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골밀도 개선 혜택 미미·이상반응 발생 함께 늘어...가이드라인 변화 필요

▲ 최근 칼슘 보충제나 식이를 통한 칼슘의 공급이 골밀도 개선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골절 예방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칼슘 보충제의 유용성을 정면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노령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골다공증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야기된 지금, 이미 칼슘 보충제가 필수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라 적잖은 사회적 파장도 예고된다. 전 세계 고령 여성의 30% 수준에선 칼슘 공급이 당연 시 되기 때문. 미국의학협회는 최근 51세 이상 여성에서 하루 1200mg의 칼슘섭취를 추천했다.

BMJ 9월 29일 온라인판에 게재된 뉴질랜드 오클랜드의대 Mark Bolland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칼슘 보충제와 골절 위험 사이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BMJ 2015;351:h4183).

뉴질랜드보건연구협의회(Health Research Council of New Zealand)의 지원아래 시행된 두 편의 연구결과는 명료했다.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골절 발생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체계적문헌고찰(systematic review)과 메타분석을 통해, 골다공증 예방에 있어 칼슘 보충제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게 요지다.

현재 미국의학협회(Institute of Medicine)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칼슘 섭취를 추천한다. 분명 일부 무작위대조연구(RCT)에선 칼슘 공급이 골절 위험을 어느정도 낮춘다는 데이터가 확인됐다. 칼슘 섭취에 따른 이상반응 발생도 적지 않지만 골절 예방 등과 같은 혜택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그렇다고 이들 권고사항에 확실한 의학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칼슘 보충제의 무용론이 대두되는 데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Bolland 교수는 "칼슘 보충제의 사용과 식이를 통한 칼슘 섭취 역시 골절의 위험을 유의하게 줄이거나 골밀도를 개선시키지 못했다"고 이를 반박했다. 미국의학협회 대변인은 이번 연구논문에 아직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학계 '칼슘 보충, 골절 예방효과 있다', 1992년부터 제안

일단 칼슘 보충을 놓고 다양한 연구들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또 보조적인 칼슘 섭취가 "효과가 좋다"는 본격적인 모멘텀은 1992년 NEJM에 대규모 코호트 연구결과가 계기가 됐다(N Engl J Med. 1992;327:1637-1642).

결과에 따르면 칼슘과 함께 비타민 D를 투약받은 고령의 여성에선 고관절 골절이 평균 43%가 감소했다.

그러나 제한점이 존재했다. 고령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들 연구는 연구 시작 시 낮은 칼슘 섭취와 낮은 혈청 비타민 D 농도를 보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특정 인구에서만 확인됐던 결과가 범위를 넓혀 대규모 인구집단에까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넘겨짚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관절 및 아래팔 골절 예방 효과 없어…고밀도 개선, 골절 예방 연계 적어
식이 통한 칼슘 섭취, 골절 위험 상관관계 연구 상당히 부족

공개된 연구는 26개 RCT의 메타분석 결과다. 칼슘 보충이 오직 일부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결론이다.

전체 골절위험은 11%가 줄었으며(relative risk, 0.89; 95% CI, 0.81 - 0.96), 척추골절은 14%가 감소했다(RR, 0.86; 95% CI, 0.74 - 1.00). 하지만 고관절이나(RR, 0.95; 95% CI, 0.76 - 1.18), 아래팔(RR, 0.96; 95% CI, 0.85 - 1.09) 골절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 칼슘 보충제, 과연 효과 없을까?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또 있다. 연구 일부에선 칼슘 보충제 복용에 따른 심혈관사고나 신장결석, 급성 소화기증상으로 인한 입원 등의 중증 이상반응이 관찰됐다. 변비와 같은 경미한 이상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연구팀은 심혈관계 이상반응 발생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 "칼슘 보충에 따른 골절 예방 혜택은 이상반응 발생과 비슷하게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일부 전문가는 칼슘 섭취를 보충제가 아닌 자연적인 식이에 의한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Bolland 연구팀은 이러한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동안 오직 2편의 RCT에서 '식이를 통한 칼슘 공급이 골절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는데, 결과에선 식이를 통한 칼슘 공급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효과를 찾아냈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코호트 연구가 식이를 통한 칼슘 섭취와 골절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했다.

때문에 두 번째 연구에선 '식이를 통한 칼슘 섭취와 칼슘 보충제의 효과 차이'를 밝히려 59개의 RCT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식이를 통해 칼슘 섭취를 늘리는 경우 골밀도가 0.6%에서 1.0%까지 증가했고, 보충제를 사용한 이들은 골밀도 값이 0.7%에서 1.8%까지 늘었다.

골밀도 상승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고, 골절 예방 효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현재 연구팀은 칼슘 연구의 전환점이 된 1992년 연구 논문의 대상이 된 고령 여성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추가적인 하위분석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USPSTF, 칼슘 보충제 효과 적다 '동조'…가이드라인 변화 요구받아

물론 이번 연구결과가 칼슘 보충제의 유용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힌 첫 번째 연구는 아니다.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 역시 지난 2013년 비슷한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00년 이후로 칼슘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근거를 쌓고 있음에도, 가이드라인 개정은 꿈쩍할 생각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토대가 된 앞선 연구들에선 '작은'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칼슘 보충제의 확실한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얻는데 어느 정도 바이어스가 개입될 여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근거 수용에 교란인자 많아, "지침 개정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가이드라인 개정을 두고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여전히 연구에 수 많은 교란인자(confounding factor)가 존재하기 때문에 잘 디자인된 무작위 연구결과가 나올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 결국 칼슘 보충제의 혜택을 놓고 명쾌한 답을 내릴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계에선 "대상이 되는 여성들에 칼슘 보충제 사용을 중단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되레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추후 칼슘 보충제 사용에 보다 혜택이 많다는 근거가 밝혀진데도, 이미 칼슘 보충을 중단한 여성들 대부분은 다시 칼슘제 복용을 시작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슘 보충 실질적 예방 효과, 검증 필수

이번 연구가 발표되자 편집자 논평도 함께 실렸다. 스웨덴 웁살라의대 외과학부 Karl Michaelsson 교수는 "영국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는 칼슘의 하루 섭취량을 700mg에서 800mg까지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는 평범한 식사를 통해 목표섭취량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골다공증재단(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의 가이드라인은 50세 이상 전체 인구에 칼슘 보충제의 섭취를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여러 의견을 종합해볼 때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령인구에선 이미 많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칼슘 보충제의 실질적인 예방 효과에 논란이 이는만큼 현재의 가이드라인 권고를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