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리랑'

 
 










무대에서 만나는 조정래 ‘아리랑’

뮤지컬 아리랑은 천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뮤지컬화 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대형 창작뮤지컬로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공연되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희노애락 가락 아리랑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슬플 때나 힘들 때, 기쁠 때나 신이 날때 언제고 부르던 가락이다. 말 그대로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아리랑이란 가락이 담긴, 힘이 좋은 원작이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방대한 역사소설 아리랑은 천만이 넘는 독자가 접한 내용이다. 굳이 소설로 아리랑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린 학생들도 아는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의 아픈 우리네 역사를 알고 있다.

조정래 작가는 "우리 역사는 지울 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 된다.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살아냈던 그것이 바로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고 핵심이다. 뮤지컬로 또 다른 생명을 얻은 아리랑을 통해 우리 국민이 응집되고 단결될 수 있길 소망한다. 민족적 증오와 울분에 공감하고, 우리 선조들의 힘든 인생사를 통해 눈물 흘리게 하는 그런 작품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재편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다뤘던 방대한 원작과는 달리 뮤지컬 아리랑은 19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으며 소설 속 수백 명의 인물들은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소설에 없는 관계의 설정도 이루어졌다. 모두 감동과 이해를 극대화 하고 무대언어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원작의 주무기인 사투리와 일본어는 그대로 활용했다. 일본군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영화처럼 자막 처리를 시도했는데, 연출자는 이런 부분이 당시 일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수탈을 당했던 민초들의 억울함을 그대로 무대에서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뮤지컬의 가장 큰 무기인 노래와 무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각각의 클라이막스에서 원작의 텍스트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특히 ‘풀을 눕다’에서 시를 대사처럼 그대로 방백으로 옮긴 기법이나, 창을 통해 회한을 전하는 씬에서 우리 가락 그대로 활용한 장면은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감동을 전한다. 수십억을 들인 무대보다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최고의 스태프들이 꾸미는 무대
공들여 창조하는 작품인 만큼 창작진의 면모조차 매우 화려하다. 극작가는 연극 푸르른 날에, 칼로막베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작가다.

작곡은 화선 김홍도, 템페스트 등 대표적인 한국 뮤지컬들과 수많은 국악 작품들에서 명성을 얻은 작곡가 김대성이 맡아 한국의 미와 정서가 살아 있는 생동감 있는 음악을 준비했다.

2015년에 만난 아리랑은 세련되면서도 또 우리 가락이 잘 실려 있는데 음악, 넘버 면에서 웰메이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음악 면에서는 근래 어떤 창작뮤지컬보다 앞서 있다고 느껴졌고, 특히 우리 가락을 활용하는 면에서는 가장 큰 수확을 일궈낸 작품이다.

특히 우리 배우들을 고난의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민초들의 시대로 안내할 의상은 군도, 상의원 등의 의상을 담당했던 의상디자이너 조상경이 맡았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 무대에서 LED를 활용함으로써 최대한 무대변형을 줄인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전면 LED 영상들이 도리어 아리랑이란 텍스트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이 옥에 티라고 하겠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리랑에 매료된 배우들
뮤지컬 아리랑의 가장 큰 무기는 배우라고 생각된다. 연출이나 무대의 난해함이 일부 있지만 그럼에도 작품의 절정에서 눈물짓게 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다. 배우들조차 아리랑이라는 텍스트에 매료돼 최선을 다했다고 피력했을 정도로 열정이 엿보인다.

특히 주인공인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양반 송수익은 배우 서범석과 안재욱이 맡았다. 다소 많은 등장인물에도 주제를 관통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어지러운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악역 양치성 역은 김우형과 카이가 출연했고, 고난과 유린의 세월을 몸소 감내하는 수국 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맡아 한국 여인의 강인함을 보여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우형, 윤공주 배우가 더 맞는 조합이 아닐까 싶다. 조연이긴 하지만 이 작품의 진주는 바로 옥비 역이다. 국립창극단 출신 이소연의 판소리는 그 소리만으로도 2시간 40분을 채울 정도로 매력적이고 또 호소력이 있었다. 또한 수국의 사랑 득보 역은 이창희와 연극배우 김병희가 맡았는데, 김병희의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김성녀가 감골댁으로 출연하는데, 정말 최고의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한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리랑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역의 배우 서범석은 연습기간 내내 영문 모를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아리랑을 준비하면서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만큼 작품의 무게가 크고 몰입이 강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 이야기이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이제 책임감이 아니라 아름다운 무대로 세련된 감수성으로 만나보자.

미취학아동이 아닌 이상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아리랑은 9월 5일까지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무대장치 때문에 1층 7열 이후나 2층 앞열을 추천한다(티켓 예매: 1544-1555(인터파크)/02-2005-0114(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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