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백병원 연구팀, 15-PGDH 억제제 'SW033291' 개발

최근 국내 의료진이 프로스타글란딘E2(PGE2) 합성에 관여함으로써 조직재생 및 장기회복을 돕는 신재생물질 개발에 성공해 화제다.

인제의대 양성연 교수(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와 배기범 교수(부산백병원 외과)는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샌포드 마르쿼위츠(Sanford Markowitz)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15-PGDH(15-hydroxyprostaglandin dehydrogenase) 효소를 억제하는 합성물질 'SW03329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재생의학 발전에 큰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3대 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지 6월 12일자에 게재됐다(Science 2015;348:aaa2340).

양 교수는 '15-PGDH 활성을 조절하는 방법과 구성물질(Compositions and methods of modulating 15-PGDH activity)'이란 제목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인체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신약개발'에 관한 특허등록까지 마친 상태.

향후 인체에 적용될 경우 간절제를 비롯한 각종 장기절제 및 골수질환, 염증성 장질환, 피부 부속기 등 여러 장기의 조직재생을 촉진시키는 치료제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동물실험서 골수·대장·간 PGE2 농도 2~3배 증가 입증

양 교수팀이 개발한 SW033291은 15-PGDH 억제제다. 15-PGDH는 긴 사슬 지방산(long-chain fatty acid) 분자의 산화 과정에서 형성되는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라는 신호전달물질군에 속하는데, 생물학적 비활성화를 책임지는 핵심효소로서 생체 활성물질인 PGE2 대사를 조절한다.

따라서 이를 억제할 경우 PGE2 분비가 늘어나 손상된 장기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기본 원리다<그림 1>.    

 

연구팀은 생체 내 활성화가 가장 빠른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골수, 대장, 간조직에서 15-PGDH의 억제 효과를 살펴봤다.

실험용 쥐를 상대로 이들 조직의 PGE2 농도가 2~3배 이상 증가했으며, 동시에 회복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천적으로 15-PGDH 효소가 결핍된 쥐에게 골수이식을 시행했을 때 정상 그룹에 비해 골수 내부에서 이식된 세포들의 복원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새로운 혈구생성이 6일 이상 앞당겨져 회복이 빨랐고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양 교수가 주도했던 대장 부문에서는 대장염을 일으키는 물질인 2% DSS(Dextran Sulfate Sodium) 투여 시 15-PGDH 효소 결핍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대장세포의 염증 발생이 50% 이상 적었다.

반면 재생되는 대장세포는 2~3배 이상 증가했다.  15-PGDH 효소 억제로 인해 PGE2 분비가 지속돼 대장손상을 일으키는 물질로부터 대장을 보호할 뿐 아니라, 이미 손상이 일어난 대장세포는 신속하게 재생될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이다.

같은 원리로 배기범 교수가 진행한 생쥐의 부분 간 절제술 실험에서는 15-PGDH 결핍군이 대조군에 비해 2~3배 이상 뛰어난 간 재생능력을 보였으며, 재생속도도 24시간 이상 빨라졌다.

연구팀은 22만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수년간의 세포실험(cell based assay)을 거쳐 개발한 SW033291을 15-PGDH 효소 결핍이 없는 실험용 쥐에게 투여할 경우 골수, 대장, 간세포 모두에서 선천적 결핍 그룹과 유사한 수준의 재생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대장염이 유도된 생쥐에게 신재생물질을 투여한 뒤 대장내시경을 3차례씩 시행해 궤양 및 염증 회복 효과를 관찰했으며, 이후 면역형광검사(immunofluorescence)로 세포 단계에서도 재생효과를 검증했다<그림 2>.

세포증식을 확인하기 위해 면역염색을 시행한 소견에 따르면, 약물투여 전 단계에서 BrdU 양성세포(분홍색)가 현저히 감소돼 있다(①). 고용량(SW033291 10mg/kg) 투여 시에는 의미있는 증가가 확인됐다(②).


양성연 교수 "15-PGDH 활성제 개발도 기대"

▲ 인제의대 양성연 교수

재생의학적 가능성을 넘어 이번 연구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PGE2의 순기능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PGE2 억제로 인한 대장암 예방 효과를 증명하려는 연구들이 수년간 시도돼 왔지만, 거꾸로 PGE2 증가물질이 개발된 적은 없었다.

근래에는 프로스타글란딘 대사와 관련 15-PGDH 효소가 종양억제 효과를 나타낸다는 근거가 축적되면서 학계는 암 예방약물로서 15-PGDH의 잠재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양성연 교수는 체내 PGE2의 역할을 '양날의 검'에 비유한다.

PGE2가 혈압조절, 혈소판 응집저해, 위장보호와 같은 생체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관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장암 발생에 중요한 작용을 맡는다는 것.

따라서 PGE2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된다면 이번 재생물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15-PGDH 활성제의 개념인데, 암 예방약물의 개발은 물론 암치료 시 바이오마커로서 15-PGDH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를 처음 기획했던 마르쿼위츠 교수 역시 암 예방을 위한 15-PGDH 활성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결장암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합성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를 개발하기도 했다(J Clin Invest 2014;124:2472-2482).

다만 PGE2의 재생기능과 암발생에 관여하는 기전이 같은 경로인지, 완전히 다른 경로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라고.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꿨다는 양 교수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면서 "골수, 소화기질환은 물론 상처치유, 탈모치료에 이르기까지 15-PGDH 억제제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향후 15-PGDH 활성제 개발은 더욱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