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유병철 의학전문대학원장


"생명존중정신이 최우선, 실전 능력 겸비한 국제적 인재 키울 것"
만성 간질환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유병철 교수(소화기내과, 의학전문대학원장)가 건국대병원에 합류한지도 4개월 여가 되어간다.
197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40여 년간 B형 간염바이러스와 간암 연구에 매진해 온 유 교수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도 '진료, 연구, 교육'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특히 연구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병원도, 의학전문대학원도 일류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
유 교수는 "간센터가 이미 갖춰진 병원에 남는 것보다 건국대병원에서 해나갈 역할들이 더욱 보람있는 일이라 여겨졌다"며, "건국대병원 간센터를 활성화 시키는 한편,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서 관련 연구와 교육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건국대병원 간센터, 가능성은 이미 충분"
진료환경이 바뀐 것도 모자라 소화기병센터장에 의전원장까지.
정신이 없는 중에도 가장 체감하는 변화는 역시 환자진료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4개월 남짓 진료해 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유 교수는 "기대 이상"이라고 평했다.
워낙 치료가 복잡한 간질환의 특성상 소화기내과 단독으로 환자를 진료하기란 불가능 하고, 영상의학과, 중재방사선과, 외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들과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하는데, 와보니 이미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더라는 것.
간절제술, 이식 같은 외과 영역은 물론, 고주파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 있기 때문에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학제 협진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목표는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방사선치료 영역에 대한 고민도 해결됐는데, 얼마 전 '래피드아크(Rapid-Arc)'라는 최첨단 장비를 들여왔다는 귀띔이다. 연말 쯤이면 임상에 도입될 예정이어서 간암에 관한 한 모든 치료법이 가능해지게 된다.
유 교수는 "그동안 인력이나 시설 등 갖춰진 수준에 비해 환자들이 적었던 것 같다"며 "실제 내원하는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이러한 실상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다학제 협진을 더욱 활성화 한다면 최고 수준의 간센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염은 정복…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에 주력해야"
그렇다면 간질환의 최고 권위자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간질환의 진료수준은 어떨까.
유 교수는 "간질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학문적으로나 임상적으로나 수많은 업적들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는 간암의 고주파열치료나 생체부분간이식(living donor liver transplantation)을 예로 들지 않고 B형 간염 보유율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B형 간염은 주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어머니가 분만하는 과정에서 신생아에게 옮기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수직감염의 심각성에 주목했다. 세계 최초로 B형 간염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정책에 반영하고 예방활동에 나선 덕분에 10세 이하 어린이들의 B형 간염 보유율을 0.2%까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아직까지 50~60대 연령층에서는 B형 간염 보균자들이 꽤 되기 때문에 만성 질환자들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보다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뒷받침 돼야 겠지만, 현재 어린이들이 자라 기성세대가 되는 시대에는 B형 간염이 거의 없어질 것으로 유 교수는 내다봤다.
C형 간염의 경우는 더욱 긍정적이다.
전통적으로 C형 간염 치료제로 쓰이던 인터페론이나 리바비린 같은 약물도 서구 환자들에 비해 잘 들었던 편인데, 최근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직접작용제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가 도입되면서 기존 치료에 반응이 불충분했던 환자들까지도 상당한 혜택을 입게 될 전망.
주삿바늘, 침, 부황, 문신 등 혈액을 통해 주로 전염이 이뤄지는 만큼 감염경로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병행된다면 감염률 자체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유 교수는 "식습관이 서구화 됨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운동, 식단조절 같은 생활습관 중재요법을 통해 사전에 간질환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명존중정신이 최우선, 실전 능력 겸비한 국제적 인재 키울 것"
유 교수는 "수의과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 등과 협력하면 훨씬 더 좋은 연구업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생명존중 정신에 실전능력까지 두루 갖춘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임기기간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가장 부담감이 클지도 모르는 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의과대학과 병행했던 대학들이 대거 학부 체제로 돌아서면서 현재 의전원은 전국에 5곳만 남은 상태. 서울에서는 건국대학교가 유일하다.
그와 관련 유 교수는 "인재를 키우려면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리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하는 게 유리해 보일 수 있겠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인문계열, 생물학, IT 계열 등 여러 분야에 바탕을 둔 인재들을 임상의사 또는 의학자로 키우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그들이 환자를 주로 보는 임상의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기초연구를 하는 의학자가 되거나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기관에 종사할 수도 있겠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환자를 아끼는 마음이 제1 원칙이 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의과대학 교육만 받았던 학생들보다는 다양한 학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차후에 사회와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지론을 펼쳤다.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의학교육의 커리큘럼도 변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유 교수는 "임상이건 기초연구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필요하다"면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같은 의학지식과 각 질환의 병태생리를 교육하는 데 치중했던 기존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맞딱드렸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실전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교수가 일일이 가르쳐 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별로 일련의 상황을 제시한 뒤 어떤 질환이 의심되는지, 어떤 진단을 내릴 것인지 등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방식이다. 건국대학교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학교육의 추세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PBL, 시뮬레이션 같은 실습 위주의 교육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전 원장님 때부터 추진해 왔던 교수업적평가방식 개선작업도 지속할 방침이다.
병원과 의전원이 함께 발전하려면 연구가 뒷받침 되는 수 밖에 없으므로, 연구업적 평가방법을 향상시키는 한편 연구지원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연구역량을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건국대학교는 농축대학원, 동물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생명특성화대학 등 생명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단과대학들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의 연계가 비교적 용이할 뿐 아니라 다기관연구나 공동심포지엄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유 교수는 "수의과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 등과 협력하면 훨씬 더 좋은 연구업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생명존중 정신에 실전능력까지 두루 갖춘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임기기간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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