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수사단, 대학병원 리베이트 등 수사결과 발표
# 대학병원 모 교수는 자료가 남지 않는 현금을 받거나, 제약사 영업사원이 술값 또는 식대를 미리 결제해 놓으면 해당 식당이나 주점을 방문해 따로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거나, 영업사원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는 등 다양하고 은밀한 형태로 리베이트를 수수받았다.
# 모 제약사는 의사들에게 논문번역료와 시판후 조사(PMS)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실제로 의사들이 논문을 번역한 것처럼 회사가 따로 논문을 번역해 두거나 시판후 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설문지를 허위로 작성해 뒀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철희 부장검사)이 최근 이 같은 내용 등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수수받은 관계자들을 적발,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단은 의사 461명에게 논문번역료·시장조사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A제약사, 종합병원 정형외과 의사 등 74명에게 해외관광 및 골프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외국계 B의료기기업체, 7개 대형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대학병원 의사 등을 적발해 총 10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위 9개 회사 및 의사 339명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A제약사 영업이사 '약사법 위반'
A제약사의 모 영업이사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거래처 의사 등 461명에게 554회에 걸쳐 합계 약 3억590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 제약사는 설문조사 수당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리베이트를 직접 주지 않고 전직 임원이 설립한 설문조사기관인 R 모 업체를 통해 지급토록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의료기기업체 '의료기기법 위반'
외국계 B의료기기업체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2월경까지 종합병원 정형외과의사 등에게 해외제품설명회 명목으로 방콕, 하와이, 싱가포르 등에서 관광 및 골프비용 등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B회사의 사장은 정형외과 의사 63명에게 2억1300만원, 부사장은 의사 78명에게 2억3900만원을 각각 제공했고, 서울에 소재한 C·D대리점 대표는 각각 의사 9명과 14명에게 2300만원, 43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인천·경기지역 E대리점 대표와 광주 F대리점 대표도 각각 의사 11명에게 3100만원과, 의사 32명에게 1억26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교수 및 개원의 '의료법 위반'
아울러 모 대학병원 교수는 2012년 3월 16일부터 2014년 10월 17일경까지 15회에 걸쳐 7개 대형 제약사로부터 합계 약 2028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다른 교수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B의료기기업체가 제공하는 해외관광 및 골프비용 등 합계 82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
이 밖에도 2011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모 개원의는 A제약사로부터 현금 368만원 상당을, 다른 개원의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현금 305만원 상당을 수취했다.
쌍벌제 시행에도 리베이트 여전
수사단 측은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2014.7.2)돼 행정처분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근절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공자 뿐만 아니라 수수자까지 처벌토록 하는 이른바 쌍벌제가 시행(2010.11.28)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일부 의사들은 여전히 불법적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요청하는 사례까지 있음이 드러나 엄단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는 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대규모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적발했는데, 통상 의약품 리베이트는 후발주자인 국내기업이 초기시장 확보 등을 위해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외국계 기업도 불법 영업행위에 있어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수사단은 "리베이트 제공은 영업비용 상승으로 인해 약값인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증대시킨다"면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불법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사범에 대해 단속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불법 리베이트 관행 근절을 위해 검찰, 경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7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돼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