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EULAR 공동 가이드라인] 영상의학 기기 도입 '눈길'...치료제 선택엔 '한계'

▲ 미국류마티스학회(ACR)와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가 최근 통풍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공동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통풍 진단기준이 3년만에 새 단장을 마쳤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 전 세계 통풍 가이드라인 개정을 주도하는 미국류마티스학회(ACR)와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의 협업의 결과라는 데 무게감이 다른 것(Arthritis&rheumatology vol 67 no 10, october 2015 p2557-2568).

통풍 치료에 공통된 기준이 없던 상황에서, 공동 가이드라인은 통풍 환자를 분류하는 데 객관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이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면에선 지난 2012년 발표된 ACR 가이드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과 혈액검사, 영상학적 판단을 두루 활용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주도한 미국 보스턴의대 Tuhina Neogi 교수는 "공통된 기준이 없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의 신약 승인에 일부 난항을 겪었던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은 추후 진행될 통풍 관련 임상시험 및 환자 모집에도 충분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단기준 정확도 ↑ 꿰해, 현실적 치료제 선택은 '아직..'.

무엇보다 양 학회의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기존 임상증상, 혈액검사에 영상의학검사 영역을 추가하며 진단기준에 변화를 주었다.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임상증상 진단에선 관절이나 윤활낭의 부종, 통증, 압통을 1회이상 경험했거나 윤활액 내 요산염 결정체가 관찰된 환자는 즉시 통풍으로 진단하도록 했다. 요산염 결정체가 관찰되지 않은 경우는 점수를 매겨 8점 이상 통풍으로 진단할 수 있다.

통증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판별해내는 것도 유효했다. 환자의 관절이 발적(erythema)된 부위를 눌러 통증을 견디기 힘들거나 관절이 기능 자체를 상실해 보행장애 등을 동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 24간 이내 최대 통증 발생 △ 14일 이내 증상 소실 △ 통증 발생 사이에 완전관해 여부 등을 살피고, 통풍결절 확인을 위해 귀, 윤활막낭(olecranon bursa), 힘줄(tendon), 손가락 볼록살(finger pads)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명시했다.
 
혈액학적 검사는 혈중요산(serum uric acid, SUA) 수치에 따라 4.0㎎/dL 이하 , 4.0~6.0㎎/dL, 6.0~8.0㎎/dL , 8.0~10.0㎎/dL , 10.0㎎/dL 이상으로 간격을 나누었다. 요산 수치를 6mg/dL 이하로 낮추는 게 통풍의 실제 치료 목표이기도 하다.

영상의학적 검사도 사용 근거를 만들었다. 우선적으로 초음파 또는 DECT(dual energy CT)를 이용해 요산 침착 여부를 평가하고, X-선 촬영을 통해 통증의 관절 부위에 골 미란(erosion)이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단, 원위손가락뼈사이관절(Distal interphalangeal (DIP) joints) 등은 검사 부위에서 제외토록 했다.

일단 국내 학계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산하 통풍연구회 전재범 회장(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은 "과거 요산 수치, 통증 정도에 따라 통풍을 진단했다면, 이번 지침처는 영상의학 기기를 활용해 진단기준을 보다 객관화시켰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기존엔 통일된 통풍 진단 기준이 없어 임상 연구들도 제각각이고, 약물 반응을 확인하는데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임상 연구에 보다 적합한 환자군 등을 설정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치료법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 회장은 "새 기준만으로는 현행 치료요법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분명한 사실은 국내·외 통풍 치료 가이드라인에 보다 효과적인 약물 사용을 신속히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기존 치료제인 알로퓨리놀 등은 드물기는 하지만 간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용이 제한돼 온 상황이다.

"기존 알로퓨리놀 치료 성적 ↓, 페북소스타트 사용 걸림돌"

▲ 기존 알로퓨리놀보다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신약이 처방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 전 회장은 국내 통풍치료에서 알로퓨리놀의 적용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알로퓨리놀은 대개 300mg을 사용한다. 교과서적으로는 알로퓨리놀을 800~900mg까지도 처방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300mg 이상은 부작용 문제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국내는 아직 역학자료가 부족하지만 통풍치료의 목표 요산 수치인 6mg/dL이하에 도달하는 비율이 알로퓨리놀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동일 기전의 약물인 페북소스타트 80mg을 사용하면 알로퓨리놀을 사용했을 때보다 치료 반응률이 증가하고 간이나 콩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는 페북소스타트가 시장에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2차치료제로 사용된다.

전 회장은 "알로퓨리놀은 1차치료제로, 사용 후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에만 페북소스타트로 전환해야 보험이 인정된다. 개원가에서 이를 잘 모르고 페북소스타트를 사용했다가는 삭감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3차병원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개원가에서 이미 페북소스타트를 처방받다가 종병에 와도 우선 알로퓨리놀로 시작을 해서 페북소스타트로 바꿔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페북소스타트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보험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치료 효과를 고려하면 현재 국내 기준은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페북소스타트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실례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Larry Moreland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페북소스타트는 통풍 환자들의 혈중 요산농도를 낮추는데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N Engl J Med. 2005;353:2450-2461, 2505-2507).

총 760명의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연구결과, 페북소스타트 복용군이 알로퓨리놀 복용군에 비해 치료 반응률이 최대 62%까지 높았다. 용량별로는 페북소스타트 120㎎(62%)이 80㎎ 복용군(53%)보다 혈중 요산농도가 6.0㎎/dL 이하에 도달한 비율이 많았다. 반면 알로퓨리놀 300㎎ 복용군은 21%에 그쳐 효과가 비교됐다.

혈청 요산 수치 높다고 모두 통풍으로 진단해선 안돼

한편 무조건 혈청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통풍을 진단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무증상 고요산혈증 환자에서 요산강하제 사용에는 아직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대개 혈중 요산 수치가 높더라도 통풍 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약 없이 관찰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

통풍은 임상적으로 △ 무증상 고요산혈증(요산은 높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 △ 급성 통풍성 관절염(급성 통풍 발작이 발생하는 시기) △ 간헐기(급성 통풍 발작이 왔다가 통증이 없는 시기) △ 만성 결절성 통풍의 4단계로 구분된다.

단계마다 치료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통증이 시작된 급성 통풍성 관절염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보다 염증조절을 초치료 목표로 한다. 이에 소염진통제나 콜히친(colchicine),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 1가지나 3가지 약물을 병용해 염증을 조절하고 이후 요산을 낮추는 치료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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