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성 고혈압 환자서 효과…이뇨제간 병용요법 가능성도 확인

 
이뇨제가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이뇨제는 1960년대 고혈압 환자들을 위해 처음 개발된 약제로 70~80년대 전 세계 고혈압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나 베타차단제(BB), 칼슘채널차단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차단제(ARB) 등 새로운 약물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주전자리를 내준 상태다.

지금은 병용요법으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추가하는 애드(Add) 요법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동네의원과 같은 1차 진료환경에서 이뇨제 처방은 보기 어려워졌고 3차 의료기관 정도만 사용할 정도로 그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뇨제의 부활을 예고하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차 약제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뇨제가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기존 약물을 3개 이상 써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적절히 사용하면 추가적인 강압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되고 있지 않은 서로 다른 계열의 이뇨제간 병용요법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대대적으로 발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뇨제의 종류와 기전

 
이뇨제가 혈압을 낮추는 기전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체액과 나트륨을 신장을 통해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혈류저항이 감소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사용 초기에는 콩팥 세뇨관에서 나트륨 흡수를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고 이후로는 말초혈관 저항을 감소시켜 강압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종류는 티아자이드 이뇨제(thiazide), 루프 이뇨제(loop diuretics), 칼륨 보존성 이뇨제(potassium sparing agent)로 나뉜다.

티아자이드 계열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이뇨제이며, 루프 이뇨제는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도 효과를 발휘해 신기능 저하를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 쓰인다. 또 칼륨 보존성 이뇨제는 티아자이드나 루프 이뇨제에서 나타나는 요중 칼륨 손실을 막아준다는 특징이 있다. 아밀로라이드와 스피로놀락톤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뇨제가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조합에서의 이뇨제를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아직 없다.

좋은 약제들이 빨리 출현한 이유도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 컸다. 이뇨제는 혈압 효과가 뛰어나지만, 체내 포타슘 레벨을 떨어뜨려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을 유발한다. 또 여유증과 같은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때문에 신중하게 쓸 수 밖에 없는데 최근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두 개의 연구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뇨제의 사용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다.

PATHWAY 2 : 스피로놀락톤 저항성 고혈압 감소 효과 입증
다른 고혈압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첫 RCT

저항성 고혈압은 3개의 서로 다른 계열의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고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3개의 약물을 ARB+CCB+D(티아자이드 계열의 이뇨제)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3개의 약물을 썼음에도 수축기 혈압이 160mmHg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아직까지 마땅한 옵션이 없다. 여기서부터는 의료진들의 임상 경험에 맡겨야 한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장신경차단술(RDN)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고, 인종별로 차이가 나타나는 등 대상환자에 대한 보다 세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약물조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PATHWAY 2 연구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칼륨 보존성 이뇨제인 스피로놀락톤의 가능성을 위약 및 다른 고혈압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첫 번째 RCT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피로놀락톤은 과거 소규모로 진행된 3개의 위약대조 연구와 관찰 연구를 근거로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스피로놀락톤과 다른 계열의 혈압약을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따라 PATHWAY 2 연구에서는 3개의 혈압약 즉, ARB+CCB+D를 복용하고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각각 스피로놀락톤, 독사조신, 비소프롤올, 위약을 각각 투여하고 혈압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1.4세였으며, 남성 비율은 68.7%(230명)였다. 평균 체중은 93.5kg으로 비만한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며 흡연자는 7.8%가 포함됐다. 또한 가정혈압(Home BP) 기준으로 베이스라인의 평균 수축기/이완기 혈압은 147.6/84.2mmHg였으며, 진료실 혈압(Clinic BP)은 157.0/97mmHg였다. 소듐과 포타슘 레벨은 각각 140mmol/L과 4.1mmHg였다. 총 314명이 분석대상에 포함됐다.

연구 결과 1차 종료점은 6주와 12주 평균 수축기 혈압의 변화(차이)였는데, 스피로놀락톤군과 위약군 간 차이는 -8.70mmHg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변화였다(P<0.001). 뿐만 아니라 독사조신과 비교 시에도 -4.03mmHg로 차이가 났으며, 비소프롤올 또한 -4.48mmHg 차이를 보이면서 스피로놀락톤의 뛰어난 효과가 입증됐다(각각 P<0.001).

▲ 스피노놀락톤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지금도 쓰이고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데이터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스피로놀락톤의 효과를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를 통해 확실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은 스피로놀락톤이 베이스라인에서 평균 12.8mmHg를 떨어뜨렸으며, 독사조신, 비소프롤올, 위약은 각각 8.7mmHg, 8.3mmHg, 4.1mmHg를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혈압 조절률도 스피로놀락톤이 58%로 가장 높았고, 독사조신, 비소프롤올, 위약은 각각 41.7%, 43.6%, 24.4%순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우려됐던 점은 스피로놀락톤의 이상반응이었는데 심각한 이상반응, 모든 이상반응,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은 모두 차이가 없었다. 스피로놀락톤 치료 시 반드시 모니터해야 할 포타슘(칼륨) 레벨과 신기능 검사에 대한 이상반응도 차이가 없었다.

PATHWAY 3 : 이뇨제 최적용량 제시
아밀로라이드 절반 용량으로 HCTZ와 병용 시 효과적

PATHWAY 3 연구는 최적의 이뇨제 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시행된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이다.

이뇨제는 나트륨 배출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늘 저용량을 위주로 사용해 왔다. 포타슘 레벨의 변화로 특히 대사성 질환 발생이 높으며, 이로 인한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느 정도 용량을 썼을 때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PATHWAY 3 연구는 애초 주요 대사 변화의 바이오마커라고 할 수 있는 2시간 내 경구당부하검사(75g OGTT)를 통한 혈당변화를 1차 종료점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이뇨제 투여가 가능하고,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면서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대사증후군이 있는 고혈압 환자 440명을 모집단으로 선정했다.

이들에게 아밀로라이드(10~20mg)군, 아밀로라이드(5~10mg)+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HCTZ, 12.5~25mg) 병용군, HCTZ(25~50mg)군 등 모두 세 군으로 나눠 12주와 24주째 2시간 OGTT를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였으며, BMI는 31kg/㎡, 평균 혈압은 154/91mmHg였다.

연구결과 12주째와 24주째 아밀로라이드와 아밀로라이드/HCTZ 병용군은 HCTZ 단독군 대비 모두 혈당을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HCTZ 단독군은 증가했다.

▲ 아밀로라이드는 스피로놀락톤과 더불어 대표적인 칼륨보존이뇨제 계열약제지만 그 효과에 대해 잘 아는 의료인은 많지 않다. 연구를 보면 아밀로라이드는 HCTZ과 병용시 효과가 좋다. 이뇨제를 병용으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래서 이번에 나온 연구가 큰 의미를 가진다.
24주째 HCTZ 단독군과 아밀로라이드군의 혈당 차이는 -0.55mmol/L로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P=0.009), 아밀로라이드/HCTZ 병용군 또한 -0.42mmol/L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P=0.048). 특히 고용량에서 차이는 더욱 컸다. 각각 -0.71mmol/L과 -0.58mmol/L로 나타났다(각각 P=0.005, P=0.024).

2차 종료점으로 평가한 혈압변화는 아밀로라이드/HCTZ 병용군이 가장 뛰어났다. HCTZ 단독군과 아밀로라이드군은 강압효과가 베이스라인 대비 14mmHg 정도 떨어뜨린 데 비해 아밀로라이드/HCTZ 병용군은 HCTZ 단독군 대비 3.4mmHg 더 추가적인 감소효과가 있었다(P=0.007).

그 외 평가한 포타슘 레벨 변화는 HCTZ 단독군과 비교해 두 군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P<0.001) 베이스라인 대비 큰 상승은 아니었다. 그외 심각한 저혈당발생률, 고칼륨혈증 등의 발생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결론은 아밀로라이드가 HCTZ와 같은 매우 좋은 약물이라는 점과 함께 절반 용량을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면 포타슘 변화 없이 혈압도 낮추고 혈당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연구자인 영국 캠브리지의대 모리스 J 브라운 박사는 "이번 연구의 결론을 통해 영국고혈압학회가 두 약물의 병용요법을 권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
성균관의대 최승혁 교수 "저항성 고혈압  구체적인 효과를 제시해"
가톨릭의대 장기육 교수 "장기적인 측면에서 연구도 필요할 것"

PATHWAY 2, 3 연구 결과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은 저항성 고혈압 또는 기존 약제로 치료가 어려운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가톨릭의대 장기육 교수(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센터, 심장내과)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신장신경차단술이 있었는데 최근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치료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연구 발표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항성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가 비만한 사람들이고 또한 체내 알도스테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동안 스피로놀락톤과 같은 이뇨제를 써왔는데 이러한 약제의 효과를 이제야 임상을 통해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균관의대 최승혁 교수(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는 "스피로놀락톤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써온 약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새롭지는 않으나 다른 약물과 비교해 구체적인 효과를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결과"라면서 "저항성 고혈압으로 판단되면 스피로놀락톤을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자 스피로놀락톤을 잘 써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혈압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부작용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스피로놀락톤은 보존성 이뇨제 중의 하나로, 체내 알도스테론과 그의 수용체끼리의 결합을 억제해 체내 칼륨 이온을 보존하는 이뇨 작용을 나타낸다. 고혈압 치료 외에도 심부전, 간경변성 복수, 저칼률혈증에 대한 보조적인 치료약으로도 쓰일 만큼 다양한데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여성형 유방, 유방통, 피부 발진이 있다.

장 교수는 "스피로놀락톤과 같은 혈압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특성상 여유증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도 여유증에 대한 장기적 관찰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밀로라이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평가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이뇨제를 사용하는 의사들의 큰 고민은 부작용이다. 따라서 고용량을 쓰는 의사는 거의 없다"며 "이번에 나온 PATHWAY 3와 같은 연구는 이뇨제를 써야 하는 환자들에게 방법과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국내에서 이뇨제간 병용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스피로놀락톤과 아밀로라이드 이뇨제는 매우 좋은 약인데 데이터가 없어서 잘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밀로라이드는 CCB+ARB에 추가해야 하는데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있는 환자에게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옵션이고, 더군다나 아밀로라이드 HCTZ 병용은 혈압강하효과도 있고 글루코스 포타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약제라는 점에서 환자에 따른 맞춤형 처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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