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는 지난해 성별에 따른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 여성에서 유일하거나 두드러지는 위험인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촉구했다. 유병률, 사망률, 위험인자가 다른 여성에게 차별화된 뇌졸중 예방전략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학회는 Stroke 2014;45:1545-1588에 실린 ‘여성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남성과는 다소 차별화되는 예방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근거는 유전적 차이, 성호르몬 인자, 사회적 요인 등에 따라 위험인자의 발현이나 비중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남성보다 흔하거나 여성만이 갖는 위험인자가 있는 만큼, 여성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를 표적으로 한 맞춤전략이 적용돼야 한다.

뇌졸중 유병률은 남·여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고령으로 갈수록 여성의 위험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특히 여성은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과 장애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돼 왔다. 생리학적 기전의 차이가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부족한 의학적 지식이나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위치 등으로 인해 여성들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고혈압
고혈압은 남·여 모두에서 뇌졸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55세 이후 폐경기 또는 폐경후 단계에서 남성 대비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성호르몬의 변화가 혈압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여성의 뇌졸중 위험이 남성보다 높다는 보고도 있다. 뇌졸중 위험인자의 영향력을 들여다본 INTERSTROKE 연구에 의하면, 혈압 160/90mmHg를 자가보고한 여성의 뇌졸중 위험이 같은 조건의 남성에 비해 높았다. 때문에 고혈압 치료는 남성은 물론 여성에서도 뇌졸중 예방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자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고혈압 여성의 치료율(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남성에 비해 높지만, 정작 혈압 조절률(혈압이 목표치 내로 조절되는 비율)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학계는 혈압상승과 직결되는 동맥 경직도나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의 과다발현으로 대변되는 생리학적 기전의 차이, 또는 여성에서 두드러지는 항고혈압 치료에 대한 낮은 순응도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5세 이상 여성에서 고혈압 치료를 통해 치명적·비치명적 뇌혈관질환 위험을 38%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항고혈압제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여성 고혈압 환자 역시 혈압조절을 통해 뇌졸중 위험감소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러한 혜택은 어떤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느냐보다는 혈압 목표치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느냐, 즉 혈압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와 연관성이 깊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자간전증을 포함한 임신중 고혈압 환자에게 메틸도파, 라베탈롤, 니페디핀 등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제로 권고하는 반면 아테놀롤,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직접레닌억제제 등은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특이사항으로는 임신여성의 자간전증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과 칼슘 보조제를 권고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임신·자간전증
임신중 뇌졸중 발생은 인구 10만명당 34건 정도로 흔하지는 않지만,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임신(산)부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임신 후기 또는 출산 후 발생하는 뇌졸중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임신중독증으로도 불리는 자간전증은 임신 중 단백뇨와 함께 혈압이 상승하는 병태로 이들 여성에서 뇌졸중 위험은 2배, 출산 후 고혈압 위험은 4배까지 증가한다. 자간전증에 발작·경련이 동반되면 자간증으로 발전한다. 임신중(성) 고혈압은 자간전증의 징후나 증상이 없이 임신기에 혈압상승이 발현되는 것으로, 역시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이다.

자간전증의 예방과 관련해서는 “원발성이나 2차성 고혈압 또는 과거 임신 관련 고혈압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임신 12주부터 출산할 때까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다(Class I, Level A)”고 주문했다. 또 “칼슘 섭취량이 적은 여성은 자간전증 예방을 위해 칼슘 보조제(1일 1g 이상, 경구제)를 고려해야 한다(I, A)”고 설명했다.

임신중 또는 출산후 고혈압 치료에 대해서는 “임신중 중증(160/110mmHg 이상) 고혈압 환자에게는 산모와 태아에 미치는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메틸도파, 라베탈롤, 니페디핀과 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고혈압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I, A)”는 설명이다. 여기에 “임신중 중등도(150~159/100~109mmHg) 고혈압 환자에게는, 아직 산모와 태아에 미치는 위험 대비 혜택이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을지라도, 뇌졸중 위험증가와 혈압감소 효과에 근거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고혈압제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IIa, B)”는 내용도 추가됐다.

뇌정맥혈전증
뇌정맥혈전증(cerebral venous thrombosis) 역시 여성에서 두드러지는 위험요인으로 주의가 요구된다. 1개 이상의 정맥동(venous sinuses)에서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의 한 형태로, 대부분의 연구에서 여성 환자가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설명이다. 여성의 뇌정맥혈전증은 상당수가 경구 피임제 사용 및 임신과 연관되는 성호르몬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성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 전략으로 가이드라인은 우선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 요법(1일 75~325mg)의 사용이 타당하다며 추천했다. 아스피린 적응증에 해당하는 고위험 여성(10년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10% 이상)에서 아스피린에 불내약성을 보일 경우에는 클로피도그렐이 대체수단으로 권고됐다. 또한 “허혈성 뇌졸중 및 심근경색증 예방혜택이 위장관출혈과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상회할 것으로 판단되는 65세 이상 여성에서 유용하고, 65세 미만 연령대에서도 허혈성 뇌졸중 예방에 타당하다”며 아스피린요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편두통
편두통 역시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언급됐다. 특히 여성에서 ‘전조가 있는 편두통(migraine with aura)’과 허혈성 뇌졸중 위험의 연관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시각증상·감각증상·언어증상 등의 전조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편두통의 병태로, 최근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2.5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전조가 있는 편두통과 뇌졸중 위험증가의 연관성은 여성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 경구 피임제 사용자나 흡연 여성에서 위험도가 7~9배까지 더 증가한다.

가이드라인은 “(여성에서) 높은 편두통 빈도와 뇌졸중 위험의 연관성을 고려해, 아직 첫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편두통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치료의 고려가 타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흡연을 하는 전조가 있는 편두통 여성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전조가 있는 편두통 환자에서 금연을 강력히 권고하도록 주문했다.

심방세동·복부비만·대사증후군
심방세동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4~5배까지 증가시키며, 뇌졸중 발생 시 사망이나 장애의 위험이 더 높다. 특히 심방세동 위험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의 항혈전치료 인덱스인 CHA2DS2-VASc 스코어는 뇌졸중 위험도를 구분하는데 고혈압, 당뇨병, 고령에 이어 성별(여성)을 기준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 경우 75세 이상 고령의 여성인 경우 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연령과 성별을 기준으로 뇌졸중 위험도를 구분하도록 주문했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혈전치료 전략과 관련해서는 뇌졸중 저위험군, 즉 심방세동 외에 여타 위험인자가 없는 65세 이하 여성(CHADS2=0, CHA2DS2-VASc=1)에게는 경구 항응고요법이 권고되지 않는다”며 “이들 선택적 저위험군 여성에서 항혈소판요법이 대체수단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CHA2DS2-VASc에 규정된 위험인자가 있는 심방세동 여성 환자에게는 “비판막성 질환, 중증 신부전·저체중·진행성 간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와파린 대체수단으로서 신규 경구 항응고제가 유용하다”며 경구 항응고요법을 권고했다.

경구 피임제
가이드라인은 “흡연, 혈전색전성 사건 등의 추가적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에서 경구 피임제의 사용이 해로울 수도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또한 “경구 피임제 사용자에게는 적극적인 뇌졸중 위험인자의 관리가 타당하다”며 “경구 피임제 사용과 혈압상승의 미미한 연관성을 고려해 약제 사용 전 뇌졸중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혈압측정을 권고했다.

호르몬요법
호르몬요법과 관련해서는 폐경기 여성에서 MPA(medroxyprogesterone)와 병용 또는 단독치료로 CEE(conjugated equine estrogen)를 뇌졸중 1·2차예방에 사용하지 말 것과 랄록시펜, 타목시펜, 티볼론 등 SERM(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s)을 뇌졸중 1차예방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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