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1]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등 환자경험 이끌어

POST 2030 미래병원의 자세

1. 환자 경험이 곧 혁신이다 

2. 환자에게 물으니 답 나오네 - 김재학 소장 인터뷰 

2.연구중심병원을 향해 뱃머리를 틀어라 

3.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자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은 최근 ‘이상하자’라는 슬로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고, 이제 평범한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대중에게 대놓고 "이상하자"라고 설득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혁신과 변화를 외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IT 기술로 무장하고, 조직을 재구성하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을 바라보는 병원들의 시선도 편치만은 않다. 병원이 놓인 환경이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계 전문가들은 병원이 과거와는 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말하는 경쟁력이란 환자들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는 병원 문화, 연구중심병원, 병원 시스템 운영을 통한 가치 창조 등이다.

명지병원 환자공감센터

병원의 최대 경쟁력으로 환자 경험의 중요성을 꼽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환자 경험, 환자공감, 공감서비스라는 말이 국내 의료계에 소개된 것은 명지병원이 미국 클리블랜드병원의 환자공감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부터다. 명지병원이 환자공감 분야의 1세대인 셈이다.


명지병원은 지난 2011년 '환자공감센터'를 열고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환자들의 경험과 생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명지병원은 환자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본관 1층에 환자공감센터를 마련하고, 환자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직접 환자들을 찾아 나서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환자들의 관점에서 시스템과 프로세스, 문화를 바꾸는 '환자제일주의' 미션을 구현하기 위한 혁신조직의 행보를 취했다.

▲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모습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명지병원이 시대를 이끄는 형님의 역할을 했다면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1월 혁신을 통한 지속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모토 아래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의 이런 행보는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병원에서 소통, 경험, 배움, 도약을 기반으로 병원을 이노베이션 하겠다는 것도 생소했고,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인 김재학 소장을 영입한 것도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3년째를 맞는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는 환자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소통하는 기관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

서울아산병원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가 있다면 세브란스병원에는 창의센터가 있다. 2013년 3월 출범한 창의센터는 환자 경험 개념을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가족에 대한 진실 어린 배려'로 정의하고, 'POWER'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POWER란 Pleasant, Organization, Welcoming, Easy, Respectful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의 단계에 의미가 담겨 있다.

Pleasant는 쾌적함과 동시에 예의 바름을, Organization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Welcoming은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완벽한 외양을 갖춤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에게 깔끔하고 친근하면서도 전문가다운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Easy는 환자와 가족, 방문객들이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고, Respectful은 환자와 가족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영 창의센터장은 "초기 창의센터를 만들고 환자 경험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말할 때 사람들은 모두 잠깐 하다 말겠지라는 시선을 보냈다"며 "우리 병원은 환자 경험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 금방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변에 깔린 공기처럼 서서히 알게 되는 보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진 마인드 열려야 성공

환자 경험이 앞으로 병원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산 동국대병원이나 이대목동병원, 순천향대학병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내부적인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알려졌다. 서울의료원은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를 만들고 인력을 채용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서 환자의 복약횟수를 줄인 사례

오랫동안 의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길이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움직임의 동력은 병원 경영진의 생각인데, 환자 경험을 이해하는 경영진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에서 환자경험으로 인한 혁신이 순조로웠던 것은 경영진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란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김재학 소장은 "성공의 키는 경영진의 마인드다. 이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조직문화가 달라지고, 의사들의 참여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김진영 창의센터장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마인드다. 그런데 그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초창기 직원들을 참여시키려고 학교 강의도 하고, 간담회, 인턴이나 전문의 강의, 예배 등 안 가는 곳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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