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이식술로 부작용 적고 수술성공률 높아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터의 역할이 심상치 않다.
 
3차원 설계도를 바탕으로 프린터 종류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입체적인 물체 제작이 가능하다는 이 기특한 '기기'가 이제는 의료의 파격적인 혁신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업 분야를 넘어, 치과치료, 재활보조기구, 의료기기, 재생의료, 의약품 제조 등 에서도 그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는 국내 의료산업에서도 마찬가지.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 개개인의 신체구조를 정확히 반영한 인체 모형을 만들고,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던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는 데이터가 점차 쌓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넘쳐나는 3D 프린팅 기술 관련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의료 3D 프린팅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만을 선별·분석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터 역할이 어디까지 왔으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의료 3D 프린팅 기술 발전 전망을 알아봤다.
 

신체 조직 프린팅…본래 기능보다 업그레이드

 

3D 프린터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환자의 신체 일부를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5~17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인사이드 3D 프린팅 컨퍼런스(Inside 3D Printing Conference)에서 미국 프린스턴 대학 Manu S. Mannoor 교수팀은 인공 귀를 선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인사이드 3D 프린팅 컨퍼런스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로, 글로벌 3D 프린팅 시장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이다.

Mannoor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배양 연골(하이드로겔)과 물렁뼈를 생성시키는 세포를 심어 사람의 귀 모양으로 만들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귓속에 달팽이관 모양의 전극으로부터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은나노 입자들로 구성된 유도코일을 내장시켰다는 것이다.

▲ 유토코일이 내장된 인공 귀

이를 통해 음파를 증폭해 수신할 수 있어 인공 귀를 이식받은 환자의 왼쪽과 오른쪽 귀가 한 쌍으로 작동해 음악을 스테레오 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Nano Lett., 2013, 13 (6), pp 2634~2639].

연구팀은 "생체 조직과 기능적인 전기 부품을 3D 프린팅을 통해 합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존 장기보다 더욱 확대된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인간의 신체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개개인에 특화된 맞춤형 신체 모형을 직접 이식한 사례도 있다. 2014년 5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 의료센터 Bon Verweij 교수팀이 바로 그 주인공.

Verweij 교수팀은 카무라티 엥겔만병(Camurati-Engelmann)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두개골이 3배 가까이 두꺼워져, 시력 및 운동능력까지 상실한 22세 여성에게 3D 프린터로 제작된 두개골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카무라티 엥겔만병은 골간이 점차 넓어져 기형이 초래되는 유전적 질환이다.

▲ 네덜란드 연구진이 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두개골

연구팀에 따르면 총 23시간에 걸쳐 환자의 두개골 윗부분 전체를 잘라내, 정확한 크기로 제작된 플라스틱 두개골을 이식했다. 그 결과 기존의 수술법과 비교했을 때 환자의 뇌 기능 회복 속도가 월등히 높았고,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전까지 두개골 일부만 교체하는 수술이 최선이었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 3D 프린터 없이, 기존의 방식으로 두개골 전체를 이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국내서도 두개골 재건술 성공

 

3D 프린터를 이용한 이식술 사례는 비단 해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두개골 보형물을 이식해 성공한 국내 연구진도 있다.

지난해 7월 연세의대 심규원 교수팀(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이 국내 의료진으로는 처음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두개골 재건술'을 성공했다.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티타늄 소재 두개골 보형물을 환자 4명에게 이식한 결과, 모두 부작용 없이 두개골 재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기존의 골 시멘트 등을 이용한 두개골 재건술은 넓은 부위의 경우 깨지기 쉽고, 수술 후 이물 반응이나 세균 감염 빈도가 높았다.

반면 이번 수술은 높은 정밀도를 가진 금속소재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체에 주입 가능한 티타늄 소재의 보형물을 찍어내 환자의 골 결손 부위에 바로 삽입했다. 이에 수작업으로 보형물을 만드는 것보다 수술 시간은 단축됐고, 완성도는 한층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 교수는 "환자의 영상정보를 이용해 개별 환자의 두개골 특징에 맞게 제작된 환자 맞춤형 보형물은 수술 중 조작을 최소화하고, 시술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수술 후 감염과 합병증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심 교수의 두개골 재건술에 앞서 3D 프린터로 만든 인체조직 이식에 최초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가톨릭의대 이종원(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김성원(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포스텍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와 함께 6세 몽골 안면기형 환자 네르구이에게 3D 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기도 지지체를 개발해 기도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수술은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환자의 이마 피부를 늘리는 조직 확장기 삽입술을 실시한 후 피부가 충분히 늘어난 후 코 뼈대와 콧방울 날개를 만드는 등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비강 통로를 유지하기 위해 환자 맞춤형 비강 통로용 특수 스텐스를 삽입하고 외피 흉터를 제거하는 3차 수술을 진행했는데, 이 특수 스텐스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구조물이다.

이 외에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수술 성공률을 한층 더 높인 사례도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동맥 박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가톨릭의대 송현내·강준규 교수팀(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부비동암 수술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가상 수술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안면부 함몰과 비대칭 부작용 등을 효과적으로 줄인 성균관의대 백정환 교수팀(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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