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휘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당뇨병성 콩팥병은 당뇨병의 가장 심각한 만성 미세혈관 합병증 중 하나로서, 선진국에서 말기 신부전으로 새로이 진단되는 환자의 약 40%가 이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이후 당뇨병성 콩팥병이 말기 신부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됐고, 2014년도 말기 신부전으로 새로운 신대체요법 치료를 받는 약 50% 환자가 당뇨병성 콩팥병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뇨병 환자 증가, 노인인구의 증가,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와 심혈관질환 환자의 증가가 만성 콩팥병, 특히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현재까지 당뇨병성 콩팥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가 없는 것을 고려할 때,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환자 빈도 및 이로 인한 사망률 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1990년대 DCCT(Diabetic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와 UKPDS(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연구결과에서 확인됐듯이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면 당뇨병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고혈당과 고혈압(특히 사구체 내 고혈압), 레닌-안지오텐신계의 활성화와 유전적 요소가 당뇨병성 콩팥병의 주된 기전이며, 이로 인해 후기 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 폴리올(polyol) 대사 이상, 산화성 스트레스, protein kinase C나 NF-κB와 같은 세포내 신호 전달 체계가 활성화되고, 변형 성장인자-β (transforming growth factor-β) 등의 여러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돼 세포외 기질의 축적과 단백뇨 증가로 관찰되는 형태학적, 기능학적 변화가 나타난다. 당뇨병성 신증이 환경요인(고혈당, 고지혈증), 혈역동학적 요인(사구체 내 고혈압)과 유전적 요인의 결과로 알려진 이후 최근 여러 가지 치료에 따라 당뇨병성 콩팥병 진행과정을 조절 또는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변화다.

당뇨병성 콩팥병의 진단은 미세알부민뇨 여부와 현증 당뇨병성 콩팥병으로 나눌 수 있다. 미세알부민뇨는 3회 임의 소변 검사에서 2회 이상 알부민/크레아티닌 비가 30~300μg/mg 또는 소변 내 알부민이 30~300μg/분인 경우에 진단되며, 현증 당뇨병성 콩팥병은 지속적인 알부민뇨, 고혈압 및 사구체여과율의 감소가 동반된 임상 증후군을 이야기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인 경우는 진단 이후 매년 알부민뇨를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강력히 권유되고 있다. 최근 미세알부민뇨의 개념이 새로 정착되었는데 제1형 당뇨병의 경우는 향후 현성 당뇨병성 신증의 선행인자로, 제2형 당뇨병의 경우는 심혈관 사망의 예측인자로 알려지고 있다.

제1형 당뇨병에서 현증 당뇨병성 콩팥병으로 진행되는 위험인자로는 당뇨병 유병기간, 가족력, 남자 등의 교정이 불가능한 요인들 이외에, 고혈압,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 고지혈증 및 흡연 등의 교정 가능한 요인들이 있다. 이들 교정 가능한 요인들이 바로 치료목표가 되는 것이다. 최근 적극적인 치료로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미세알부민뇨가 정상으로 회복됨을 보고하였는데 이때 관여하는 요인으로는 나이가 젊고, 미세알부민뇨 유병기간이 짧은 경우, 당뇨병 조절이 잘되는 경우, 지질이상이 없는 경우가 해당되며 전환효소 억제제의 사용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다른 여러 연구에 의하면 전환효소 억제제 사용이 신기능 악화 및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최종 결론에 이르기에는 더 많은 연구자료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제2형 당뇨병성 콩팥병에도 이러한 요인들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나 이 또한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 치료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대부분의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기 전에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사구체여과율 <60ml/min/1.73㎡) 환자에서 10년 뒤 말기 신부전으로 신대체요법을 시행하는 환자는 8명에 불구하나, 65명의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고, 이 중 27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게 된다. 때문에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의 치료는 반드시 심혈관질환의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그림>.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제2형 당뇨병성 콩팥병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주된 위험요소로는 반복적인 급성 신손상, 당뇨병성 콩팥병 이외에 동반된 콩팥질환, 혈관병변의 동반여부, 고요산혈증, 전신적 또는 국소적 염증과 고혈당에 의한 잔여 세뇨관의 손상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반복적이고 장기간이며 심한 급성신손상이 가장 위험한 말기신부전 유발인자로 당뇨환자의 치료에 주의가 요한다.

당뇨병성 콩팥병 치료는 콩팥병 진행시기에 따라 치료방법을 달리하면서, 여러 위험인자에 각각 작용 부위가 다른 약제의 복합적 사용, 적극적인 당뇨병 조절(당화혈색소 7.0% 이하), 적극적인 혈압조절(단백뇨가 1g 이상 시에는 125/75mmHg 이하, 1g 미만 시에는 130/80mmHg 이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1형 당뇨)와 안지오텐신 II 1형 수용체 차단제(2형 당뇨)의 단독 내지는 병합사용 및 지질이상(저밀도 콜레스테롤은 100mg/dL 이하,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극저밀도 콜레스테롤의 합이 130mg/dL 이하)에 대한 치료 등이 권장되고 있다. 현재 사구체여과율 보호 및 유지와 단백뇨의 감소라는 치료목표의 관점에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제1형 당뇨병)와 안지오텐신 II 1형 수용체 차단제(제2형 당뇨병)의 단독요법 이외에는 밝혀진 바가 없다. 최근 금연과 빈혈에 대한 치료가 생활의 질을 개선시키나 신기능 보호효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콩팥병 경과에 따른 시기적 치료는 대개 제1형 당뇨병을 기준으로 임상적 휴지기(과여과기) 및 미세알부민뇨 시기에는 혈당조절을 중심으로 고혈압, 저단백식이 및 위험인자의 해결에 주의를 기울이며, 현증 당뇨병성 콩팥병에서는 혈압조절 및 저단백식이에 중심을 두고 치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평균 혈압의 감소는 항고혈압제에 상관없이 현저한 단백뇨 감소와 신기능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미국당뇨병학회에서 권장하는 경우는 고혈압을 동반한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알부민뇨에 상관없이 전환효소 억제제를 1차약제로,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환자에서 미세알부민뇨가 있는 경우는 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 II 1형 수용체 차단제를, 고혈압·단백뇨 및 신기능 감소가 있는 2형 당뇨환자는 안지오텐신 II 1형 수용체 차단제를, 위의 약제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는 서로 바꾸어서 사용하며, 위의 약제로 혈압조절이 안 되는 경우는 non-dihydropyridine 계열의 칼슘채널차단제, 베타차단제 또는 이뇨제 사용을 권하고 있다. 최근 당뇨병성 콩팥병을 일반 만성 콩팥병과 같이 사구체여과율에 의해 1단계에서 5단계로 분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여러 논문에서 당뇨병성 신증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지의 여부가 신대체요법을 시작하는 시기, 혈액투석 준비를 위한 동정맥루수술 및 사용여부, 투석 시작 후 유병률 및 사망률과 관계 있다는 보고에 따라 조기에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여러 나라의 권장 사항을 보면, 미국과 호주 당뇨병학회는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 이하인 경우, 캐나다 당뇨병학회는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60ml/min/1.73㎡ 이하인 경우, 영국 당뇨병학회에서는 혈청 크레아티닌이 150μmol/L(1.7mg/dL) 이상인 경우다.

또 다른 문제로는 신대체요법의 개시 시기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신대체요법은 신이식이나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에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많이 시행되지는 못하므로, 주로 복막투석 또는 혈액투석을 시행한다. 시작 시기는 고혈압 또는 다낭신종 등의 다른 1차 신질환에 의한 경우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사구체여과율이 15~20ml/min/1.73㎡에 신대체요법을 준비한다. 현재 연구 중이거나 향후 임상에 사용하고자 하는 개발 약제로는 항산화제(NOX 억제제, 전사인자 Nrf2 활성제), 항염증제(NF-κB 또는 CCL2 억제제), 항섬유화제(전환효소성장인자(TGF)-β/Smad 신호계 차단제) 및 세포 내 대사조절(AMP-protein kinase 활성제)에 대한 약제가 개발 중에 있다.

결론적으로 당뇨병성 신증은 이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심각한 보건의료적인 문제로 당뇨병의 치료 및 당뇨병성 신증 등의 합병증 예방을 위한 범국가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성 콩팥병의 현재 치료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를 통한 혈압조절에 근거한 항고혈압과 항단백뇨 치료 효과에 기인하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말기신부전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새로운 치료방법이 절실하다. 당뇨병성 콩팥병의 다양한 병인, 정확한 진단기준의 결핍과 치료대상의 다양성 등으로 치료판단 기준이 모호한 점도 문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노력에 의해 비만예방과 당뇨 조기발견이라는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 이외에 세포 내 상대사장애, 염증억제와 섬유화 방지라는 치료방법이 제시되고 있으며, 향후 치료제는 고혈당과 당뇨병성 콩팥병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의료인들은 단일질환으로 당뇨병을 보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질병을 인식하고 접근함으로써 당뇨라는 근본적인 질환치료 및 심각한 합병증 예방과 치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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