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대 우정택 교수

 

‘마른’ 당뇨병 환자에서 ‘비만한’ 당뇨병 환자로
우정택 교수는 우선 과체중·비만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현황을 꼽으며 체중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에서 당뇨병 환자의 비만 동반율은 BMI(25kg/㎡ 이상)로 평가했을 때 44.4%, 허리둘레(남성 90cm, 여성 85cm 초과)로 평가했을 때 50.4%로 보고됐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BMI로 평가했을 때 서양인들보다는 비교적 마른 체형으로 볼 수 있지만, 인종 간 차이와 국내 과체중·비만 유병률 증가세를 고려하면 과체중·비만 동반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즉 국내 당뇨병 환자의 경향을 더 이상 ‘마른 당뇨병 환자’로 정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체중관리 통한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아웃컴 개선
과체중·비만이 당뇨병 관리에서 난제로 꼽히는 이유는 혈당조절에 악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포함한 장기적인 아웃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체중이 증가하면 지질, 중성지방 등 다양한 대사적 위험이 커지는데 이는 혈당조절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과체중·비만 동반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관련 복합 위험도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에서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동반율이 54.6%, 이상지질혈증 동반율이 79.6%라는 통계는 체중증가로 배가되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보여주는 근거다.

이와 함께 당뇨병 환자의 장기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도 체중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혈당관리다. 이를 위해 다양한 치료전략들이 제시돼 있고 이들로도 혈당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장기적인 아웃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안전성 측면에서 투여하는 당뇨병 약물 개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고, 다양한 대사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체중관리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체중감소 위한 약물요법이 필요한 이유
국내외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런 현황을 반영, 체중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체중관리를 위한 전략으로는 생활습관개선이 권고되는 가운데 우 교수는 생활습관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식이요법, 운동량 증가 위주의 생활습관개선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데 환자의 입장에서 식사를 통한 삶의 질, 사회활동 등 조건들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높은 순응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즉 생활습관개선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체중감량을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체중감량을 타깃으로 한 약물요법이 제시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다양한 약물들이 시장에 모습을 보여왔지만, 장기간 체중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승인된 로카세린(제품명 벨빅)은 비만 약물요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 체중감량의 목적이 장기적 심혈관질환 예방 및 삶의 질 유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로카세린은 단기적인 체중관리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당뇨병 환자 대상 ‘안전성’ 담보한 로카세린
선택적 세로토닌(5HT) 2C 수용체 작용제인 로카세린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BLOOM-DM(Obesity 2012;20:1426-1436)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또는 두 약물 모두로 치료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604명(평균 당화혈색소 7~10%, BMI 27~45kg/㎡, 체중 103.6±17.8kg, 연령 52.7±8.7세)을 로카세린군과 위약군으로 분류해 비교한 결과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비율은 로카세린 1일 2회군에서 37.5%, 1일 1회군에서 44.7%, 위약군에서 16.1%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도 로카세린 1일 2회군 -0.9%, 1일 1회군 -1.0%, 위약군 -0.4%로 긍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우 교수는 “BLOOM-DM 연구에서 로카세린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저혈당혈증, 심장판막증 등 위험도 증가 없이 체중을 감량시켰고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등 당뇨병 치료약물들과 상호작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며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식욕억제제들과 비교했을 때 부작용 발생률이 낮고, 아직 장기 관찰이 필요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처방을 거부한 환자는 없었다”며 처방경험도 전했다.

고령 당뇨병 환자에서는 급격한 체중감소 주의
추가적으로 우 교수는 고령 당뇨병 환자에서의 적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처방을 당부했다. 대한당뇨병학회 2013년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약물 중 체중에 중립적인 영향을 보이는 약물로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감소 경향을 보이는 약물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꼽고 있다. 우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인크레틴 제제는 식욕을 감소시켜 환자들의 체중이 감소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여기에 로카세린까지 더해지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해 이로 인한 다른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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