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준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안과)

 

외래에서 진찰을 하다 보면 아직도 당뇨병 환자들이 내원하면서 본인이 왜 망막 진찰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안구 건조증이나, 눈이 가렵다는 일반적인 비특이적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뇨에 이환된 환자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 여부와 진행 정도를 관찰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인한 시력 저하와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망막검사가 꼭 필요하다.

필자는 당뇨병 환자는 평생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면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 여부를 관찰해야 하며 혈당이 잘 조절된다 하더라도 당뇨병에 걸린 지 15년 정도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위험이 커지고,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일찍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생기므로 반드시 안과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실명 원인은 과거 후진국형 질환에서 현재 성인의 경우 당뇨병성 망막병증, 노인의 경우 연령에 관련된 황반변성 등의 망막 질환이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비정상 망막 혈관이 생겼을 때(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 부위에 부종(당뇨병성 황반부종)이 생겼을 때다. 특히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 부위에 부종이 생길 때를 말하는데, 부종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들릴 수 있으나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에서는 시력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황반부종을 치료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된다. 망막이라는 부위는 일반적으로 경구 투여약이나 점안 안약이 잘 도달하지 못하므로 망막에 적정 농도의 약제가 도달할 수 있도록 안구 내 주사를 통해 약제를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현재는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를 위한 주사 약제로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와 유리체내 스테로이드 삽입물(dexamethasone intravitreal implant)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각 약제마다 비용, 지속기간,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이 다르기 때문에 약제의 선택은 검사 결과와 환자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치료전략 중 레이저광응고술은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비롯한 당뇨병성 황반부종을 치료하는 데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치료법 중 하나다. 그 중 범망막광응고는 망막에서 시세포가 밀집된 후극부를 제외한 주변부 망막 전체를 레이저를 이용해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특히 범망막광응고는 1978년 미국 국립 안과 연구소의 첫 대규모 연구인 Diabetic Retinopathy Study(DRS)를 통해 심각한 시력 손상 위험도를 약 5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술 후 일시적인 시력저하가 동반될 수 있지만 대개 몇 주 후에 회복된다. 그러나 비정상 혈관의 퇴행 여부와 치료에 대한 반응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한 수술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안구 내부를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유리체 절제술이 발전하면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수술할 수 있게 되었고 수술 후 환자들의 평균 시력도 향상되었다. 유리체 절제술은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없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출혈 혹은 망막박리로 시력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 시행한다. 최근 수년간 증식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한 유리체 절제술은 수술 술기의 발전, 눈 속 레이저 도입 등에 힘입어 수술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수술 적응증 역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수술 기계가 발달하면서 결막을 절개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처럼 23 또는 25-gauge 크기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되어 환자들의 불편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편 유리체 절제술은 술자가 눈 속 출혈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유착된 섬유혈관 증식막을 망막에서 제대로 분리해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술자의 능력이 요구된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년기까지 좋은 시력을 유지하는 것이 삶의 질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뇨병 유병률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요 합병증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관리 여부가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질 유지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망막 수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당뇨병성 황반부종의 치료를 위한 여러 새로운 약제들도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 중이어서 현재는 당뇨병을 앓더라도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시점에서의 치료적 개입이 있으면 당뇨병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뇨병 환자를 진찰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위험성과 검진 필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가 필수적이며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안저검사 또는 안저사진검사만으로는 정확히 진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의 검사와 함께 망막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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