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서상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대뇌피질 손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 위험도가 높다'는 논문이 공개되면서 모두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흡연이 암, 뇌졸중의 강력한 위험인자라고만 알려졌을 뿐, 인지기능 저하마저 이끈다는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흡연의 폐해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흡연자의 뇌 두께가 2.91∼3.13mm으로 2.92∼3.16mm인 비흡연자보다 대뇌피질 두께가 평균 0.035mm 얇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된 원인이며, 환자들의 대뇌피질 두께가 2.8mm 안팎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연구결과 속 뇌 두꼐 수치는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연구의 대표 저자인 성균관의대 서상원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를 만나 연구 비하인드 스토리 통해 치매마저 위협하는 흡연의 폐해를 낱낱히 풀어봤다. 

 -이번 연구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서상원 교수

이전부터 흡연과 치매의 상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종적관찰연구다. 효시 연구의 한 예를 들면, 치매증상이 없는 흡연군과 비흡연군으로 분류해 관찰한 결과 흡연을 많이 한 사람일 수록 치매 발병 위험도가 더 높았다.

하지만 종적관찰연구는 시간·비용적인 면에서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우리팀은 종적관찰연구가 아닌 단면적 연구로 뇌 두께를 재는 방법을 이용했다. 흡연을 통해 치매가 발병하는지 안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긴 보다, 뇌 두께를 살펴봄으로써 흡연과 치매의 상관성을 확인하는 데 좀 더 집중했다.

실제로 흡연군의 대뇌피질 두께가 비흡연군보다 0.035mm 더 감소돼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흡연자가 금연을 하면 이러한 차이가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건데, 즉 하루라도 빨리 금연하면 흡연으로 인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었다.

-대상군이 1000명 가까이 된다. 대상군 모집부터,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까지 '연구 비하인드'를 듣고싶다.

먼저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최근 성인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데 흡연과 관련된 내용 등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때문에 연구를 시행하는데 유용한 대상군이였다.

본래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시켜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을 제외시켰다. 문화적 특성상 여성의 흡연 여부를 알아보는데 제한이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흡연 사실을 밝히는데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가 없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함께 뇌, 즉 대뇌피질 두께를 재는 방법은 여느 연구방법과 비교했을 때도 정확한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장점이 있다. 두께를 재는 방법은 좌반구와 우반우에 각각 4만여 개의 볼텍스(voltex) 총 8만여 개의 볼텍스를 이용해 두께를 쟀다. 대상자 1000여 명의 뇌 두께를 측정한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보기 힘든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연구의 신뢰성을 향상시켰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흡연과 치매 관련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추세는 흡연자가 금연을 시작했을 때 어떠한 긍정적 영향이 오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방법은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이 가설을 설명하고 검증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형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환자가 사망한 이후 부검해야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포함한 특징적 병리조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영상 촬영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게됐다. 대상자들의 흡연량,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을 직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올 하반기부터 뇌촬영 방법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삼성서울병원도 9월부터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향후에는 흡연으로 인해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증가하고, 이는 곧 치매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에 좀 더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 흡연자가 기타 질환을 동반했을 경우 치매 발병률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연구에도 관심이 많으며, 우리 역시 준비 중이다. 만약 당뇨병을 동반한 흡연자의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가설이 입증된다면, 금연은 필수 아니겠는가? 이러한 부분을 알리기 위함이다.

-흡연이 치매를 유발하는 매커니즘은 무엇인가?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은 뇌 혈관에 악영향을 끼쳐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흡연이 뇌 속 미세한 혈관에 해를 입혀 치매를 유발시키거나, 활성산소(ROS)를 증가시켜 치매 발병 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세가지 기전 가운데 마지막 세번째 기전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결과를 도출했다고 볼 수 있다. 흡연이 혈관보다는 뇌 즉 대뇌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좀 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 흡연과 치매의 상관성을 알아보는 데 있어서 좀 더 연구되야 할 부분은?

흡연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했다고 해서 치매 발병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관계 또는 원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보다 명확한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정밀하게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연구가 없는 실정이다. 비용적인 문제가 큰 것이 주된 이유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의 한계점을 꼽는다면, 여성의 흡연률, 흡연량 등에 대한 정보 자체가 정확하지 않아 대상군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치매 연구자들의 고민이기도 하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 또는 해결책은 없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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