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베타차단제 프로프라놀롤 vs. 3세대 카르베딜롤, 유효 용량 설정 남겨진 숙제

간경변의 문맥압 항진증 동반, 차세대 베타차단제 효과가 더 앞설까? 

간경변증 환자의 문맥압항진증 치료에 3세대 베타차단제인 카르베딜롤(carvedilol)이 새 옵션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긍정적'이다. 향후 대규모 무작위대조군(RCT) 연구에서 유효 용량설정에 따른 안정성만 입증된다면, 초치료제인 1세대 베타차단제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9월 10일~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성료된 대한간학회 국제학술대회인 The Liver Week에서 대구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 이창형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지금껏 공개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기존 프로프라놀롤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문맥압항진증 환자나, 저혈압을 동반하지 않은 정상 신기능의 해당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특히 카르베딜롤 저용량인 6.25~12.5mg은 문제가 되는 식도정맥류 초출혈 예방에 효과적이었다는 게 그 근거다(Gut 2013;62:1634-1641).

그러나 용량에 따른 안전성 측면에선 조건이 붙었다. 12.5mg을 넘어서는 고용량 카르베딜롤의 경우 전신 저혈압 및 복수악화, 신장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간경변증, 간정맥 압력차 10mmHg 이상 합병증 신호

대개 간경변증 환자에선 간내혈관저항과 함께 문맥혈류가 늘면서 문맥압항진증이 발생한다. 간미세순환계(hepatic microcirculation architecture)의 구조적인 변화와 혈관내피세포기능이상(endithelial dysfunction)으로 간내혈관저항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내혈관에서 NO(nitric oxide)의 분비가 줄면서 간내혈관저항 상승에 관여한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동시에 전신혈류에 NO가 과량생산되는 것을 유도해 전신혈관이 확장되면서 과역동성순환(hyperdynamic circulation)도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복수 및 신장기능장애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

현재까지의 연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문맥압을 대변하는 간정맥 압력차인 HVPG(hepatic venous pressure gradient)가 10mmHg 이상 벌어지게 되면 정맥류 및 간경변증으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났다Gastroenterology 2007;133:481-488).

카르베딜롤 문맥압 감소효과 더 뛰어나

여기서 카르베딜롤의 이점이 부각된다. 카르베딜롤과 프로프라놀롤을 비교한 RCT 연구결과에선 카르베딜롤의 문맥압 감소효과가 보다 강력했다(Scand J Gastroenterol 2012;47:467-474). 프로프라놀롤(-12%) 대비 카르베딜롤은 평균 HVPG가 19% 감소해 효과가 뛰어났던 것.

지난 1999년과 2002년 Hepatology에 게재된 혈역학적 연구에서도 카르베딜롤은 HVPG를 8~43% 정도 낮췄고(Hepatology 1999;30:79-83), 투약군의 60%를 웃도는 수준에서 혈역학적반응이 나타났다(Hepatology 2002;36:1367-1373). 또 고용량 카르베딜롤을 사용한 80%에 육박하는 환자에서는 문맥압 강하효과가 관찰됐다.

더불어 Child-Pugh 스코어 B혹은 C인 비대상간경변증에서는 저용량 카르베딜롤을 사용했음에도 대상성간경변증과 비교해 HVPG의 감소효과가 더 컸다.

6.25mg 또는 12.5mg의 저용량 카르베딜롤을 사용한 일부 연구결과에선 저혈압의 빈도를 줄이고 충분한 문맥압 감소효과가 확인됐다(Aliment Pharmacol Ther 2002;16:373-380). 다만 카르베딜롤 투약에 따른 혈장이 늘게되면서 투약환자의 25%에서 이뇨제의 사용을 늘리거나 다른 이뇨제의 처방이 필요했다는 것은 분명 제한점이다.

장기간 사용 합병증 발생, 유효 용량 설정 필요

간경변 환자에서 치료의 관건이 되는 문맥압 상승은 잡았지만 이상반응 발생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저항성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 환자에서 베타차단제의 사용이 되레 생존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데이터가 있어 더 그렇다.

이 교수는 "베타차단제를 사용하면 전신 동맥압이 감소하면서 주요 장기로 흐르는 혈액공급이 함께 줄어 이미 동맥압의 낮은 비대상간경변증 환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 발생 가능성이 생긴다"면서 "비대상간경변증이나 저항성 복수를 동반 환자, 혈청 크레아티닌이 증가된 환자의 경우 약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베타차단제들의 유효 용량과 관련해선 여러 잡음이 나온다. 프로프라놀롤의 경우만 놓고 봐도 아직 80~320mg의 다양한 용량이 연구에 이용되며, 유효 용량에 대해서도 명확한 합의를 보지못했다(Gut 2013;62:1634-1641).

고용량 카르베딜롤의 사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고용량에서 문맥압 감소효과가 더욱 크지만 전신 동맥압의 감소 등 동반 부작용이 많아 장기간 사용에 제한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저용량인 카르베딜롤 12.5mg의 경우 문맥압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면서도 부작용 발생률이 낮았다는 보고가 있지만, 카르베딜롤의 적절한 투약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세대 베타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은 베타-1선택성이 없었다. 이에 3세대 베타차단제인 카르베딜롤은 베타-1 선택성에 집중한 2세대 베타차단제에서 불거진 혈관수축을 줄이는 데 보다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베타차단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알파차단 효과까지 추가한 것. 베타-1 선택작용으로 심장의 혈관확장 효과를 챙기면서, 알파차단으로 혈관확장 효과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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