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염에 맞서는 현명한 자세

"더워 죽겠다."

그저 관용어처럼 쓰이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기후변화 종합보고서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한 사실이며 기후변화가 인류와 자연 시스템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전 세계 곳곳에서는 1995년 미국 시카고 사태 이래 폭염에 의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3개월 동안만 온열질환자수가 1000명을 돌파했다. 폭염은 이제 더 이상 환경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보건 당국의 중대한 이슈로 떠올랐다.

폭염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그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짚어봤다.

1. 폭염에 의한 인명 피해, 어느 정도인가

2. 폭염에 맞서는 현명한 자세

3. 지역맞춤형 적응정책 마련하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폭염, 질병별 영향도 다르다

폭염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폭염에 의한 질병별 영향을 수치화 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PLoS One 2015;10(2):e0118577에 게재된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이를 방증한다.

1℃ 상승에 따른 사망 증가율을 질병에 따라 세분화 한 연구로, 폭염 노출 시 질병 상대 위험을 비교한다면 반대로 고온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 추가사망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추정 가능하다는 원리다. 이를 통해 고온에 의한 사망예방정책을 개발하는 데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1992~2009년 총 18년 동안 5~9월 사이 역치온도(29.5℃) 이상에서의 기여사망자수를 산출했다.

해당 기간 동안 서울에서 확인된 고온에 의한 기여사망자수는 3177명. 총 사망건수(27만 1633건)의 약 1.16%에 해당한다<표>.

순환기계, 호흡기계, 내분비계부터 정신 및 행동장애, 소화기계, 신경계, 사고사에 이르기까지 고온노출과 밀접하게 관계하는 모든 질병군에 대해 상대 위험도(RR)를 산출한 결과, 기온이 1℃ 올라갈 때 신경계질환 사망증가율은 7%로(RR 1.07; 95% CI, 1.04-1.11) 고온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경계 질환 다음으로는 정신 및 행동장애가 상대위험 4% 증가(RR 1.04; 95% CI, 1.01-1.07)로 뒤를 이었다.

심혈관질환은 상대위험(RR 1.04; 95% CI, 1.03-1.04)은 낮은 반면 기여사망자수(975명)가 월등히 높았는데, 이는 통상 겨울철에 호발한다고 알려진 뇌졸중이 여름에 오히려 증가한다는 기존 데이터와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8월에 발생한 뇌혈관질환자수는 59만 4003명으로 1~2월 발생자(57만 1537명)보다 많았다.

주 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태미 연구원(보건통계학)은 "상대 위험도만 놓고 본다면 신경계, 정신건강질환이 취약하지만 절대적인 사망자수까지 따질 경우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에 대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며 "폭염에 대한 예방대책을 세울 때에는 상대위험도와 기여사망자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폭염 피해 최소화 하려면..."적응능력 강화부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이 인구집단의 노출과 민감도, 적응능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기온상승이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대처 말고도 효과적인 감시체계, 응급의료체계의 운영과 공중보건인력의 양성, 예방프로그램과 같은 적응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건강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폭염, 한파 등 극한기온에 따른 건강 피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전국 544개(2014년 기준) 응급의료기관에서 관할보건소→관할시·도→질병관리본부로 이어지는 감시체계를 운영 중인데,지방자치단체 대상으로는 극한기온 적응역량 강화 차원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인식 제고 차원에서 폭염, 한파 대비 건강수칙과 응급조치법 등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향후 취약계층을 위한 재난도우미와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농민 대상 폭염 피해예방 행동요령을 집중 교육하는 한편,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기준 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은 필수다.

현재로써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설립한 국제 협의체로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및 1997년 교토의정서의 이행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특별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2014년에는 지난 7년간(2008~2014년) 전 세계 80여 개국 약 30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3만편 이상의 논문을 재평가한 결과를 제5차 종합보고서로 발간했다.

또한 란셋에서는 건강 및 기후변화에 관한 위원회를 조직하고, 대대적인 정책보고서(2015 Lancet Commissio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를 내는 등 범국가적으로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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