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T로 부정적 사고 악순환 끊어야 치료순응도·혈당조절률 개선

당뇨병 환자들에서 우울증 이환율은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은데, 이는 환자들이 생활개선요법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뿐더러 혈당조절이 악화되고 합병증 발병 위험도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의 성공적인 혈당조절과 자가관리를 위해 우울증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약물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치료가 이뤄지는데, 그중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대표적이다. 당뇨병 환자의 우울증 치료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
 
이에 관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지행동치료 효과를 세부적으로 검토해보고 동시에 실제 당뇨병 환자에서 인지행동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CBT 효능 입증 데이터 '착착'

인지행동치료는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의 줄임말로 CBT라고도 부른다. 우울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CBT는 부정적·자기파괴적 사고패턴을 깨닫고 변화시키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CBT의 효능을 입증한 데이터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그중 미국 예시바 대학 Gonzalez JS 교수·워싱턴의대 Patrick J. Lustman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연구결과 모두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CBT를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 당뇨병 치료 순응도가 향상됐고 우울증상이 감소된 것.

먼저 Lustman 교수팀이 DCCT 연구(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s Trial), UKPDS 연구(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우울증 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일반적인 치료 전략에는 약물요법과 심리요법이 있는데, 심리요법 중 CBT가 치료순응도를 증가시키고, 혈당조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Patrick J. Lustman, Clinical Diabetes July 2002 vol.20 no.3 122-123).

Gonzalez JS 교수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CBT를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한 후 나타난 결과를 공개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동반한 환자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CBT를 제2형 당뇨병 환자 5명에게 사용했다. 그 결과 5명 모두에서 우울증상이 감소됐고, 4명은 증상 감소는 물론 당화혈색소(A1C) 수치도 향상됐다(J Cogn Psychother. 2010 Nov 1;24(4):329-343).

JS 교수는 "대상군에게 가장 기초적인 CBT 프로그램을 시행하되, 환자 개개인에 맞춰 쉬운 영역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별치료를 했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환자, 자기 인지 변화 도와야

그렇다면 당뇨병 환자에게 CBT 시행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지 재구조화 접근법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고를 재구조화하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말한다. 보다 효과적인 인지 재구조화훈련이 되기 위해서는 토론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자가관리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찾고,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진행된다.

 

연세의대 이지현 사회사업가(강남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는 이때 환자가 자가관리 행동과 관련된 자신의 인지를 변화시키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내 아이들을 위해 건강해지고 싶다"와 같이 환자가 치료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이유들을 만들어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환자가 "당뇨병 때문에 제약이 너무 많다" 또는 "약을 먹을 때마다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게 된다" 등 당뇨병 관리에 방해가 되는 인지들을 긍정적인 생각들로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우울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본격적인 인지 재구조화훈련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부적응적인 인지를 추출하고, 왜곡된 인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때 우울증을 일으키는 인지까지 포함시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당뇨병 자가관리 행동을 방해해 혈당조절을 악화시키며, 이는 다시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시켜 우울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당 모니터링과 관련해 "나의 혈당 수치는 항상 나쁘다" 또는 "혈당조절에 실패했다는 생각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다" 등의 부정적·우울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내원했다면, 혈당 모니터링 관리는 수치가 좋은지 나쁜지를 측정하기보다, 환자 본인의 수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JS 교수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식이·운동요법이나 약물요법 중 어떤 요인들이 환자 자신의 혈당수치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지를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문제해결 훈련과 이완요법 등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동반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당뇨병교육자협회(AADE)에서는 문제해결훈련을 7가지 당뇨병 자가관리 행동(AADE-7) 중 하나로 꼽고 있는데, 인지심리학과 학습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지현 사회사업가는 "부정적인 사고 또는 인지적 왜곡에 의해 우울증이 심각한 당뇨병 환자는 부정적인 인지를 재구조화 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우울증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지행동 치료가 적절하게 활용된다면, 환자의 사고와 신념을 변화시킴으로써 우울증 치료는 물론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와 삶의 질 증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경희의대 김태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인지행동치료는 혈당조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좌절감을 경험한 환자들이 당뇨치료에 점차 소홀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혈당을 측정하면서 목표수치에 도달하지 못해 우울하거나 좌절감을 느끼게 될 때 치료에 소홀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각, 감정, 행동의 연결고리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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