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3대 존중병원 만들기 운동 본격 추진하겠다"

병원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약 50시간에 이르며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은 인력 부족에서 비롯, 의료 서비스 질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은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이목희 의원, 이인영 의원, 정진후 의원, 보건의료노조 공동주최로 열린 '병원실태조사 결과 3대 존중병원 만들기 추진계획 발표회'에서 83개 의료기관 보건의료 노동자 1만 86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6시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8시간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 41.9시간에 비해 7.9시간 더 길었다. 연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2589시간으로 주 40시간제에 따른 연간 노동시간 2080시간보다 509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2004년 3월 47.8시간에서 2015년 3월 41.9시간으로 감소하는 추세와 달리 병원노동자들은 2008년 45.8시간, 2012년 46.6시간, 2014년 48.9시간, 2015년 49.8시간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04년 하루 8시간 주40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병원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보건의료노조측은 병원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은 인력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8명(80.5%)이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변했으며, 부서 및 근무지에서 어느 정도 인력이 부족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인력에 비해 평균 2.5명(11.3%)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인력부족은 건강악화(65.7%), 업무스트레스(54.2%), 질병위험 노출(67.6%), 휴가 미사용(67.5%) 등 병원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질 하락(81.1%), 친절 서비스 미흡 (80.6%), 의료서비스 미제공(74.1%), 의료사고 노출 경험(47.4%) 등 환자안전과 의료공공성,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장시간노동과 인력부족은 병원노동자들의 직장생활 불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직장생활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45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병원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9년에 불과했다. 간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이보다 짧은 7.4년에 그쳤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직장생활 만족도는 높은 이직의도로 나타나고 있었다. 올해들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54%보다 8% 증가한 62%에 달했다.

이와 함께 병원노동자들은 환자, 보호자, 의사 등으로부터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불쾌한 언행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노동자 10명 중 5명(49.8%, 8,694명)이 폭언을 경험한 바 있고, 폭행(7.8%, 1,270명), 성희롱(9.6%, 1,556명), 성폭력(0.4%, 62명)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노동자들의 감정노동(emotional labour) 수행 정도도 높았다. 병원노동자들은 환자 및 보호자를 대할 때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하거나(71.5%),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67.2%), 환자 및 보호자를 응대할 때 실제 기분이 되도록 노력(54.8%)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한 병원 만들기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없는 따뜻한 병원 만들기 ▲충분한 인력 확충으로 근무시간 지키기 등을 올 해 3대 캠페인 주제로 정하고 현장위험보고운동, 대국민 홍보활동과 캠페인, 대정부 면담, 토론회, 입법활동 등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병원 만들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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