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권위자 파우지 살리바 교수

"기존 면역억제제의 단점을 보완한 mTOR 억제제의 등장으로 이식 면역치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 파우지 살리바 교수

The Liver Week 2015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방한한 파우지 살리바(Faouzi Saliba) 교수(폴브루스병원)는 에베로리무스(상품명 써티칸)가 갖는 임상적 가치에 대해 한마디로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10여 년간 칼시뉴린억제제(Calcineurin inhibitor)의 독성반응을 줄이기 위해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MMF) 등 수많은 약제들과의 병용이 시도돼 왔지만 환자 생존율을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

살리바 교수가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던 H2304 연구에 따르면, 에베로리무스 투여 시 타크로리무스 용량을 최소화 하면서도 동등한 면역억제 효과를 보였을 뿐 아니라 신기능 악화와 간세포암 재발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m J Transplant 2013;13:1734-45).

특히 신기능 보존 및 새로운 종양 생성 억제 부분의 혜택은 간이식 5년, 10년 이후에 나타남을 고려할 때 에베로리무스의 장기 혜택은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Q. 한국에서는 간이식 건수가 2004년 480건→2014년 855건으로 10년만에 2배가량 늘었다.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한가?

A.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간이식 수술 건수가 증가하면서 중증 간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유럽 최초의 간이식 연구센터가 개설될 만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도 대규모 간이식 센터가 있으며 생체간이식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과거에는 바이러스성 B형간염과 C형간염이 간이식 수술의 대표적인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간세포암이나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간이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Q. 간이식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A. 간이식 수술은 다른 대안이 없어 1~2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80% 이상인 환자들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MARS(Molecular Adsorbents Recirculating System) 같이 인공간보조장치(artificial liver support)가 있지만 간이식 대기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기 위한 수단일뿐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간이식을 통해서만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결정하게 된다.


Q. H2304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A. 세계적으로 간 이식 후 1년 생존율은 약 90%, 5년 생존율은 70±5%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간이식 후 만성 신기능 악화 또는 면역억제제의 독성반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아 이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10년 전부터 타크로리무스와 같은 칼시뉴린억제제가 처방되면서 신기능이나 신생 종양 발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칼시뉴린억제제의 용량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초 승인된 MMF와 복합 처방을 해봤지만 환자 생존율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mTOR 억제제 계열 에베로리무스의 등장을 계기로 H2304 연구 설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연구는 2006년부터 시작됐는데, 에베로리무스가 표준요법인 칼시뉴린억제제 대비 간이식 환자의 장기적인 신기능 악화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면역 억제 효과는 동일한지, 급성 거부반응 및 이식손실을 개선하는지 등 복합평가변수를 증명하고자 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Q. H2304 연구에서 관찰된 에베로리무스의 대표적인 혜택을 꼽는다면?

A. 써티칸의 임상적 유용성은 크게 거부반응 방지, 간세포암 재발 및 신생종양 발생 억제, 신기능 악화 방지로 나눠진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개국 719명의 간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연구를 진행한 결과 표준치료법과 동등한 수준의 면역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타크로리무스 용량을 최초로 3~5ng/mL 미만까지 낮출 수 있었다. 급성 거부반응 발생률도 낮았는데, 거부반응이 발생한 경우라도 중등도~중증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타크로리무스 용량을 낮춘 덕분에 신기능을 보존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근거는 3~4년에 걸친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최근에는 간암으로 인한 간이식 수술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에베로리무스의 항암 효과가 임상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에베로리무스의 항증식 및 신생혈관 형성 억제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신장이식 레지스트리와 H2304 연구를 통해 에베로리무스 투여군에서 간 이식 후 5~7년 사이에 가장 많이 발견되는 신생 종양 발생률이 대조군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또한 간암 환자의 간이식 수술 후 1년간 칼시뉴린억제제의 누적용량이 간세포암 재발률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에도 에베로리무스와의 병용을 통해 칼시뉴린억제제의 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Q. 저용량 타크로리무스와 에베로리무스 병용요법이 표준요법을 대체할 만큼 임상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보나?

A. 어떠한 약물이든 표준 요법이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에베로리무스의 경우 전체 대상 환자의 약 60~70%에서 임상적 장점이 입증됐고, 처방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표준요법을 대체할 만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신기능 보존 및 신생 종양 억제 효과는 간 이식 후 5년, 10년 이후에 나타난다고 봤을 때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에베로리무스의 혜택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Q. 한국에서는 에베로리무스가 2014년 3월 심장이식 환자에 대한 보험적용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6월 1일부터 간이식 환자에까지 보험급여가 확대됐다. 프랑스에서 에베로리무스 급여 및 처방 현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A. 프랑스에서는 2012년부터 간이식 환자들에게 에베로리무스 처방 시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에 따라 처방건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칼시뉴린억제제 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처방을 바꾸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동의를 받게 되는데, 특히 신기능 저하를 보이는 환자에서 칼시뉴린억제제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 에베로리무스와 병용 처방하는 형태로 변경한다고 설명하면 환자들의 수용도가 높은 편이다.


Q. 에베로리무스 관련 추가 연구 계획을 가지고 있나?

A. 향후에는 칼시뉴린억제제의 용량을 점차 줄여나감으로써 간이식 후 칼시뉴린억제제 병용 없이 에베로리무스 단일요법을 진행하는 게 최종 목표다.

에베로리무스 레지스트리 연구에서는 간이식 후 6개월 내 전체 환자의 50%, 1년 이후에는 80%의 환자에 대해 타크로리무스나 싸이클로스포린 같은 칼시뉴린억제제를 전혀 처방하지 않고 에베로리무스 단독요법을 진행했음에도 거부반응이 2~3% 미만으로 낮게 나타났다.

단, 간이식 후 6개월 내 에베로리무스 단일요법은 추천하지 않으며, 1년 후에는 에베로리무스 단독요법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6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최대 3년간 신기능 개선 및 이식 후 거부반응 억제를 확인한 국가 단위의 레지스트리 연구가 진행돼 그 결과가 이번 2015 LIVER WEEK 행사 때 발표됐다.

그 외 칼시뉴린억제제 처방군과 칼시뉴린억제제를 전혀 처방하지 않은 채 에베로리무스와 MMF를 병용한 환자군을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 중인데 관련 데이터는 내년 쯤 공개될 전망이다.


Q. 마지막으로 간 이식 후 치료 및 관리에 대해 한국의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간이식 환자를 관리할 때는 이식 후 거부반응, 이식편(graft)에 한정된 단기적인 예후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 건강상태와 동반질환 등을 두루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에베로리무스 처방 관련 가이드라인이 준비 중이다. 다음 달 경 해당 논문이 공개되면 더 많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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