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의대 박준오 교수

'생존율 8%' 췌장암 환자에 새로운 희망

▲ 성균관의대 박준오 교수

폐암과 함께 인류에 가장 위협적인 암종으로 꼽히는 췌장암.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68.1%를 기록한 반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8%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2030년 췌장암으로 인한 암 사망자 수가 폐암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GFR 타이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ALK 억제제 같은 표적항암제의 등장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폐암과도 상당히 대조적인데, 췌장암은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서조차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토록 오랜 기간 새로운 치료제에 목말랐던 췌장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제시됐다.

세포독성항암제 파클리탁셀(paclitaxel)에 알부민을 결합시킨 아브락산(Abraxane)은 전이상 췌장암 환자 대상 MPACT 연구(NEJM 2013;369:1691Q.703)에서 전체 생존기간(OS)을 8.7개월(중앙값)까지 끌어올렸으며, 사망률을 기존 표준요법 대비 28% 감소시켰다(95% CI, 0.62Q.0.83).
성균관의대 박준오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아브락산과 젬시타빈(gemcitabine) 병용요법이 전이성 췌장암의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며 "향후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새로운 표적항암제와 병행한다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및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Q. 췌장암 진단이 유독 어렵고 진단시기가 늦어지는 원인은?

췌장은 후복막이라는 복강 내 뒤쪽에 위치하면서 위, 십이지장, 비장 등 다른 장기들로 둘러싸여 있어 증상 발현시기가 매우 늦다. 그나마 췌장 두부에 암이 발생해 황달, 체중감소, 당뇨병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진단되는 편이지만, 대부분 뒤쪽 체부에 생기기 때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진단된다.

아직까지 췌장암을 조기진단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조기진단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마땅히 진전은 없다. 사실 췌장암은 일찍 진단되더라도 다른 암에 비해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위암은 조기진단하면 완치 가능성이 95% 이상이지만 폐암은 1기일 경우라도 5년 생존율이 60%까지 떨어지고, 췌장암은 그보다도 더 나쁜 50% 정도라고 알려졌다.


Q.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금연이나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 등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젊은 사람 중에는 당뇨병의 위험인자가 없음에도 갑자기 체중이 줄어든다든지 물을 많이 마시는 등 당뇨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처럼 당뇨검사를 진행하다가 우연히 췌장암이 처음 발견되는 환자들도 있다.


Q. 아브락산은 파클리탁셀과 어떤 차별점을 갖는가?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중간 단계라고 이해하면 되나?

아브락산은 알부민이 파클리탁셀을 감싸는 냅(nab) 기술을 적용시킴으로써 암세포가 이를 영양분으로 인식해 잡아먹으면 암세포의 분화와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130nm 크기의 '나노파티클 알부민(Nanoparticle albumin)'으로 암종양과 주변조직에 침투하기 용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임상 결과를 보면 기존 파클리탁셀보다 높은 농도로 암세포에 침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췌장암의 표준치료제로 사용돼 온 젬시타빈과의 병용이 가능해 항암 효과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Q. 세포독성항암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독성반응이다.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했을 때 독성반응은 어느 정도인가?

파클리탁셀은 물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크레모포어(Cremophor)라는 용매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용매제가 과민반응을 유발해 환자가 쇼크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3시간 동안 천천히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반면 나노파티클 알부민 파클리탁셀인 아브락산은 물에 녹는 수용성이므로 용매가 더이상 필요 없게 됐다. 투여시간을 30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였고 과민반응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


Q. 아브락산은 작년 9월에 췌장암 치료제로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최근에는 비소세포폐암에도 적응증이확대됐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이 체감하는 반응은 어떤가?

승인은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는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서만 아브락산을 처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국내 5개 기관에서 연구자 주도형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항암제 투여를 통해 종양크기가 줄어들면 증상이 감소하므로 환자의 체중도 늘고 식사도 잘 할 수 있게 돼 삶의 질이 높아진다.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Q. 향후 췌장암 분야 연구 및 치료의 전망은?

췌장암 자체를 표적하는 약제 개발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젬시타빈과 아브락산 병용처럼 암세포를 싸고 있는 주변 조직을 표적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아브락산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이 전이성 췌장암의 표준요법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이를 병용하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개발된다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및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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