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2] 해외서 주목받는 성과, 정부 뒷받침 필요

 

 
그동안 제약사의 R&D 투자 성과는 실제 완제품 수출과 기술수출 등으로 가시화됐다. 나아가 제약사들이 현재 개발 중인 성분들의 임상 결과가 해외 학회에 소개되며 의료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세다. 해외에서 주목받았던 연구 성과 사례와, 이를 글로벌 신약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내다봤다. <기획①> R&D집중 제약업계 '체질개선' 중 <기획②> 잘키운 R&D, 제대로 빛 보려면? R&D 성과 해외학회서도 주목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는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대화제약 등이 참가했다.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의 1/2상 중간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하며 종양감소 효과가 54.8%에 달했다고 전했다.종근당은 항암신약 벨로테칸(제품명 캄토벨)이 토보테칸보다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1년 더 연장시킨다는 비교 임상 결과를 발표했고, JW중외제약은 Wnt표적항암제인 CWP291의 임상 1상 중간결과를 선보였다.대화제약은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 DHP107의 임상 3상 내용을 포스터로 알렸다.또 한미약품은 6월 8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도 참가해 퀀텀프로젝트 등 4개 당뇨신약과 11건의 연구과제를 발표했다.
▲ 한미약품이 지난 6월 미국 보스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5회 미국당뇨병학회에서 개발 중인 지속형 복합 인슐린신약 LAPSInsulin Combo의 비임상 연구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녹십자는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 골관절염치료제 신바로캡슐의 수지골관절염 임상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 파이프라인도 글로벌 시장 겨냥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품목들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임상을 추진 중이다.

종근당의 벨로라닙(CKD-732)은 프레더윌리증후군과 고도비만치료제에 대한 미국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더윌리증후군은 임상 3상, 고도비만치료제로는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프레더윌리증후군 환자는 미국에서만 약 7000명에 달하지만 치료제가 전무해 개발 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호주에서도 벨로라닙의 고도비만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LAPS-GCSF는 공동 개발 중인 미국 스펙트럼사가 지난해 미국 3상에 돌입했다. LAPS-GCSF는 한미약품의 지속형 바이오신약 개발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로, 기존의 3분의 1만 투여해도 투약 주기를 1일 1회에서 3주 1회로 연장시킨다. 임상 2상 결과는 올해 주요 학회를 통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시장규모는 약 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이 밖에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HM71224의 유럽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다.

LG생명과학은 국내 기술로는 처음 개발에 성공한 5가 액상혼합백신 유펜타(Eupenta)의 해외 임상 3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LG생명과학 측은 지난해 필리핀 영유아 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제품의 임상3상시험 결과 우수한 항체방어율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LG생명과학은 올해 하반기 유펜타의 WHO PQ인증을 획득 후 2016년부터 연간 4000억원 규모의 5가 혼합백신 국제입찰에 참여해 향후 25%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임상도 순항 중이다. 동아ST의 당뇨성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임상 허가를 받아 지난 4월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고, 모티리톤의 미국 임상 2상도 2016년 말 완료 예정이다.

녹십자HS의 항암보조제 천연물신약 BST204는 지난해 하반기 독일 임상 1상을 마무리했고 올해 2상 진입 계획에 있다. 녹십자는 신바로의 해외 진출도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약품의 COPD 치료제 YPL-001은 현재 미국 임상 2상a가 진행 중이다.

"R&D 빛 보려면 적극적 정책 지원 필요"

이 같은 상황에서 제약사의 활발한 R&D가 향후에도 성과를 거두려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보건산업진흥원 정윤택 제약산업지원실장은 올해 상반기 '신약개발 역량 강화 통해 제약 강국 도약하자'는 주제로 쓴 기고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은 인도, 중국 등 저가 의약품과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경쟁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제네릭 위주의 단순 수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기술가치 중심으로 산업이 변화해야 하고,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을 통해 기술수출 및 제약 플랜트 수출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며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국산 신약의 글로벌화를 도모하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임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글로벌 임상시험은 미국 46건, 유럽 9건, 기타 24건 등으로 총 79개 품목이 임상 중에 있다.

정윤택 실장은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약개발의 역량강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약품 수출의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을 개척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최근 정책보고서를 통해 "가장 강력한 기업 R&D 투자 활성화 방안은 여전히 조세감면제도이므로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책지원이 집중되기를 원한다"고 요청했다.

또 "제약사들의 과감한 R&D 투자가 잠시 지나가는 열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신약개발 R&D 정책과 인프라를 보다 견고히 하고 산업계는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령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연구원은 신약개발을 활성화 시키고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구조로 개편되기 위해 기업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통해 연구개발비 투자규모를 확대시키고 궁극적으로 신약개발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