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환자 자국 의료서비스 불만족 61%...언어문제 해결과 에이전시 정비 나서야

▲ 한양대국제병원도 초기부터 러시아 환자에게 공을 들여왔다. 

중국에 집중됐던 해외환자 마케팅을 러시아 등 좀 더 확장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주로 찾는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경쟁력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고, 실제 성형수술 등으로 인한 병원 수익도 낮아지고 있어서다.

2013년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피부와 성형 등에 245만원을 지출하고, 일본인은 한방이나 피부에 77만원을 진료비로 사용했다. 이에 비해 러시아인은 심혈관과 암치료 등을 위해 314만원을 냈다. 비용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러시아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러시아 환자가 몰려온다

러시아의 내부 환경도 우리나라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러시아 민간연구조사 기관인 레바다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국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이 61%나 됐다. 또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RBC의 '2013년 러시아 의료서비스 분야 내 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0.9%가 질병 치료를 위해 해외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사람들이 해외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찾은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최근 VIVAI Software사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러시아와 터키, 싱가포르, 프랑스 순으로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의료관광을 떠난다. 우리나라도 러시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국가에 속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일부 종양 질환의 수술은 싱가포르나 태국보다 저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2014년 1월 1일에는 러시아와 한국 간에 체결된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돼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은 한국을 비자 없이 60일(허용 누적 체류기간은 6개월간 90일 이내)간 방문 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관광의 본질은 질병예방 및 건강검진, 건강증진, 수술 및 치료이고, 의료관광의 결정적인 동기는 저렴한 비용, 첨단의료기술, 높은 수준의 의료지원, 시간적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도 우리나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2013년 기준로 우리나라를 찾아온 러시아 환자는 총 2만 4026명이다. 전체 외국인환자 21만 1218명 중 11.4%, 방한 러시아인 18만 명 중 13.35% 이상은 우리나라 의료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입원환자는 14.2%로 전체 환자 기준 입원비중(9.5%)보다 4.7%p 낮다. 입원환자의 총 재원일 수 비중은 46.4%이며,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기간은 15.6일로 전체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기간(12.3일)보다 3일 더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환자가 58.3% 로 남성환자보다 많았지만, 건강검진 내 성별 비중은 남성이 50.2% 차지한다.

2013년 우리나라를 찾은 러시아 환자 중 80%는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남성 환자는 내과통합, 검진센터, 비뇨기과, 정형외과 순으로 진료과를 이용했고, 여성 환자는 내과통합, 검진센터, 산부인과 순으로 진료를 받았다. 또 러시아 환자가 지불한 총 진료비는 879억원이고, 이 중 입원환자가 지불한 총 진료비는 500억 원이다. 1인당 평균진료비는 366만원, 입원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는 1466만원이다.

세종·명지병원 등 오래 전부터 공들여

러시아에 오랫동안 공을 들인 곳은 세종병원과 명지병원 등이 꼽힌다. 명지병원은 국내 최초로 극동러시아 진출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 2012년에는 의료기관 최초로 블라디보스토크에 검진센터를 세우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코디네이터 아리나가 러시아 환자에게 검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세종병원은 연간 2000여 명의 하바롭스크 지역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쉽게 이룩한 건 아니라고 한다.

병원은 지난 20여 년간 외국인 심장병 어린이의 무료수술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했고, 특히 러시아 극동의 하바롭스크에서는 세종병원 설립자인 박영관 회장이 명예시민으로 선정될 정도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

박경서 대외협력센터장은 "오랜시간 공들인 무료수술사업, 다양한 마케팅, 의료인에 대한 연수 등 많은 활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관광 의료기관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자국의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는 착한 병원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러시아 환자들을 이해하고 문화를 공유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은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가 합법화된 시점부터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코디네이터들은 모두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수술환자에게는 주 1회 직접 통화를 원칙으로 추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코디네이터들은 담당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1:1 케어를 하고 있다"며 "외국인환자 전용병동, 현지음식과 TV방송 제공, 공항 픽업 샌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특히 여름 휴가 시즌을 맞이해 호텔과의 제휴로 숙박기간 중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양대국제병원 24시간 서비스로 호평
오래 전부터 러시아 환자를 진료해 온 한양대국제병원은 의료진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담 간호사와 전담 코디네이터의 24시간 진료서비스체계를 구축해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직접청구계약 체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개인 고객들에게 진료받기 편한 외국인 의료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양대국제병원 국제행정지원팀 김화선 팀장은 "2014년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검진을 받는 환자보다 진료를 받은 환자가 훨씬 많았다"며 "심장질환이나 암, 고관절 등의 정형외과 질환을 가진 러시아 환자가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 연수 활발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진을 공략했다. 지난 2013년 국내 병원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시 보건국 소속 의료진 250여 명이 참여하는 교육연수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 이 협약은 '한·러 프로젝트 임상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분당서울대병원, 그리고 러시아 보건국이 상호 방문을 통해 실무회의를 거쳐 이뤄졌다. 연수 프로그램에 20억원의 연간 예산을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소화기내과 3명, 외과 8명의 모스크바 보건국 소속 의사들이 연수를 왔다. 지난 4월 열린 국내 의료기관 글로벌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김 게르게이 교수(국제진료과)는 "러시아 의사 연수 프로그램은 개인별 수준에 맞춰 진행되며 1:1 멘토 시스템을 통해 밀착형 교육을 제공한다"며 "연수 프로그램 이후에도 멘토와 멘티가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CME 과정으로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세종병원 등 선두권 병원들이 러시아 환자를 유혹하지만 여전히 러시아 환자의 시각은 딴 곳에 가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사람들의 시선을 우리나라로 돌리려면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서 주요 검색 사이트 등을 사용해 의료관광 관련 정보를 찾는 잠재적 환자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검색 결과 창의 첫 부분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한양대국제병원 김화선 팀장은 언어문제와 에이전시 문제를 지목했다. 러시아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부족하고, 에이전시는 너무 많다는 얘기다.

그는 "러시아 환자를 많이 진료하려면 러시아어 통역을 유창할 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에이전시는 대한민국의 얼굴인데, 수준에 못 미치는 곳이 너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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