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WFSICCM Seoul 2015)'를 개최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대한민국 중환자의학의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학회 창립 시기가 1980년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중환자의학의 시작 시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진 않지만 그 수준은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주장이다. 200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비의 4분의 1가량(약 25%)을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사용함에도 이들의 퇴원 1개월 내 누적사망률이 절반에 이르렀다(약 44.9%).

중환자라는 특성상 일반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높다 치더라도 유독 높아 보이는데, 신종 플루 유행 당시 각국 중환자실의 사망률(입원일로부터 30일 이내 사망률)을 비교한 데이터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신종플루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3명 중 1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33%) 미국(7%)이나 프랑스(16.7%), 호주(16.9%) 등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적은 곳은 2배, 많은 곳은 무려 5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신종플루의 중환자실 사망률은 심지어 우리나라 안에서도 기관별로 2배 가까이 간격이 벌어진다. 다름 아닌 중환자 전담 전문의 존재 유무 때문이었다.

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41.6%)이, 있는 곳(18.0%)보다 유의하게 높았다는 조사 결과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김동찬 회장(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중환자실 전담의사는 중환자실 입·퇴실 관리로 효율적인 중환자실 병상 회전을 유도한다"며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진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또는 중증 패혈증, 패혈성 쇼크 환자에게 효과가 증명된 연구 결과를 적용하므로 안전하고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수나 중증도에 비해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중환자실의 주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병원들조차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주변 국가들보다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중환자실 내 간호사 대 병상비율이 1:1인 곳이 61.5%에 이르고, 말레이시아는 60.0%, 인도네시아는 28.6%지만 우리나라는 13.3%에 불과했다.

학술대회 홍보위원장을 맡은 홍성진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중환자실을 응급실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임종 전 마지막에 들르는 곳 또는 후유증 없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깊다"고 안타까워했다.

홍 교수는 "중환자실은 회복될 희망이 있는 환자가 가는 곳이어야 한다"면서 "국제대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도 퇴원 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