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경학회 2014년 치료지침, HRT의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영향 정리

 

폐경호르몬요법(HRT)과 관상동맥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논란은 상반된 근거들을 기반으로 비교적 오랜 기간 지속됐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폐경학회는 지난해 치료지침 업데이트를 통해 HRT가 심혈관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에 무게를 실었다. 치료지침에서는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HRT 혜택의 근거로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 추가분석 결과(JAMA 2013;310:1353-1368)를 제시했다. 2002년에 발표된 WHI 연구(JAMA 2002;288:321-333)가 이전의 관찰연구 및 메타분석 연구에서 제시된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감소에 대한 HRT의 혜택에 반대각을 세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 그대로인지도 모른다.

대한폐경학회 2014 HRT 치료지침
관상동맥질환 관련 권고사항


-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이하인 건강한 초기 폐경 여성에서 호르몬요법을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호르몬요법의 효과는 치료시작시기와 프로게스토겐 사용 여부 또는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관상동맥질환 1차 혹은 2차예방만을 목적으로 한 HRT는 권고되지 않는다

WHI 연구 vs 심혈관계 혜택
여성에서 심혈관질환은 고령, 즉 폐경 이후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자연스레 에스트로겐의 역할에 관심이 모였고, 에스트로겐의 투여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측면에 임상현장의 관심이 모였다. 게다가 1992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Ann Intern Med 1992;117:1016-1037)에서는 장기간 에스트로겐으로 HRT를 시행받은 여성을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 위험도가 35%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고, 관찰연구인 NHS(Nurse’s Health Study, Ann Intern Med 2000;133:933-941)에서도 이전 심혈관질환이 없었던 이들에서 에스트로겐 HRT가 관상동맥 위험도를 4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EPAT 연구(Ann Intern 2001;133:939-953)에서는 에스트로겐 HRT가 건강한 폐경 여성의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을 지연시켜 준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이에 199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HRT가 사용됐지만 2002년 WHI 연구는 에스트로겐 HRT의 효과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1993~1998년 미국 40개 의료기관에서 50~79세의 자궁이 보존된 폐경 여성 1만 6608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conjugated estrogen 0.625mg/d + medroxyprogesterone acetate 2.5mg/d) 제제의 효과 및 안전성을 위약군과 비교했다.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 사망, 침윤적 유방암 위험도를 평가한 연구였지만, 평균 5.2년 관찰결과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기준 이상으로 증가함에 따라 연구가 중단됐다. 연구가 중단된 시점에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는 29%, 유방암 위험도는 26%, 뇌졸중은 41%, 폐색전증은 113% 높았다.

반면 대장암 위험도는 37%, 둔부골절 위험도는 34%, 자궁내막암 위험도는 17%,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는 8% 낮았다. 이에 연구팀은 건강한 폐경여성에서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요법의 위험도가 더 높다고 정리했다. 이를 근거로 HRT는 폐경 여성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전략으로 권고되지 못했다.

WHI 연구 전 1998년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인 HERS 연구(JAMA 1998;280:605-613)에서도 폐경 여성에 대한 호르몬요법에 긍정적인 답이 제시되지 못한 바 있다. HERS 연구에서도 평균 연령 66.7세인 폐경 여성 2763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군과 위약군으로 구분해 평균 4.1년간 관찰한 결과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또는 심혈관질환 사망 등 1차 종료점은 물론 관상동맥재관류술, 불안정 협심증, 울혈성 심부전, 심장발작,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 등 2차 종료점에도 호르몬요법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단 HERS 연구에서는 일부 호르몬요법을 지속한 여성에서 관상동맥심질환 사건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HERS 종료 후 추가적으로 2.7년을 관찰한 HERS Ⅱ 연구(JAMA;288:49-57)에서는 결과적으로 혜택이 지속되지 않았고, 호르몬요법이 관상동맥심질환 여성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HERS Ⅱ 연구에서는 HERS 연구 후 2321명(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군 1380명 vs 위약군 1383명)을 추가적으로 관찰한 결과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심질환 사망, 관상동맥재관류술 등 순환기 아웃컴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HI 연구 vs 심혈관계 위험
이런 가운데 2013년에 발표된 WHI 연구 추가분석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가 있는 환자군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재전략 시행 후 추가적으로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미국 내 40개 의료기관에서 50~79세 폐경여성 2만 7347명을 무작위로 에스트로겐 0.625mg/d + 프로게스테론 2.5mg/d 병용군과 위약군으로 분류했고,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에게는 에스트로겐만 투여했다. 병용요법은 평균 5.6년, 단독요법은 7.2년간 시행했고, 전체적으로 13년간 추적관찰했다.

각 환자군의 관상동맥심질환, 침습적 유방암, 뇌졸중, 폐색전증, 결장암, 둔부골절, 사망 등을 평가한 결과 병용요법으로 치료받은 이들은 관상동맥심질환 위험이 18% 더 높았고, 침윤성 유방암 위험도 24% 높았다. 이 외 뇌졸중 폐색전증, 65세 이상에서의 치매, 방광암, 요실금 등 위험도는 높아졌지만, 둔부골절, 당뇨병, 혈관운동증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대비 혜택은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군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군에서는 침윤성 유방암을 포함해 전반적인 유방암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받은 50~59세의 환자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심근경색증 위험도가 감소했다. 관상동맥심질환 위험도는 37% 감소했고, 이는 관상동맥우회로술(CABG) 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위험도, 심근경색증, 관상동맥 사망 등 세부 인자들을 평가했을 때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HRT는 위험 대비 혜택 평가에서 복잡한 경향을 보이는데 전반적으로는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군에서는 증상관리에 유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에 대해 대한폐경학회 치료지침에서는 “HERS, WHI 등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대상자가 60세 이상인 폐경여성이었고, 특히 WHI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많거나 폐경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난 여성들로 전임상의 동맥경화증이 존재하는 상태여서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WHI 추가분석 연구에서 폐경 후 10년 이내에 치료를 한 여성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치료지침에서는 뇌졸중,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한 HRT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우선 뇌졸중과 정맥혈전색전증 모두 HRT로 인해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전제하면서도 뇌졸중의 경우 60세 미만 폐경 여성에서 위험도가 낮고, 저용량 합성 에스트로겐(CEE 0.3mg)과 경피 에스트로겐(50㎍ 이하)에서는 뇌졸중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해서는 치료 초기에는 위험도가 증가하지만 이후에는 감소하고 경피 에스트로겐제제는 정맥혈전색전증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WHI 이후
WHI 추가분석 연구에서 폐경 초기의 호르몬요법의 혜택이 제시된 가운데 이후에 발표된 연구들에서도 폐경 초기의 호르몬요법, 즉 타이밍 이론의 긍정적인 면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들이 발표됐다.

- DOPS
DOPS 연구(BMJ 2012;345:e6409)에서는 폐경이 진행 중인 건강한 여성 1006명을 대상으로 호르몬요법군과 비요법군의 사망, 심혈관질환, 암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도 자궁이 보존된 여성에게는 병용요법을, 자궁적출술을 받은 이들에게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시행했다.

10년 치료 후 평가한 결과 호르몬요법군에서 사망, 심부전 입원, 심근경색증 등 1차 종료점이 16명, 위약군에서는 33명으로 나타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위험도를 비교했을 때는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사망의 경우 각각 15건, 26건으로 위험도가 43%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에 연구팀은 “폐경 초기 호르몬요법을 10년간 치료받은 이들에서는 암, 심부정맥혈전증, 뇌졸중 위험증가 없이 사망률, 심부전, 심근경색증 등의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정리했다.

- KEEPS
2014년 발표된 KEEPS 연구(Ann Intern Med 2014;16:249-260)에서도 호르몬요법의 긍정적인 일면이 제시됐다. 이 연구에서는 폐경 초기의 건강한 여성(42~58세) 727명을 호르몬요법군과 위약군으로 구분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평가했다. 호르몬요법군은 1개월에 12일간 경구용 합성 에스트로겐 0.45mg/d 또는 경피적 17β-에스트라디올 50mcg/d와 경구용 프로게스테론 200mg을 투여했고, 중재전략은 48개월 동안 시행했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경동맥내막중막두께(CIMT)를 평가한 결과 호르몬요법군과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관상동맥석회화점수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초기에 호르몬요법을 받은 환자들에서 혈관운동증상, 일부 심혈관질환 마커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며 적절한 환자군에 대한 호르몬요법의 혜택을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에게는 경피적 에스트로겐 요법이 더 효과가 있었다”며 차후 저용량 경구 또는 경피 호르몬요법의 장기간 효과를 평가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됐다.

- ELITE
이런 경향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ELITE 연구(Circulation 2014;130:A13283)에서도 확인됐다. 연구명 그대로 호르몬요법의 투여시기(Early versus Late Intervenion Trial with Estradiol)를 평가한 연구로 심혈관질환 또는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폐경 여성 643명을 무작위로 폐경발생 6년 이내 그룹과 10년 이상 그룹으로 나눠 호르몬요법군과 위약군의 혜택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CIMT로 6개월에 1회씩 6년까지 평가했다.

6년 이내 그룹의 평균 폐경 후 기간은 3.5년, 10년 이상 그룹은 14.3년이었다. 호르몬요법은 경구 17β-에스트라디올 1mg + 프로게스테론젤 4%(45mg)로 구성해 1개월에 10일간 시행했다. 자궁적출술을 받은 환자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만 시행했다. 베이스라인에서 평균 CIMT는 각각 0.748mm, 0.787mm로 유사했고, 평균 연령은 55.4세, 65.4세였다. 분석결과 6년 내 그룹의 호르몬요법군에서는 CIMT가 유의하게 감소한 반면 폐경 10년 이상 그룹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이에 연구팀은 폐경 후 6년 내 호르몬요법을 시행할 때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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