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1] 실적 저하 감수하고 미래 성장동력 육성

 

국내 제약사들이 우물 안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됐던 시장·인허가·파트너십 등에 대한 부족한 정보들을 다양한 분석과 경험을 통해 확대하고 제품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하거나 해외 규제를 직접 관리하는 글로팜엑스를 출범하는 등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올해 초 각 제약사는 시무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 확대와 시장지향 R&D 등으로 글로벌 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을 살펴보고, 정부가 내세운 2020년 7대 제약강국 진입이라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조명했다. <기획①> R&D 집중 제약업계 '체질 개선 중' <기획②> 잘키운 R&D, 제대로 빛 보려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년 국내 제약기업 경영성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1곳 상장 제약사 기준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4% 증가한 1조 8000억원이었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14.3%로, 2012년 12.9%와 2013년 13.6%보다 증가한 수치다.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6월 내수 전문의약품 실적은 부진했지만 회사별 수출, 기술료 수취 등 실적에 따라 2분기 합산 매출액은 1조 1761억원, 영업이익은 106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7%, 40.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는 약가인하 이후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R&D 투자 확대 및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내수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하고 수출확대를 모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실제로 상위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R&D 투자비율을 보면 한미약품이 20%에 달했고 LG생명과학이 18.9%로 뒤를 이었다.이 밖에도 종근당 13.7%, 대웅제약 12.2%, 동아ST 10.8% 등 매출액 대비 10% 넘는 비중을 R&D에 투자했다. 당장의 실적 저하를 감수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한 셈이다.투자 총액 기준으로는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1530억원 수준을 쏟아부었고 대웅제약과 녹십자가 각각 900억원, 850억원가량을 투자했다(출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인력구조도 과거보다 영업 비중을 줄이고 연구직 비중은 높았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2005년 영업직 비중은 35.3%에 달했지만 2013년 29.2%로 줄었고, 반면 연구직은 8.5% 수준이었지만 1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직, 사무직은 2005년과 2013년에도 각각 18.7%, 31.9%로 변화가 없었다.
 

해외 계약 5년간 68건 '사상 최대'

이러한 흐름은 개발 신약과 제품들이 수출길에 오르며 점차 성과로 나타났다. 비단 완제품 수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술수출 사례도 이어졌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19건이던 해외 계약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42건으로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68건으로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술수출도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9건에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27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 제약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온 한미약품과 릴리의 BTK저해제(HM71224)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협력 계약은 약 7600억원 규모로, 헬스케어 업종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꼽힌다. 이번 계약은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증권가의 관심을 제약산업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한미약품은 동아ST의 지분 전량(약 244억원)을 매각하고 R&D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한미약품은 지난 3월 항암신약물질 포지오티닙(Poziotinib)에 대해 미국 항암제 전문 제약사 스펙트럼 파마수티컬즈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간 누적수출액 2억달러를 달성한 녹십자는 백신의 세계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WHO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입찰을 통해서만 3800만달러의 독감백신 수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2015~2016년 공급분 수두백신 입찰에서 약 7500만 달러 규모의 입찰 전량을 수주했다.

이와 별개로 올해 초 브라질 정부 의약품 입찰에서 면역글로불린제제 IVIG-SN의 572만 달러 규모 수주가 결정됐으며, 올해 안에 미국 FDA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키로 했다.

지난 3월에는 녹십자가 중국 구이저우성(貴州省) 정부와 세포치료제 사업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러시아 제약사 나노레크(Nanolek)와 바이오의약품 상업화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며 영역을 확장했다.

동아ST가 개발한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국내 제품명 테디졸리드)는 지난해 6월 미국 FDA에서 허가받았으며, 미국에서 하반기 약 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판매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3월에는 급성 피부연조직 감염증 적응증을 유럽 EMA에서 허가받았고, 2017년 FDA와 EMA에서 폐렴 적응증 허가 등이 기대되고 있다.

2세대 결핵 치료제 크로세린은 WHO를 통해 공급되며, 지난해에는 중국 쑤저우시노와 250억원 규모의 크로세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발기부전치료 신약 자이데나도 러시아,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 등으로 수출국을 늘리고 있으며 내년까지 18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에 있다.

LG생명과학의 필러 이브아르는 2013년 중국 진출을 시작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으로 국가를 넓혔으며, 지난해 약 6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30개국으로 수출국 확대가 기대되며, 중국에서의 반응이 좋아 중국 수출은 15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측했다.

또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제미글로도 국내 허가 이후 해외에서 판권계약을 체결해 사노피아벤티스가 인도,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79개국을, 멕시코 스텐달사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23개국에 대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16년 이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웅제약의 고순도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는 60여 개국에 약 7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까지 미국, 유럽, 남미, 중동 등 각국의 진출을 예고했다. 지난 3월에는 볼리비아, 5월에는 과테말라와 파나마 등 남미 3개국 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 추가로 남미 5개국 허가를 획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6월에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성장호르몬제 케어트로핀의 이란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중동의 주요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이란에서의 허가는 현재 논의 중인 20여 개국의 허가 획득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기대했다. 케어트로핀은 출시 4년 만에 이란, 조지아, 필리핀 등에 진출했고 2020년까지 35개국 진출 및 500억원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대웅제약은 올해 초 미국 오토텔릭(Autotelic)사와 개량신약 올로스타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오토텔릭은 미국, 캐나다 등에 올로스타 공급과 유통권을 획득했으며, 대웅제약은 미국 발매 후 10년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올로스타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누적 수출 계약은 30개국 3억2000만달러 규모다. 지난 6월에는 쥴릭파마의 자회사 자노벡스와 동남아 13개국에 독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고, 1차 수출 물량만 1억 2600만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보령제약은 향후 카나브 복합제(이뇨제, CCB, RSV)의 수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러시아 알팜사에 계약금 300만달러와 마일스톤 1000만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멕시코 치노인과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놀텍의 완제품 공급 및 기술수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일양약품은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약 1730만달러의 수익을 얻게 됐으며, 치노인은 멕시코를 비롯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9개국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수입 의존 제품 국산화·해외 역수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부분을 자사 R&D를 통해 개발·수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삼진제약은 미세 구슬형태로 만드는 구상입자형 황산수소클로피도그렐 합성에 성공하고 양산체제를 갖춰 인도네시아 피티 인터밧(PT.Interbat) 등 4개 제약사에 제제기술 및 원료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동남아 지역을 포함한 여러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원제약은 일본 후지케미컬사와 구형흡착탄 레나메진캡슐을 개발하고, 일본에 역수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형흡착탄은 만성신부전으로 판정받은 투석 전 환자에게 경구 투여하는 약물로 대원제약은 약 8년간의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다공성탄소의 구형화 기술을 실현했고, 레나메진캡슐로 제품화에 성공했다.

구형흡착탄의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50억원이고, 일본은 연간 약 1600억원으로 국내시장의 약 10배 규모 시장이 형성된 상태다.

이 같은 사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것은 물론, 해외에도 국내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R&D가 신약개발은 물론 미용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존 수입품목도 개발해 반대로 수출하거나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성과를 내는 등 그동안 노력이 열매를 맺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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