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신약도 복합제 개발, 가치 향상·제품 영역 넓혀

▲ 제약사들이 같은 제네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분을 더한 복합제 개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제품이 특허만료되면 제네릭 제품들이 쏟아지지만 막상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제약업체는 다양한 용량을 출시하거나 제형 변경으로 차별화에 나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운 제형 개발 및 함량변경 등을 위한 생동성시험 승인 건수는 2013년 6건에 비해 2014년 28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 제네릭을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차별화하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유효성의 증가나 복용 편의성을 재고할 수 있는 복합제의 개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가 진행한 220건의 임상 중 복합제는 86건으로 39.1%에 달했다. 복합제 개발을 중심으로, 시장 선두 품목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약사의 노력들을 조명해봤다.

다양한 영역서 복합제 연구 활발

유비스트 기준 2013년 원외처방조제액 874억원을 기록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가 4월 특허만료되면서 수많은 제네릭이 출시됐다.

단일제 제네릭뿐만 아니라 복합제 출시도 이어졌다. 로수바스타틴에 올메사탄을 추가한 대웅제약의 올로스타가, 발사르탄을 더한 LG생명과학의 로바티탄이 각각 출시됐으며, 유한양행은 텔미사르탄 복합제인 듀오웰을 선보였다.

이 중 올로스타는 블록버스터 등극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올로스타는 지난해 3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6월까지 45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에도 한미약품이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인 로수젯을 허가받았고, 일동제약과 진양제약은 텔미사르탄 복합제인 텔로스톱과 트루스타의 허가를 각각 획득했다.

이 밖에도 로수바스타틴에 오메가3, 페노피브레이트, 칸데살탄 등을 더한 복합제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뇨병을 고지혈증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LG생명과학은 제미글립틴과 로수바스타틴의 복합제 개발 임상을,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은 메트포르민과 복합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아우르는 복합제의 개발로 질환 간 시장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합제 개발은 성분 간에 약물상호반응 등 변수가 있고 개발비용이 단일제보다 높아 진입장벽이 있지만,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고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타다라필' 복합제 개발 활발

이 같은 제약사들의 복합제 개발 열기는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눈에 띈다. 특히 9월 3일 특허가 만료되는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의 복합제 개발이 한창이다.

이는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특허만료 당시에도 수많은 제네릭이 출시됐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팔팔정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자리 잡은 한미약품은 비뇨기과 영역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타다라필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양성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배뇨장애 치료를 위한 탐스로신, 고혈압치료제 성분 암로디핀 복합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암로디핀 복합제는 임상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일동제약, 종근당, 영진약품은 탐스로신과, 동국제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두타스테리드와, 건일제약은 조루치료제 성분의 클로미프라민과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루치료제의 시장은 연간 약 30억원 규모로 1000억원대의 발기부전치료제보다 작지만 복합 성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또 발기부전 환자의 30% 정도가 전립선비대증 질환을 동반함에 따라 이들 복합제 출시는 시장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체 개발 신약도 복합제로 가치 향상

 

특허만료 제네릭 복합제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 신약에도 다른 성분을 더해 신약 가치를 향상시키고 제품 영역을 넓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LG생명과학의 제미글립틴과 로수바스타틴 복합제도 이러한 시도로, 이르베사르탄, 글리메피리드 복합제 등이 개발 중이다.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제미메트는 올해만 6월까지 약 35억원의 처방실적을 거두며 제미글로와 동반성장하고 있다.

동아ST는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를 기반으로 폐동맥고혈압 치료 성분인 보센탄 복합제, 조루증 치료제인 다폭세틴 복합제를 각각 개발 중이다.

SK케미칼도 자사가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의 다폭세틴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보령제약도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의 복합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뇨제로 쓰이는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결합한 카나브플러스를 이미 출시했고, 로수바스타틴은 물론 아토르바스타틴, 고혈압치료제 로사르탄, 발사르탄, 암로디핀 등 복합제를 개발해 카나브의 활동 영역을 키우는 모양새다.

부광약품도 B형 간염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와 아데포비어 복합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 신약을 기반으로 한 복합제 개발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막대한 시간과 금액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해도 큰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였지만, 신약을 기반으로 복합제를 만들면서 제품의 생명력도 길어지고 마케팅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로부터 개량신약이라고 인정받으면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는데, 신규 복합제라고 해서 무조건 개량신약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개량신약 인정여부는 허가 신청 후 '개량신약 인정 및 우선·신속 심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라 최종 확정되므로 심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복합제를 개발하며 약가우대까지 받고자 하는 제약사는 단순한 성분 배합이 아닌 진보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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