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동맥경화학회 지침 약물분과위원장 김상현 교수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지질치료에 역점

"국내 임상의들 위해 우리만의 가이드라인 만들고자 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특성이 지침의 판단기준"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지질치료 지침이 드디어 선을 보였다. 가이드라인의 홍수 속에 자신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지질치료를 놓고 선택을 고민해 왔을 우리나라 임상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임상의들이라면 백인 중심의 서양사회에 온전히 맞춰진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이와는 차별화되는 임상특성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을 앞에 두고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의 약물요법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수고한 김상현 교수(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는 이번 지질치료 지침에 대해 "우리만의 가이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침개발의 기조는 통설로 인정된 연구결과들의 장점은 적극 수용하고, 결론이 명확치 않은 분야라도 우리나라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기존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침의 판단기준이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특성과 이를 고려한 맞춤치료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김상현 교수로부터 2015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3판의 주요 메시지를 들어봤다.

▲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
- 2003년 제2판, 2009년 수정보완판 이후 오랜 산고 끝에 지질치료 지침 제3판이 선을 보였다. 지침 개정판 발간의 배경은?

- 2009년 이후로 지질치료와 관련해 많은 연구들이 업데이트됐다. 이에 근거해 2011년 유럽 가이드라인이, 2013년에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발표됐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임상의들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진료에 적용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상황을 고려한 안내서, 즉 우리만의 지침이 필요했다.

"고LDL·고TG·저HDL 모두 문제"
"한국인 스타틴 약물반응 상대적으로 높아"
- 과거와 비교해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특성은?


- LDL 콜레스테롤은 점진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노력으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관리가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중성지방(TG)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이다. 전형적으로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높다. 유전 및 환경적 소인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나라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에서 대표적 LDL 콜레스테롤 조절 약물에 대한 반응도가 높다는 점도 특성 중 하나로 관찰됐다.

"중강도 스타틴이 고강도 몫을 해낸다"
- 스타틴 치료 시 지질강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 국내 임상경험 상 중강도 스타틴으로도 상당한 LDL 콜레스테롤 강하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1 대 1 비교가 아니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관련 국내외 연구들을 분석해 본 결과, 스타틴 용량에 따른 LDL 콜레스테롤 강하율이 서양인에 비해 훨씬 컸다.

최종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려우나, 중강도 스타틴으로도 고강도 스타틴의 치료 목표치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 새 지침에서 주목해야 할 메시지는?

- 지침의 첫번째 기조는 통설로 인정받고 있는 주요 연구결과들을 적극 수용한다는 것이다.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에 따라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한 지질치료를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심지어는 초고위험군의 지질 목표치 하한선을 두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논쟁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70mg/dL 미만을 제시했다.

하지만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경우에는 목표치에 국한하지 않고 약물치료를 하도록 했다. 심혈관질환 병력자의 재발방지를 위해 강력한 지질치료를 적용토록 한 것이 이번 지침의 첫번째 특징이다.

-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고강도 스타틴의 집중치료를 주문한 것인가?

- 그렇다. 한편 2차예방에 있어 스타틴 최고용량만을 고집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스타틴 반응도와 함께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위험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료시작과 초기에 고강도 스타틴을 쓰더라도 차후에는 중강도 용량으로 전환이 필요한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을 고려해 스타틴 용량을 차별 적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혔다.

"목표치는 'The Lower, The Better' 전략에 장애물 아냐"
- 지질 목표치와 관련해서는 고민이 많았을 듯 싶은데!


 
-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한 지질치료에 목표치 기준을 두지 않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데, 이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목표치를 그대로 둔 데에는 환자나 의사의 치료에 대한 관심과 적극성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고려도 작용했다.

미국 가이드라인에 따를 경우, 약물치료 후 상대적으로 예후관찰(follow-up)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의원 접근성이 좋고 충분한 모니터링과 관찰이 가능한 환경이다.

이런 점에서 지질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데 치료 목표치 설정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고위험군에게는 100mg/dL 미만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한편 경계치 미만에서도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출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심근경색증 환자들에게 70mg/dL 미만에서도 약물치료로 더 낮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험군의 경우도 100mg/dL 미만인 상태에서 위험인자가 다중발현되는 경우 등에도 약물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치료 목표치 설정이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환자 고TG·저HDL 특성 무시할 수 없었다."
- LDL 이외의 지질인자에 대한 치료도 포괄적으로 권고했는데, 이유는?

- 이번 지침의 두번째 기조는 아직 결론이 명확치 않은 부분이라도, 필요하다면 기존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가 이에 해당하는데, 아직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이 증명돼 있지 않다.
 
하지만 역학연구, 유전연구, 기전연구, 마커연구 등에서는 충분히 효과가 입증돼 있다. 피브레이트를 검증했던 FIELD나 ACCORD-Lipid 등 임상연구와 관련해서는 연구방법이나 디자인 상의 문제점들이 제기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전통적으로 관찰되는 고TG·저HDL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RCT 결과가 없다고 치료가 필요한 곳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확실한 추가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의 데이터에 근거해, LDL 조절 이후 2차적으로 해당 지질인자들의 조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LDL 이론·스타틴 이론 모두 중요"
"스타틴이 80, 비스타틴계 20"
- 약물치료는 어떤 기조를 유지하고 있나?

- 스타틴이 80이라면 나머지 20은 비스타틴계에 할애했다. 심혈관질환 2차예방에 있어 스타틴 고용량 또는 중강도 용량 이상의 치료가 1차선택이다. 하지만 고LDL·고중성지방·저HDL이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의 경우에는 스타틴에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경우 근거·권고수준에 차이가 있는데, 스타틴이 Class I·Level A이고 비스타틴계는 IIa·B부터 시작한다. 또 스타틴에 불내약성인 경우에 추가적으로 비스타틴계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하면 스타틴을 하나의 축으로, 이외 열악한 반응률·불내약성·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인 경우에 비스타틴계 치료의 병용을 또 다른 축으로 세웠다.

이번 지침은 LDL 콜레스테롤을 굉장히 중요시 했지만, 그렇다고 스타틴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LDL 이론과 스타틴 이론을 조화시켜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두 이론이 상호 배척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LDL 콜레스테롤의 강하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고, 현재까지 스타틴의 LDL 콜레스테롤 강하효과가 가장 우수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에제티미브 복합제 심혈관 임상혜택 근거 더 쌓으면 Class I"
-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고강도 스타틴 vs 중강도 스타틴 + 에제티미브에 대한 견해는?

 
- IMPROVE-IT 연구를 고려한다면 양쪽 모두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는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할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복합제 요법은 앞으로 근거를 더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 IMPROVE-IT에 더해 추가연구를 통해 임상혜택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뒷받침해야, 많은 연구를 등에 업고 스타틴이 받을 수 있었던 Class I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모델 반드시 개발·적용돼야"
- 미래의 지침보강 계획은?


-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지질치료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 위험도별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지침에서 아쉬운 점은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있어 우리나라만의 위험도 평가모델을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 평가모델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데 컨센서스가 있다. 국내 대규모 코호트인 Korean Heart Study(KHS)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독자적인 위험도 평가모델을 개잘·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약물치료에 따른 장기적인 임상결과(oucome)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스타틴과 비스타탄계 지질치료제 모두 마찬가지다. 코호트와 임상연구 등을 통해 우리나라 임상특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이 내용들이 다음 지침에 반영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맞는 지침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최근 연구결과의 장점은 모두 받아 들이려 했고, 증명되지 않은 분야에서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충분히 존중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의적절한 지침이라고 생각된다. 임상현장의 진료에 적극 활용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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