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시장 트렌드 변화…생존 전략은?

 

최근 IMS Health가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시장이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가 그동안 제약산업의 현재와 미래 방향 설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지만 향후 2020년에는 이들 기업의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0년까지 글로벌 7대 제약산업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고, 국내 제약사들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어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부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변화하는 세계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미래 상위 제약사 '특허·특수 의약품 주력'

IMS Health는 향후 5년 뒤 변화할 글로벌 상위 제약사의 특성을 △혁신적인 특허의약품 집중 △특수의약품 주력 △선진시장 중심의 활동 전개 등으로 꼽았다.

내수 시장에서 제네릭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통해 기존 시장을 대체하거나 영역을 확대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제약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제약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

또 특수의약품(Specialty Drug)은 만성·복합질환 및 난치성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처방의약품으로 항암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포함된다고 정의하며, 현재로써는 항암제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특수의약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2020년에는 특수의약품의 치료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관점으로 볼 때 국내 제약사들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IMS Health Korea 컨설팅 그룹의 김준철 전무는 "약가 인하 압박이 심화되는 국내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R&D 강화, R&D 단계에서 상업화 전략 수립을 통한 성장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중기적으로 지역 및 적응증별 개량신약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발굴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한다면 성공적인 글로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제약업계 R&D 확대 잰걸음

이런 흐름에는 R&D에 투자하고, 윤리경영 등 선진 문화를 도입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업체만이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역점을 두고 변화하는 추세다.

한국제약협회가 발간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와 특허 출원 건수는 갈수록 증가했다.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의 매출액 및 연구개발비를 분석한 결과 2009년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6.40%에 불과했다가, 2012년은 7.67%, 2013년에는 8.25%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0%에 달했고 LG생명과학도 18.9% 규모였으며, 종근당, 대웅제약, 동아ST 등도 매출 대비 10% 이상 R&D에 투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인력도 2009년 4335명 수준에서 2012년 5437명, 2013년 5516명으로 나타났다. 특허 출원 건수도 연평균 7.9%씩 증가해 2003년 2595건에서 2012년 516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의약품 수출도 늘었다. 2014년 상장 제약사의 수출액은 1조 8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고, 매출액 중 수출 비중도 2014년 14.3%로 2010년 10.6% 대비 5년 사이 3.7%p 증가했다.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윤리경영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운영을 선포했다. 나아가 CP의 국제표준  'ISO 19600(Compliance Management Systems)'이 요구하는 CP 경영 전문가 자격증 획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정책 강화에 따른 조치임은 물론, 제약사가 북미와 유럽시장에 진출하거나 다국적사와 협업하는 경우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이나 영국의 뇌물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MS Health가 제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례도 부각되고, 다국적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항암제 개발 성과도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한미약품의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 종근당 항암신약 벨로테칸, JW중외제약  Wnt표적항암제 CWP291, 대화제약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 DHP107의 임상내용이 소개됐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셀트리온 램시마가 7월에는 러시아, 8월에는 호주에서 각각 판매 허가를 획득하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달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3상 임상을 완료했다. 동아쏘시오그룹, 대웅제약, LG생명과학 등도 글로벌을 겨냥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무작정 해외 진출 'NO'…구체적 전략 필요

이와 관련해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이제 생존의 무대는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시장 흐름에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 제약업계 분위기도 글로벌 무대를 상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도 국내시장 틀에서만 제약산업을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지원한다면 향후 R&D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제약사들의 방향은 맞고 올바른 인식도 있지만 해외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 전무는 "무조건 해외로 갖고 가는 것이 아니라 조인트 벤처나 지사 설립 등 현지투자를 해야 하며, 국내에서 원료 하나를 생산하더라도 외국에 나가는 것을 염두해 컨설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R&D 예산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세계 무대에서 다국적사들의 미래전망과 함께 갈 수는 없다"며 "뱁새가 황새를 못따라가듯 갑작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중요한 약가부분이나 기본 정책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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