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임상적용 위한 추가 연구 필요

 

지난해 WHI 추가분석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HRT 치료지침을 업데이트한 대한폐경학회는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폐경 여성의 호르몬요법과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에스트로겐 중심의 HRT에 대해서는 다수의 근거들이 제시돼 있는 가운데 이제까지 제시된 프로게스토겐과 안드로겐의 심혈관계 영향에 대한 근거들도 함께 검토해 정리했다.

프로게스토겐
프로게스토겐은 에스트로겐과 병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WHI 연구에서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군에 비해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겐 병용요법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프로게스토겐이 심혈관질환 위험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전북의대 김종현 교수는 심혈관에 대한 프로게스토겐의 영향은 종류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분하는 큰 기준은 안드로겐 효과(androgenic effect) 여부로, 안드로겐 효과가 적은 약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김 교수는 “안드로겐 효과가 있는 제제는 에스트로겐과 병용할 경우 HDL 상승 효과를 일부 저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천연 프로게스토겐은 PEPI 연구에서 에스트로겐의 HDL 상승 효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nomegestrol acetate)도 영향이 적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고령 여성 환자의 고혈당 관리를 고려할 때도 안드로겐 효과가 없는 제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드로겐 효과가 있을 경우 프로게스토겐이 당대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합형 에스트로겐(CEE) 단독요법, 에스트로겐 + 다이드로게스테론 병용요법(Maturitas 1989;11:235-242)과 에스트로겐 + 로보노르게스트렐 병용 또는 에스트라디올 + 노르에티스테론 아세테이트(NETA) 병용 경피요법(Metabolism 1993;42:846-853)을 평가한 결과 경구용 프로게스토겐이 포함된 전략에서 혈당은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슐린 농도는 약간 증가했는데, 경피 투여전략에서 인슐린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는 “혈당에서는 안드로겐 효과와 함께 약물전달 전략도 경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혈압에서는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과 에스트로겐 병용요법이 효과를 보였다. 드로스피레논 3mg + 17β-에스트라디올 1mg 병용요법과 위약군의 혈압 감소폭을 비교한 결과 각각 -14.1/-7.9mmHg vs -7.1/-4.3mmHg로 나타났다(Circulation 2005;112:1979-1984). 또 협심증이 있는 폐경 여성에는 관상동맥혈류량 증가효과도 제시됐다(Am J Cardiology 2007;99:1648-1652).

여기에 더해 김 교수는 “추가적으로 트리메게스톤 +  17β-에스트라디올 대 NETA + 17β-에스트라디올을 비교한 결과 트리메게스톤 병용군에서 중증 심근경색증 위험도가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Maturitas 2006;54:145-163)”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프로게스토겐과 혈액응고 간 연관성에 대한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안드로겐 효과가 적은 프로게스토겐이 응고 프로파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리메게스톤 + 17β-에스트라디올 병용요법은 섬유소용해능을 노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 에스트로겐 병용요법은 고민감성 C반응성단백질(hsCRP)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임상적으로 정확한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토겐 제제 및 투여경로의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정리하며 “이제까지의 근거에서는 비안드로겐성 프로게스틴과 항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활동성을 가지는 프로게스틴을 17β-에스트라디올과 병용투여할 때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요약했다. 하지만 “장기간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는 상황에서 심혈관 예방 목적으로 권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안드로겐
안드로겐은 폐경 후 여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겐의 심혈관 영향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서울의대 김진주 교수는 “이제까지 제시된 연구들이 대부분 동물실험이고 아직까지 명확한 역할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논란이 있다”고 전제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여성에서 주요한 안드로겐으로는 아드레날린 안드로겐(DHEA), 안드로스테네디온(ADD), 테스토스테론인데,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안드로겐으로 테스토스테론을 꼽았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테스토스테론과 혈관벽 및 심장기능 간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혈관벽에서는 에스트로겐 의존 메커니즘을 통한 죽종 예방효과, 에스트라디올의 방향족화(aromatization)와 독립적인 직접 근육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동물실험에서는 에스트로겐 치료에 테스토스테론을 추가했을 때 심장보호효과가 강화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이에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심혈관 혜택을 위한 저용량 테스토스테론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며 “저용량 테스토스테론 보조제는 울혈성 심부전이 동반된 고령 여성 환자의 기능적 역량, 인슐린 민감도, 거대근육강도 향상을 위해서 투여할 수 있고, 안드로겐 결핍 여성에서 정신건강학적 웰빙, 연령과 연관된 근육 및 골손실 지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심근경색증 후 테스토스테론으로 치료받은 쥐에서 심장모양 변형 위험이 더 높았고, 테스토스테론이 허혈성 손상 후 염증 및 심장협착 위험도 높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위험과 적절한 용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폐경으로 이환될 경우에는 안드로겐의 성향으로 환경이 전환될 수 있어 폐경 여성에서의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DHEA에 대해서도 심혈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됐다”며 “높은 DHEA는 남성의 HDL-C와 여성의 LDL-C에 연관성을 보였고, 인슐린 민감성도 높아졌다. 반면 DHEA 수치가 낮을수록 폐경 여성의 동맥 경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약했다.

한편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안드로겐 수치는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안드로겐 수치가 높을 경우 지질 프로파일, 인슐린 저항성, 유방암 관련 위험도를 높일 수 있고 부족할 경우 우울증, 낮은 성적활동,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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