담
한편 천식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가이드라인에서 인용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천식 유병률은 1998년 1.1%에서 2011년 3.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별로는 소아기에 이어 50대 연령층에서 높아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지난 10년간 천식 진단명으로 사망한 환자수가 2004년 1752명에서 2013년 1523명으로 감소한 데 반해 COPD 진단명으로 사망한 환자는 연간 5000~6000명 정도로 유지 혹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 천식 사망률이 줄었다기보다는 ACOS로 인한 사망이 늘어난 영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단과정 도식화·연령별 감별진단으로 실용성 더해
‘진단 및 분류’ 세션은 실용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진단방법을 크게 성인과 소아 파트로 나눠 정리하면서 추가로 연령에 따른 감별진단을 제시했다. 천식 증상으로 병원을 처음 방문한 환자에게 진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와 그림을 적극 이용한 점도 눈에 띈다<그림>.

 

증상 및 병력청취를 해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 기침의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중 동시에 2가지 이상을 호소하거나 밤 또는 기상 직후 더 나빠지는 경향을 보이고 운동, 알레르겐,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극적인 물질에 노출될 때 증상이 유발되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폐기능검사상 과도한 변동성 및 기류제한이 확인되고 기관지확장제 반응, 운동유발시험, 기관지유발시험 등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천식으로 진단 후 치료하도록 권고했다. 단 임상적으로 천식의 가능성이 높고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험적 치료에 의해 ICS와 필요 시 속효성 흡입 베타-2 작용제(SABA)를 먼저 투여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했으며, 이 경우 1~3개월 이내 진단검사를 시행함으로써 확진 또는 다른 진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 실정을 반영함으로써 기관지유발시험 결과가 음성이라도 환자증상이나 임상양상을 감안해 천식 진단을 고려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놨고, 과잉진단을 경계하는 취지에서 객관적 검사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개원의 요구도 적극 반영…모니터링 전략 강화에 집중
이번 진료지침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이라면 단연 환자 모니터링 내용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조상헌 지침개발위원장은 “주요 질환은 가이드라인이 2~3년마다 나오기 때문에 임상의들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진료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실질적으로 개원의사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선별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보라매병원 춘계연수강좌에서 공개됐던 개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대폭 반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1·2차진료기관과 지역병원 종사자를 포함해 개원의 약 300명을 대상으로 천식 환자 진료 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모니터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 1차진료의만 별도로 분석했을 때에는 응답자 비율이 무려 43%까지 증가했다.

이에 위원회는 천식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순차적으로 약제를 추가, 증량하거나 반대로 처방약물의 갯수 및 용량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간과돼 왔음을 인정하고, 약물 유지치료의 상당 부분을 그 부분에 할애했다. 지침은 1~5단계까지 단계적인 천식 유지치료전략과 치료단계를 낮추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표>.

 

천식 환자에서 약물 유지치료 및 모니터링 원칙은 기본적으로 현재 조절상태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천식 증상이 의심될 때는 저용량  ICS부터 투여를 고려하지만, 충분한 증상조절이 되지 않으면 조절상태를 달성할 때까지 치료단계를 올려야 한다. 매 단계마다 안전성이나 비용 면에서 합리적인지, 환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따져 가능한 옵션을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 1단계
1단계 치료는 저용량 ICS 투여를 고려하면서 필요할 때에 한해 SABA 등의 증상 완화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환자에게 급성 악화의 위험이 있거나 증상이 자주 발생하고 야간증상, 폐기능 감소가 동반되면 규칙적인 ICS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근거수준 B).
그러나 SABA를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성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월 1회 이하의 주간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수시간 내로 호전될 때, 야간증상과 폐기능 감소가 없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흡입 항콜린제, 속효성 경구 베타-2 작용제, 속효성 테오필린 등을 대신 사용할 수 있지만 약효 시작이 늦고(A)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 2단계
2단계부터 5단계까지는 질병 조절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증상 완화제를 사용해야 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치료 효능이 더 큰 약제를 선택하게 되는데, 2단계에서는 처음 치료하는 모든 환자에게 저용량  ICS를 질병 조절제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A).
ICS 대신 류코트리엔 조절제(A)를 고려할 수 있으나 ICS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꺼리는 경우,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경우에 사용하도록 제한했다(B). 서방형 테오필린은 항염증 및 질병조절 효과가 약하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사용을 권고하지 않았다(B).

▶ 3단계
3단계 치료방법은 저용량 ICS / LABA 복합제를 유지하면서 필요 시 SABA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용량의 ICS 단독요법에 비해 ICS / LABA 병용요법은 추가적인 증상조절, 폐기능 개선 및 급성 악화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A).
또한 ICS / 포르모테롤 복합제는 증상 완화제와 질병 조절제 2가지 용도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고위험 환자에서 더 낮은 용량의 ICS로도 ICS / LABA 유지치료 또는 고용량의 ICS 단독사용과 비슷한 증상조절 및 급성 악화 감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입증됐다(A). ICS / LABA 복합제 대신 ICS 증량도 고려할 수 있으나 효과 수준이 더 낮고(A), LABA를 추가하는 대신 류코트리엔 조절제(A), 서방형 테오필린(B)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 4·5단계
4단계에서는 3단계 치료 시 사용했던 약제를 기반으로 중간 또는 고용량 ICS / LABA 복합제를 유지하면서 필요 시 SABA를 추가 사용한다. 다만 고용량 ICS / LABA 복합제는 추가적인 효과가 크지 않고(A) 부작용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중간용량 ICS와 류코트리엔 조절제, 테오필린 등의 추가 약제를 사용하면서 천식조절이 이뤄지지 않을 때 3~6개월 동안만 단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B).
5단계는 천식 전문가의 검진이 필요한 단계다. 중증 천식 치료를 위한 추가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폐기능 감소와 잦은 천식 악화를 보이는 아토피성 천식 환자에서는 오말리주맙(omalizumab)과 같은 항IgE 항체를 사용할 수 있고(A), 성인 중증 천식 환자에서는 기관지 열성형술(B)을 고려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장기적인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다.

▶ 치료단계 낮추기
반대로 3개월 이상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고 폐기능 변화가 없으면 치료단계를 낮출 수 있다. 다만 급성 악화 위험이 있거나 고정 기류제한이 있을 경우 면밀한 감독이 필요하고, 급성 호흡기 감염이나 여행, 임신 등을 피해 적절한 시기를 선정해야 한다.

치료단계를 낮추는 방법은 약제의 종류와 용량, 위험인자, 선호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도과민성이나 객담 호산구 수치 등은 치료단계를 낮춘 후의 증상재발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갑자기 ICS를 중단할 경우 향후 급성 악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주의를 요한다(A).

이러한 감량과정과 악화 가능성, 악화 시 행동지침 등에 대해 환자와 충분히 상의해야 하고, 3개월 간격으로 ICS 용량을 25~50%씩 감량하는 것이 안전하다(B). 한편 급성 악화 발생 시 치료에 있어서는 성인, 소아 환자로 구분한 데서 추가로 가정 / 1차의료기관 / 응급의료기관으로 나눠 기술함으로써 활용도를 높였다.

1차의료기관에서 급성 천식 악화의 진료에 관한 부분은 병력, 진찰, 객관적 지표에 의한 환자평가는 물론이고 SABA, 산소투여, 전신 스테로이드제, 질병조절제, 항생제와 같은 세분화된 치료방법과 퇴원 여부 평가 및 주의사항, 응급의료기관으로의 전원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노인 천식 관리의 중요성 강조
천식 치료 중 발생 가능한 특수 상황으로는 최근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ACOS와 운동유발기관지수축, 치료불응성 천식과 같은 복합적인 임상양상을 보이는 환자와 임신, 수술, 호흡기감염 등의 이벤트 발생 또는 비염, 부비동염, 비용종, 위식도역류 등의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해당된다.

노인 천식도 이 부분에서 다뤄졌다. 일반적으로 노인 천식이 드물다는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6.8~15.3%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고 젊은 연령층에 비해 심한 천식 환자가 많다는 점을 들어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인에서는 호흡곤란을 노화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심혈관질환이나 위식도역류, COPD에 의한 증상으로 오인할 수 있어 간과되기 쉬운데, 약물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없고 부작용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약물사용 시 더욱 주의를 요한다. 노인 천식의 치료에서도 ICS 치료가 가장 중요하고, 특히 우울증 등의 동반질환 관리는 천식조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자가관리 지침·올바른 흡입기 사용법 포함
마지막 장에서는 흡입기 사용법과 천식 환자 행동수칙에 내용을 별도 구성함으로써 실제 환자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흡입약물은 기도에 직접 작용함으로써 항염증 효과를 극대화하고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지만 정확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치료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가압정량분사흡입기(pMDI)와 분말흡입기(DPI)로 나눠 사용단계에 따른 주의사항과 장·단점을 설명했으며, 5세 이하 소아를 위한 스페이서와 네뷸라이저 사용법도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천식 악화 위험과 의료기관 방문 빈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가관리에 대한 문서화된 지침 양식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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