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가이드라인 정의·진단·치료 컨센서스 제시

 

ACOS에 드리워진 안개, ‘전문가’가 걷어낸다
임상적 실체는 있지만 아직까지 공인된 정의는 없다고 했다. 실제 환자들이 얼마나 있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중복증후군(ACOS)의 이야기다. 임상현장에서는 호흡기내과 전문가들과 알레르기내과 전문가 모두 천식과 COPD가 동반된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ACOS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천식기구(GINA)와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는 안개 속 ACOS의 실질적인 관리방안을 구축해나가기 위한 시작으로 전문가 컨센서스를 제시했다. GINA·GOLD는 지난 4월 ‘만성 기류제한 질환의 진단 : 천식, COPD, ACOS’ 가이드라인을 통해 천식, COPD와 구분되는 ACOS의 정의,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ACOS의 평가, 평가결과에 따른 초치료 전략 등을 제시했다. 임상현장에서 천식과 COPD를 모두 진단받은 환자들의 비율이 15~20%로 높고, 폐기능 및 삶의 질이 천식, COPD 단일질환보다 빠르게 감소한다는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단 아직까지 ACOS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GINA·GOLD 양 기구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문가 합의안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양의대 윤호주 교수(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현 시점에서 GINA·GOLD가이드라인이 ACOS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주고 있고 차후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1차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교수는 “ACOS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가운데 GINA·GOLD 가이드라인이 천식과 COPD 간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컨센서스를 확인시켜주고 있고 동시에 ACOS 진단 및 초치료에 대한 합의안도 제공하고 있다”며 “임상적용 권고사항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제, 천식·COPD·ACOS 관리에 ‘열쇠’?
GINA·GOLD는 ACOS를 지속적인 기류제한과 함께 천식 및 COPD의 주요한 특징을 동반하는 경우로 정의하면서 천식과 COPD와의 감별진단을 주문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기저질환에 따라 천식과 COPD의 관리전략에 입각한 초치료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천식, COPD로 진단된 경우는 각각의 진료지침을 따르고 천식에 가까운 경우는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중심의 치료전략을 시행토록 했다. 필요할 경우 지속형 베타-2 작용제(LABA)나(and / or) 지속형 항콜린제(LAMA)와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반대로 COPD에 가까운 ACOS는 증상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지확장제(LABA, LAMA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를 투여하도록 했고 ICS 단독요법은 금기로 했다. 천식과 COPD의 양상이 균등하게 나타난 ACOS는 기본적으로 천식에 입각해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윤 교수는 “ACOS는 임상에서는 ‘흡연하는 천식 환자’나 ‘천식의 유전적 소견을 보이는 COPD 환자’로 평가되는 중증의 환자들”이라며 “궁극적으로는 ICS + LABA + LAMA 3제요법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식과 COPD는 물론 ACOS까지 대두된 상황에서 적절한 증상 관리를 위해서는 2제 이상의 병용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인데, 최근 복합제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GOLD가 올해 COPD 가이드라인에 ACOS 관련 별도 챕터와 함께 새롭게 승인받은 복합제들을 발빠르게 추가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약물 계열은 LABA / LAMA 고정용량 복합제다. 올해 GOLD 가이드라인에는 포르모테롤 / 아클리디니움, 인다카테롤 / 글리코피로니움, 빌란테롤 / 유메클리디니움 3개의 약물이 추가됐다. 이들 약물은 위약은 물론 LABA, LAMA 단독요법 대비 혜택과 안전성을 입증해 미국, 유럽, 국내에서도 승인받았다.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LABA 또는 LAMA 단독요법보다  병용전략이 COPD 환자의 폐기능, 건강 관련 삶의 질에 혜택을 준다는 점과 함께 두 가지 약물을 한 개의 흡입기로 투여할 수 있다는 점에도 점수를 주고 있다. GINA·GOLD 공동 가이드라인에서 기류제한 환자의 감별진단 및 평가의 필수요소로 적절한 흡입기 사용전략을 꼽고 있는 점, 그리고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유럽 내에서 승인된 복합제들의 혜택으로 환자의 순응도를 꼽고 있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편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LABA와 ICS 복합제에도 최근 적응증이 추가된 베클로메타손 / 포르모테롤을 사용 가능한 약물로 포함시켜 COPD 치료약물의 목록을 충실히 했다.

국내 호흡기 알레르기 학계, 특화전략 구축 중
국내 호흡기 및 알레르기학계도 최근의 국제적인 흐름에 착실히 발맞추고 있다. 먼저 ACOS와 관련해서는 최근 업데이트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COPD 진료지침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천식 진료지침에 GINA·GOLD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ACOS의 정의, 평가, 초치료에 대한 내용들이 반영돼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에 특화된 ACOS 환자의 정의와 관리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도 진행 중이다. 윤 교수는 “현재 국내 병원들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를 대상으로 국제적으로 제시된 ACOS의 정의와 실제 국내 ACOS 환자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각각 ACOS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인식도 및 임상전략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ACOS 외에도 국내 호흡기 치료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논의들도 진행 중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경우 최근 진행한 ‘COPD School 2015’에서 LABA / LAMA 복합제의 임상적 적용과 ICS 유지요법에 대한 토론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리무중에서 벗어난 ACOS의 실체 및 관리전략과 최근 업데이트된 국내외 천식, COPD 관리전략의 현위치를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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